박근혜 대통령이 1월 22일(현지시간) 오전 세계경제포럼(WEF) 제44차 연차총회(다보스포럼)가 열리고 있는 스위스 다보스 콩그레스센터에서 클라우스 슈바프 WEF 회장이 사회를 보는 가운데 ‘창조경제와 기업가정신’을 주제로 다보스포럼 전체회의 특별 개막 연설을 하고 있다.
2014년 세계경제포럼(WEF) 제44차 연차총회(다보스포럼)에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비롯해 박근혜 대통령,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 등 주요 국가 정치 지도자가 모였다. 세계 최대 보험회사 로이드의 존 넬슨 회장, 세계 최대 연기금인 일본공적연금의 다카히로 미타니 이사장도 참석하는 등 총 100여 개국에서 2500여 명 인사가 초청받았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나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 등 초청받은 일부 인사가 불참하긴 했지만 그들 빈자리가 느껴지지 않을 만큼 참석자 면모가 화려했다.
박 대통력 참석 ‘비즈니스 외교’
1971년 시작된 다보스포럼은 주요 선진국 정치·경제 지도자의 의견 교환장으로 인식돼왔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는 위기 원인 및 해법과 더불어 세계 경제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구실을 한다. 최근에는 아시아나 아프리카 신흥국 지도자들로 참여가 확대됐고, 다보스포럼의 주요 토론 주제가 이후 열리는 G8(매년 5~6월), G20(매년 10~11월) 정상회의 의제로 채택돼 정책으로 구체화하면서 가장 중요한 글로벌 경제포럼으로 자리매김했다.
이번 다보스포럼은 ‘세계 재편(The resha ping of world) : 사회, 정치, 기업에 대한 영향’이라는 주제를 택했다. 위기 이후 심화된 글로벌 리스크에도 세계를 재편할 수 있는 새로운 변화에 주목한다는 취지다. 특히 올해 포럼에서는 주요 토론 의장 6인에 나이지리아 알리코 단코테 단코테그룹 회장, 인도 크리스 고팔라크리슈난 인포시스 부회장, 중국 장젠칭 공상은행 회장이 임명돼 높아진 신흥국 위상을 엿볼 수 있었다. 한편 우리나라도 박 대통령이 2009년 이명박 대통령 방문 이후 두 번째로 참석해 대기업 총수 등 재계 인사 30여 명과 함께 비즈니스 외교에 나섰다.
이번 다보스포럼은 2014년 세계 경제의 회복 기대감은 고조되나 여전히 불확실성이 상존하는 위기가 지속될 것으로 봤다. 미국의 부채한도 협상 등 재정 리스크와 유로존 재정위기 국가들의 경기회복 지연이 세계 경제를 다시 하강시킬 수 있는 잠재적 위협이다. 또한 다보스포럼은 위기 이후 심화된 5대 리스크로 국가 간 분쟁 확산, 소득 불균형 확대, 구조적 실업 증가, 기후변화 심화, 사이버 위협 확대를 지적했다.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에 따르면, 국가 간 분쟁 확산으로 세계 150개국 가운데 65개국(43%)이 위험 수준의 사회 혼란을 겪고 있다. 지구온난화가 가속화하면서 자연재해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는 현실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2013년 전 세계 자연재해가 880건에 달했고, 사상자 수도 전년도 2배에 달하는 2만 명에 이르렀다. 지난해 자연재해로 각국이 겪은 경제 피해규모는 1250억 달러를 기록했다.
특히 소득 불균형은 북미나 유럽 같은 선진국에서뿐 아니라 아시아, 아프리카에서도 심화하고 있다. 예컨대 세계적으로 금융자산이 100만 달러가 넘는 고액순자산보유자(High Net Worth Individuals)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줄었다가 이후 지속된 경제위기에도 크게 늘어 2012년 말 기준 1200만 명에 이르렀다. 이들이 보유한 자산만 462조 달러. 부 집중화가 급속도로 강화된 것이다. 특히 이들 고액순자산보유자의 90%를 북미와 유럽, 아시아 국가가 차지하면서 지역 간 양극화도 함께 확대됐다.
다보스포럼은 이 외 5가지 변화 내용에도 주목했다. 초연결 사회(Hyper Connected Society·사람, 프로세스, 데이터, 사물을 포함한 모든 것이 네트워크로 연결된 사회) 도래, 수직적 의사결정의 수평화, 지구촌 거버넌스(지배구조) 변화, 아시아의 부상 및 급격한 지구 생태계 변화가 그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우리의 인지 여부와 상관없이 심화하고 있어 향후 세계를 빠르게 변화시킬 수 있다.
이 때문에 다보스포럼은 심화된 글로벌 리스크는 효과적으로 수정하고 변화 내용들을 꼼꼼히 인지해 활용함으로써 ‘세계 재편’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포럼에서 리스크와 변화 내용들을 살펴보고 세계 재편을 위한 수단과 미래 성장동력을 찾아내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한 배경이다. 3차원(3D) 프린팅, 신재생에너지, 디지털 소재 혁명, 고기술 로보틱스 등이 다보스포럼이 주목한 주요 혁신 기술이다.
90억 명의 지속가능한 세계
다보스포럼이 제안하는 세계 재편 혹은 재편되는 세계 모습은 성장과정에서 소외계층이 발생하지 않도록 ‘포괄적 성장’을 성취하고, 미래 성장동력을 발굴할 수 있도록 ‘파괴적 혁신’에 집중하며, 초연결 사회 등 ‘사회 내 새로운 기대들과 조우’하는 한편, 기후변화에 대한 실질적인 활동도 확대해 ‘90억 명의 지속가능한 세계’로 나아가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 각국은 소득 불균형을 축소하려는 노력과 함께 파괴적 혁신을 통해 기술경쟁력을 강화하고 인프라스트럭처(사회적 생산기반), 교육, 그린에너지 등에 생산적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는 게 올해 다보스포럼의 주요 어젠다다.
우리나라 역시 세계가 직면한 불균형 심화 관리나 신성장동력 확보 등의 과제와 마주하고 있다. 따라서 다보스포럼이 제안하는 세계 재편에 대비해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향상시키기 위한 다양한 실행계획을 준비해야 한다.
먼저 국내외 위협 요인에 대응한 리스크 관리 방안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또한 소득, 세대, 기업, 계층 간 불균형을 축소하고, 모두 함께 성장할 수 있는 ‘포괄적 성장’ 체계를 구축하는 논의를 확대해야 한다. 신(新)제조업이나 첨단 제조업 영역의 중요성이 증가하고 경쟁도 치열해지는 만큼 ‘한국형 제조업 진화 전략’마련도 시급하다. 특히 제조업과 정보통신기술(ICT) 융합에 대한 정부 차원의 지원을 고민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끝으로 미래 첨단기술과 초연결 사회 등장 등으로 시장환경이 급변하고 아시아 시장 위상이 급부상하는 것을 고려해 이들 분야에 대한 지원과 진출 확대를 통해 미래 성장동력 확보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