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가 최근 시작한 스타 가족 육아 프로그램 ‘오! 마이 베이비’의 한 장면.
TV 채널을 돌리면 온통 스타 가족 이야기다. 사실 스타 가족 이야기는 방송가 스테디셀러다. 아침 방송에서 주부 시청자의 시선을 잡아끄는 단골 소재기도 하고, 톱스타가 나오는 다큐멘터리에도 가족 이야기는 어김없이 등장한다. 스타 가족이 방송이나 신문기사에 등장하면 ‘우월한 유전자’라는 검색어로 인터넷 포털사이트를 점령해 스타 본인 못지않게 큰 관심을 받는 일도 자주 있다.
그렇지만 2014년 현재 예능계에서 스타 가족 열풍은 유독 거세다. 2009년 방송을 시작해 6년째 인기를 이어오는 장수 프로그램 SBS ‘스타주니어쇼 붕어빵’(‘붕어빵’) 외에도 스타 가족이 등장하는 예능 프로그램이 연이어 만들어지고 있다. 지난해 종합편성채널(종편) JTBC는 ‘붕어빵’과 비슷한 포맷으로 스타 자녀가 출연해 부모에 대해 귀엽게 폭로하는 예능 토크쇼 ‘유자식 상팔자’를 선보였다. 이 프로그램은 종편이라는 플랫폼 한계에도 지상파 못지않은 시청률을 내고 있다.
대중의 관심을 끌 수 있는 사람들
MBC ‘일밤’이 오랜 침체기를 벗어난 것도 스타 가족의 힘이었다. ‘아빠! 어디가?’는 새로운 가족으로 시즌2 문을 열었는데, 시즌1은 지난해 1월 방송을 시작해 1년이 넘는 긴 시간 동안 꾸준히 관심을 받았다. 연예인 아빠와 그들의 어린 자녀가 여행을 떠나는 콘셉트인 이 프로그램이 높은 인기를 끌자 다른 방송사들도 앞다퉈 비슷한 포맷의 육아 예능 프로그램을 신설했다.
그중 하나가 KBS 2TV ‘해피선데이-슈퍼맨이 돌아왔다’이다. 지난해 11월 방송을 시작한 ‘슈퍼맨이 돌아왔다’는 제작 소식이 들린 직후 아류라는 비난을 받았지만, 막상 뚜껑이 열리자 잡음은 사라지고 큰 관심 속에서 순항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를 타고 SBS 역시 1월 13일부터 ‘오! 마이 베이비’라는 스타 가족 육아 프로그램을 신설하기에 이르렀다. 이 밖에도 KBS 2TV ‘맘마미아’와 SBS ‘자기야-백년손님’, JTBC ‘대단한 시집’ 등 스타 가족이 출연하는 예능 프로그램이 즐비하다.
스타 가족이 활발하게 예능에 진출하는 이유는 앞서 이야기했듯 이런 소재가 늘 대중의 관심을 끌 수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가족이라는 이름에서 전해지는 공감 코드가 있고, 착한 웃음부터 감동까지 자연스럽게 유발할 수 있다는 장점도 지닌다.
‘아빠! 어디가?’로 육아 예능 열풍을 일으킨 김유곤 MBC PD는 “처음 기획할 때는 스타 가족을 보여주자는 데서 출발한 것이 아니다. 대다수가 공감할 수 있는 ‘육아’, 그중에서도 ‘아빠 육아’라는 소재를 다루자는 의도로 출발했다”고 밝혔다.
지난 몇 년간 문화계 전반에서 유행한 ‘힐링’ 코드가 가족이라는 따뜻한 대상과 잘 맞아떨어진 덕도 있다. 각박한 시기 사람 마음을 위로하는 것은 역시 가족밖에 없으며, 스타 가족이 등장하는 프로그램은 모두 가족 간 소통을 강조하면서 훈훈하게 마무리되기에 보는 이로 하여금 스스로 자신을 돌아보며 마음을 정화하게 만든다.
‘오! 마이 베이비’ 연출을 맡은 배성우 SBS PD는 “점점 외로움을 많이 타는 시대 분위기 속에서 사람들이 가족이라는 이름의 따뜻함을 더욱 갈구하는 듯하다. 그런 가운데 가족을 소재로 한 예능 프로그램이 등장했고, 시청자가 ‘내가 찾던 게 바로 이런 따뜻한 가족 이야기였구나’라고 새삼 느끼는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변화한 가족상을 반영한 결과라는 분석도 있다. 과거 가장이 권위주의적이고 불통하는 존재였다면, 지금은 가족과 소통하고 자녀를 친구처럼 대하는 가장을 원한다. 이런 시대상에 맞춰 다양한 예능 프로그램이 나왔다는 분석도 있다. 김유곤 PD는 “요즘은 ‘아빠 육아’의 필요성을 모두 절감하지 않나. 그 덕에 육아 주체인 엄마가 이런 프로그램에 관심을 갖게 됐다. 요즘 젊은 아빠 역시 친구 같은 아빠가 되고 싶어 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가족 전체가 볼 수 있는 예능이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과도한 사생활 침해 논란도
육아 예능 열풍을 이끈 MBC ‘일밤-아빠! 어디가?’와 스타의 사춘기 자녀가 출연해 속마음을 털어놓는 JTBC ‘유자식 상팔자’의 한 장면.(위부터)
하지만 가족 예능을 바라보는 시선이 모두 긍정적인 것은 아니다. 부작용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 예가 ‘아빠! 어디가?’를 통해 큰 사랑을 받은 가수 윤민수의 아들 윤후에 대한 인터넷 안티카페 개설이다. 당시 제작진은 법적 대응까지 거론하며 강력하게 초기 진압에 나섰다. 어린아이가 방송을 통해 과도하게 노출되거나, 일반인이 스타 가족이라는 이유로 사생활을 침해당하는 것과 관련해 여전히 우려의 시선이 있다. 따라서 제작진은 스타 가족에 좀 더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할 것이다.
제작진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육아 예능 프로그램을 연출하는 한 지상파 PD는 아이러니했던 캐스팅 과정에 대해 이렇게 귀띔했다.
“우리가 프로그램을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건 아이를 아끼는 부모, 그런 부모의 보호 속에서 건강하게 성장해가는 아이 모습이다. 그런데 정말 아이를 걱정하고 생각하는 부모는 아이가 TV를 통해 얼굴이 알려지는 것을 꺼린다. 그래서 진정성을 다해 설득하는 지난한 과정이 필요했다. 반면 아이를 방송에 출연시키는 것으로 부수적 효과를 기대하는 부모는 우리가 기피해야 할 대상 1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