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동통신비 부담을 줄여주겠다던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이 반대 효과를 내고 있다. 단통법 시행 전에는 이동통신 3사가 보조금으로 가격경쟁을 벌였으나, 법이 시행된 이후에는 지원금 상한선(현 33만 원)이 생겨 소비자는 더 많은 돈을 주고 스마트폰을 구매할 수밖에 없다.
- 이에 통신 ‘호갱’(호구와 고객의 합성어로 비싼 값에 물건을 사는 사람을 가리킴)이란 단어까지 생겼다. 그렇다면 ‘호갱’이 되지 않는 방법은 없을까. ‘주간동아’는 이동통신사가 말하기 꺼려하는 통신비 할인 요령을 연재해 독자의 ‘호갱’ 탈출을 돕기로 했다.
- <편집자 주>

약간의 불편함 감수하면 싸진다

최근 군 복무를 마치고 대학에 복학한 서울 구로구의 박모(24) 씨는 당장이라도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로 바꾸고 싶다. 현재 쓰고 있는 요금제는 데이터양이 적어 답답하기 때문. 박씨는 “월 6GB 데이터를 제공하는 요금제를 이용 중인데 최근에는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동영상이 링크되는 경우가 많아 SNS와 모바일게임만으로 데이터가 소진되곤 한다. 월 1만 원을 더 내고 무제한 요금제로 바꾸고 싶지만 지금 학생인 데다 이동통신비와 용돈을 직접 벌어 쓰다 보니 더 비싼 요금제로 변경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미래창조과학부(미래부)에 따르면 4월 기준 LTE(4G) 인당 데이터 사용량은 6.06GB로 6GB를 넘어섰다. 이동통신 3사 가입자가 매달 6GB 데이터를 사용한다면 매달 통신비로만 5만 원대 후반을 지불해야 한다. SK텔레콤은 전화, 문자메시지 무제한 및 데이터 6.5GB를 제공하는 요금제가 월 5만6100원(부가세 포함). KT는 같은 조건에 데이터만 6GB를 제공해 매달 5만4890원(부가세 포함)을 받는다. 이동통신 3사 가운데 LG유플러스의 요금제가 가장 저렴하다. 같은 조건에 데이터 6.6GB를 제공하고 월 요금은 부가세 포함 5만5990원이다.
각 사의 6GB대 요금제 이용자가 매달 지급되는 데이터 외 1~3GB씩 추가 데이터를 쓴다면 무제한 요금제로 바꾸는 것이 이득이다. SK텔레콤의 경우 데이터 0.88GB를 추가 사용하면 1만8000원, KT는 1.2GB 추가 사용 시 2만7500원, LG유플러스는 무료 사용량 외 추가로 데이터를 쓰면 사용량에 상관없이 3GB까지 1만9800원 추가 요금이 정액 과금된다.
하지만 무제한 요금제는 SK텔레콤의 경우 월 9790원을 더 내면 매달 11GB씩 데이터가 제공되고 이를 다 쓰면 매일 2GB씩 추가로 데이터를 사용할 수 있다. KT는 월 1만1000원을 더 내면 월 10GB에 데이터 소진 시 매일 2GB씩 추가 데이터를 제공한다. LG유플러스는 월 9900원을 더 내면 SK텔레콤의 무제한 요금제와 같은 조건으로 데이터 사용이 가능하다.
로밍은 현지 유심카드로 해결

저렴한 만큼 불편한 점도 있다. 알뜰폰 유심 요금제는 스마트폰 판매 없이 유심만 판매하는 상품이다. 이 요금제를 이용하려면 이동통신사에 등록되지 않은 새 휴대전화나 등록이 만료된 중고 스마트폰을 별도로 구매해야 한다. 문제는 이 스마트폰을 구하기가 어렵다는 점. 게다가 일부 유심은 호환되는 이동통신사별, 휴대전화별로 이용이 제한되기도 해 처음 유심을 구매할 때 유의사항을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
먼저 이동통신 3사 대리점에서는 휴대전화만 따로 판매하지 않는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물론 스마트폰을 구할 수 있는 곳은 있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제조사 매장이나 공식 온라인 쇼핑몰을 이용하면 미등록 휴대전화를 구매할 수 있지만 10%가량 웃돈을 줘야 한다. 삼성전자 갤럭시S8은 64GB 기준 이동통신사 출고가가 93만5000원이지만, 삼성전자 공식 온라인 쇼핑몰 삼성스토어에서는 등록되지 않은 갤럭시S8을 102만8000원(6월 14일 현재)에 판매하고 있다. 스마트폰 판매점 관계자는 “이동통신사와 달리 제조사는 소비자와 계약으로 얻는 수익이 없기 때문에 이동통신사를 거치지 않고 판매했을 때 10% 추가 마진을 요구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웃돈을 주고 스마트폰을 구매하더라도 이동통신 3사의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와 비교하면 알뜰폰 유심 요금제가 더 이득이다. 현재 이동통신 3사를 통해 가장 저렴하게 스마트폰을 구매하는 방법은 매달 이동통신요금의 20%를 할인해주는 선택약정할인제도를 이용하는 것이다(‘주간동아’ 1091호 스마트폰 ‘호갱’ 탈출법 : ‘지금까지 통신비 20% 더 내고 계셨습니다’ 기사 참조). 단, 이 제도를 이용하면 단말기 가격 지원금을 받을 수 없다.
KT 기준으로 월 6만5890원 무제한 요금제를 쓸 경우 선택약정할인을 적용해도 단말기 할부금과 통신요금을 합해 매달 9만1640원을 지불해야 해 2년간 총 219만9360원을 내게 된다. 한편 102만8000원을 주고 스마트폰을 구매한 뒤 월 4만2900원(갤럭시S8은 3만 원대 요금제가 해당 안 됨)의 알뜰폰 유심 요금제를 사용한다면 2년간 총 205만7600원만 지불하면 된다.
3월 헬로모바일이 판촉을 위해 내놓은 알뜰폰 유심 요금제 ‘10GB 33요금제’(데이터 무제한 월 통신비 3만3000원)를 구매해 사용하고 있는 대학생 양모(24·여) 씨는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하는 혜택 등을 포기하는 것이 아쉽지만 이를 감안해도 통신비가 워낙 저렴해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알뜰폰 유심 요금제의 단점은 로밍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현지에서 선불제 유심카드를 구매해 바꿔 끼우거나 포켓 와이파이를 쓰는 방법 등으로 해결이 가능하다(‘주간동아’ 1092호 ‘호갱’ 탈출법 : ‘로밍과 에그, 포켓파이를 버려라!’ 기사 참조). 또 알뜰폰 유심 요금제는 선택약정할인 적용이 불가능하다. 애초 약정 상품이 아니기 때문. 그 대신 약정 기간이 없어 중간에 계약을 해지하더라도 위약금이 없다. 일각에서는 알뜰폰의 통화 품질 등을 걱정하기도 하는데, 기존 이동통신사와 동일한 수준이다. 알뜰폰업계 관계자는 “이동통신 3사의 통신망을 빌려 쓴다는 이유로 통화 품질을 걱정하는 고객이 종종 있다. 하지만 통신망을 빌려 쓴다는 것은 결국 이동통신 3사와 동일한 통신망을 사용하고 있다는 말과 같다. 그만큼 통화 품질에 차이가 없다”고 밝혔다.
10% 비싼 단말기 요금이 아깝다면
알뜰폰 유심 요금제에 가입해 저렴한 요금으로 데이터를 무제한 쓰고 싶지만 10%나 웃돈을 주고 공기계를 구매하는 게 아깝다면 중고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인터넷 포털사이트 검색창에 ‘중고 공기계 스마트폰’을 검색하면 중고 스마트폰 판매처를 쉽게 찾을 수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간혹 저렴하다는 이유로 개인 판매자를 통해 중고 공기계를 구매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방법으로 구매하면 추후 문제가 발생해도 보상받을 수 없다. 따라서 믿을 만한 업체를 통해 사는 것이 이득”이라고 말했다.또 중고 스마트폰은 아무리 상태가 좋아도 새 스마트폰에 비해 성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메모리 이용 이력이 있기 때문에 애플리케이션 구동 속도 등이 새 스마트폰과 비교해 느린 편이다. 배터리 역시 한 번이라도 썼다면 최대 충전량에서 손해를 볼 수 있다. 또 사후서비스(AS) 기간이 끝난 중고 스마트폰은 제조사 AS를 받을 수 없다.
대리점 출고가보다 비싸지만 제조사에서 직접 구매하는 것보다 싼 가격에 새 공기계를 사는 방법도 있다. 스마트폰 해외 직접구매(직구) 업체인 3KH가 운영하는 ‘체리폰’(www.3kh.kr)을 이용하면 된다. 이 사이트에서는 제조사에서 직접 구매하는 것보다 저렴한 가격에 미등록 스마트폰을 구매할 수 있다. 6월 15일 기준 체리폰에서 판매되는 갤럭시S8은 95만1720원으로 제조사에서 구매하는 것보다 7만6280원 저렴하다.
이곳에서 공기계를 구매하면 AS도 보장된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 제조사의 스마트폰은 각 제조사의 전국 서비스센터에서 동일하게 AS를 받을 수 있다. 블랙베리나 아이폰 등 해외 제품은 3KH가 AS를 대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