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 김선욱(위)과 랑랑이 잇달아 서울 무대에 선다.
랑랑은 내한공연 전 한국 측 공연기획사에 “한국의 TV 연예프로그램에 꼭 나가고 싶다”고 요청했다고 한다. 랑랑은 연주 때 다소 과도한 몸짓으로 ‘서커스를 보는 것 같다’ ‘지나친 쇼맨십으로 포장됐다’는 악평을 받기도 한다. 반면 김선욱은 자신의 공연 관련 인터뷰라 해도 시원하게 답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영국 런던에 머무는 그는 전화보다 e메일을 고집하고, 인터뷰할 시간에 연습하기를 더 원한다고 말하곤 한다.
세계적인 스타 피아니스트인 랑랑은 지난해 11월 한국 리사이틀을 위해 홍콩에서 전세기를 타고 인천국제공항에 내렸다. 캐나다 항공기 제조업체 봄바디어가 그를 위해 지원한 것이다. 그의 이름을 딴 피아노 ‘랑랑 스타인웨이’가 팔리고, 아디다스에서는 ‘랑랑 스니커즈’가 나온다. 지난달 랑랑은 유엔 평화사절에 위촉되기도 했다.
한국의 젊은 연주자 가운데 가장 앞서 달린다는 김선욱은 8월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의 1호 객석 기부자로 홍보 영상을 촬영했다. 그는 손과 얼굴이 가장 잘 보인다는 자리(1층 C블록 2열 1번)에 기부를 했다.
‘흥행의 아이콘’ 랑랑은 이번 내한 무대에서 피아노 솔로와 오케스트라 협주곡을 모두 들려준다. 1부에서는 쇼팽 발라드 1~4번을, 2부에서는 김대진이 지휘하는 수원시립교향악단과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을 연주한다. 쇼팽 발라드는 귀에 익숙한 곡이지만 랑랑은 그동안 연주회에서 이 작품을 잘 들려주지 않았다.
한 인터뷰에서 그는 “쇼팽 작품은 아주 어릴 적부터 접했지만 공연에서 연주하지는 않았다”고 했다. “1번은 세계적으로 사랑받고 널리 연주되며, 4번도 연주 프로그램에서 흔히 접하는 레퍼토리다. 2, 3번은 그보다 덜 연주된다. 이렇게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프로그램을 연주하는 데는 꽤 도전정신이 필요하다. 그만큼 완벽히 연주해야 하니까.”
협주곡 선곡 때 당초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1번을 연주하려고 했지만 랑랑은 클래식에 익숙지 않은 관객까지 즐기는 공연을 만들고 싶다며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을 골랐다고 한다.
진지한 젊은이 김선욱은 2년간 이어진 베토벤 대장정에 드디어 마침표를 찍는다. 2012년 3월 29일 첫 연주를 시작으로 그동안 7회 연주를 끌어온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 연주를 마치는 것이다. 이번 8회 차 마지막 공연에서는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30, 31, 32번을 휴식시간 없이 내리 연주한다.
젊은 나이에 베토벤 소나타 전곡 연주에 도전한 그를 두고 음악계에서 ‘너무 이른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있었지만 그는 우직하게 베토벤 탐구에 매진했다. 2001년 13세 때 연 첫 리사이틀에서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7번을 연주하기 시작해 2003년 열린 두 번째 리사이틀, 2004년 KBS교향악단과의 첫 협연에서도 그는 언제나 베토벤을 골랐다.
지난해 김선욱은 독일 본에 있는 베토벤 생가 ‘베토벤 하우스’에서 열린 언드라시 시프와의 마스터 클래스 및 베토벤 탄생일 기념 초청연주에 참여했다. 또 피아니스트 엘리자베스 레온스카야의 대타로 갑작스럽게 서게 된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 데뷔 무대에서도 존 엘리엇 가디너의 지휘로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4번을 연주했다.
“후반기로 접어들면서 틀에 짜여 있던 고전에서 낭만으로 전환되는 변화를 몸으로 실감한다. 자유로운 구성에 때로는 화려하게, 때로는 정적인 표현이 요구되는 부분도 더 명확해졌다. 더욱더 많은 상상력이 필요하다. 후기로 갈수록 작곡가의 상상력이 엄청나게 풍부해졌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