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선재센터 라운지에서 진행 중인 ‘20세기 로봇대작전’ 전시 전경.
이 노래가 들리면 만사 작파하고 TV 앞으로 달려간 추억을 가진 이가 많을 것이다. 이제는 중년이 된 그 시절 ‘어린이’를 다시 한 번 불러모을 전시가 서울 소격동 아트선재센터에서 열리고 있다. 이름부터 근사한 ‘20세기 로봇대작전 - 탄생! 강철의 로봇들…’이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성인 남자 키를 훌쩍 넘는 당당한 몸집의 ‘태권브이’가 관람객을 맞는다. 가슴에 선명한 V 마크와 양팔에 솟은 가시, 떡 벌어진 어깨와 우람한 다리 근육은 1976년 태어나 이제 마흔을 바라보는 이 로봇이 여전히 정의를 위해 싸우는 ‘무적의 친구’라는 느낌을 갖게 한다.
전시장에 ‘태권브이’만 있는 건 아니다. 1956년생 철인28호, 72년생 마징가Z, 75년생 그랜다이저 등도 곳곳에서 변함없는 힘과 위용을 과시한다.
돌아보면 1970~80년대 어린이에게 이 로봇들은 일종의 롤모델이었다. 악당에 맞서 지구를 지키는 모습을 보며 ‘나도 언젠가 정의를 위해 몸 바치겠노라’는 꿈을 키웠고, ‘무쇠팔 무쇠다리 로케트 주먹’을 만드는 ‘천재 과학자’가 되겠다는 바람을 품기도 했다. 로봇만화 주제가가 반복적으로 흘러나오는 전시장은 어느새 아득해진 그 시절 꿈과 희망을 떠오르게 하는 추억의 장소다.
로봇을 둘러보다 보면 옛 기억도 속속 떠오른다. 꼼꼼히 적힌 로봇 탄생일, 신장, 중량과 주동력, ‘시크릿 정보’ 등을 통해서다. ‘태권브이’를 보자. ‘김훈’이 조종하는 이 로봇은 1976년 3월 태어났고 신장 56m, 중량 1400t에 이른다. 비행속도는 마하 1.2. 주동력은 ‘광자력 에너지’다. ‘조종사 훈과 혼연일체가 돼 강력한 태권도와 로켓주먹, 레이저 빔, 광자력 빔 등의 무기를 사용’하는 것이 특징이지만, ‘주인공 훈이의 뇌파에 반응하는 시스템’은 ‘강점이자 약점’이라 꼬집고 있다.
전시장에는 전투 중 상대 공격을 받고 양쪽 팔이 떨어져나간 콘셉트의 ‘태권브이’ 흉상을 비롯해 진귀한 로봇 모형 130여 점이 전시돼 있다. 또 만화 ‘은하철도 999’ 주인공 메텔을 그린 그림, ‘태권브이’와 ‘마징가Z’가 최고 인기를 누리던 시절 역시 많은 독자를 거느렸던 소년잡지 ‘새소년’ ‘어깨동무’ 등 다른 볼거리도 다양하다. 모두 수집가 김현식 씨 소장품으로, 그는 어린 시절 추억을 간직하려고 로봇과 옛날 만화책을 꾸준히 수집해왔다고 한다.
‘20세기 로봇대작전’은 아트선재센터가 라운지를 활용해 무료로 진행하는 프로젝트 전시로 누구나 부담 없이 둘러볼 수 있다. 문의 02-733-8945.
그랜다이저, 태권브이, 마징가Z(왼쪽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