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친구와 결혼을 약속하고 새 시즌을 준비하는 서희경.
떠오르는 스타가 있는가 하면 조용한 시즌을 보낸 스타도 있다. 올 시즌 재도약을 준비하는 스타에는 누가 있을까.
서희경(27·하이트진로)은 화려하게 미국 무대를 밟았다. 2010년 3월 미국 캘리포니아 주 칼즈배드 라코스타 리조트에서 열린 기아클래식에서 당당히 우승을 차지하며 2011년 LPGA 진출에 성공한 것이다. 데뷔 첫해 출발은 불안했다. 5개 대회를 뛰면서 단 한 번도 10위 안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불안감은 6번째 대회인 에브넷 클래식을 끝으로 줄어들었다. 공동 6위에 오르며 상승세 발판을 마련했다.
2011년 7월 US여자오픈은 서희경의 존재감을 확실히 알리는 대회였다. 우승은 놓쳤지만 정상급 실력을 갖춘 선수라는 인식을 강하게 심어준 것이다. 서희경은 이 경기에서 후배 유소연(23·한화골프단)과 연장까지 가는 혈투를 펼쳤으나 운이 따르지 않으면서 아쉽게 우승을 놓쳤다.
2012년 또 한 번 우승 기회가 찾아왔다. 2월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LPGA 투어 개막전 호주여자오픈에 출전한 서희경은 17번 홀까지 1타 차 선두를 달렸다. 그러나 또 한 번 불운에 발목이 잡혔다. 18번 홀에서 파 세이브만 하면 우승할 수 있었음에도 1m 남짓한 짧은 퍼트가 홀을 빗나가 연장을 허용하고 말았다. 서희경은 US여자오픈에서도 채 1m가 안 되는 짧은 퍼트를 놓치면서 연장전에 돌입했다. 결정적 기회를 2번이나 날린 셈이다.
# 2009년 영광 재현에 구슬땀
서희경은 올해 새로운 마음으로 시즌을 준비 중이다. 몇 가지 좋은 징조도 있다. 첫 번째는 장비 교체다. 한국에서 미국으로 건너가면서 새로운 클럽으로 교체했다. 그러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다시 예전에 썼던 클럽을 사용하기로 했다. 2009년 전성기를 이끌었던 클럽이다. 신변에도 변화가 생겼다. 사귀던 남자친구와 최근 결혼을 약속했다. 홀로 투어 생활을 하는 선수에게 가장 큰 적은 외로움이다. 반면 가족과 친구는 가장 큰 힘이 된다. 2인자에 머물던 박인비가 2012년 1인자로 우뚝 서기까지도 약혼자 힘이 컸다. 함께 투어 생활을 하며 물심양면 후원하면서 마음의 짐을 덜어줬다.
양용은(41·KB금융그룹)에게 2012년은 시련의 시기였다. 4년 전 양용은은 세계 골프역사를 새로 쓰며 골프팬을 깜짝 놀라게 했다. 2009년 8월 열린 PGA 투어 시즌 마지막 메이저 대회 PGA 챔피언십에서 타이거 우즈(미국)를 상대로 역전승을 차지하며 아시아 남자골퍼로는 처음 메이저 왕좌에 올랐다. 하지만 양용은의 상승세는 이후 기세가 꺾였다. 2009년 상금랭킹 10위(348만9516달러)에서 2010년 67위(130만1726달러)로 내려왔고, 2011년 32위(231만4865달러)로 다시 순위를 끌어올렸지만 2012년 152위(45만4276달러)까지 떨어졌다.
모든 게 안 좋았다. 평균 타수는 70.28타(32위)에서 71.005(115위)타로 높아졌다. 다른 기록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드라이브 샷 페어웨이 적중률은 62.23%에서 61.06%로 낮아졌고, 그린 적중률 역시 62.52%에서 58.51%로 떨어졌다. 부진 원인은 훈련 부족이었다. 지난해 9월 시즌을 끝내고 귀국한 양용은은 “겨울 동안 거의 훈련하지 못했다. 제대로 준비하지 못한 상태에서 시즌을 시작한 게 부진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말했다.
양용은에겐 뚝심이 있다. 연습생으로 시작해 메이저 챔피언이 된 그에게 포기란 없다. 그는 재도약을 다짐했다.
“개구리가 멀리 뛰려고 몸을 더 많이 움츠리는 것처럼 나에게 지금은 그런 시기다. 조금만 더 지켜봐달라.”
양용은은 지난겨울 많은 땀을 흘렸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 팜스프링에 훈련 캠프를 차리고 시즌 개막을 준비했다. 첫 단추는 잘 끼웠다. 1월 하와이에서 열린 소니오픈에서 공동 20위로 무난한 출발을 보였다. 2009년 이후 개막전(현대 토너먼트 공동 19위)에서 거둔 가장 좋은 성적이다. 무엇보다 관심을 끌었던 건 경기를 거듭할수록 성적이 좋아졌다는 점. 첫날 70타로 시작해 2, 3라운드 68타, 마지막 4라운드에선 63타를 쳤다. 양용은은 “2013년 배수진을 치겠다. 초심으로 돌아가 다시 시작하겠다”며 굳은 의지를 내비쳤다.
# ‘왼손의 제왕’ 추락 멈추나
‘왼손의 제왕’ 필 미컬슨(43·미국)은 1992년 PGA 투어에 데뷔해 통산 40승을 올린 베테랑이다. 40승 가운데 4승이 메이저 우승이다. 2010년 미컬슨은 추락한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 뒤를 이을 새 골프황제 후보로 평가받았다. 예상은 빗나갔다. 세계랭킹 1위 자리를 넘보던 미컬슨은 오히려 추락했다. 10월 발표된 세계랭킹에서 잉글랜드 출신 리 웨스트우드에 밀려 3위로 떨어졌다. 2009년 마스터스 우승 이후 1위 자리를 넘보던 미컬슨에게는 치욕적인 순간이었다.
추락은 계속됐다. 2011년과 2012년 1승씩에 그치면서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1월 넷째 주 현재 세계랭킹은 22위다. 그의 부진 원인으로 체력을 첫손에 꼽는다. 40대 중반에 접어들면서 체력적으로 부담을 느끼는 데다, 샷 정확도도 떨어졌다.
그는 부진에서 탈출하려고 자구책을 펴기도 했다. 체력 보강을 위해 체중을 10kg 이상 감량하고, 한때 격투기도 배웠다. 퍼터를 바꾸는 등 계속 노력했다. 노력 결과는 서서히 성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미컬슨은 2010년 6위에서 2011년 12위까지 떨어진 상금랭킹을 2012년 8위로 끌어올렸다.
하지만 여전히 불안감은 남아 있다. 샷 정확도가 예전만 못하다. 2011년과 비교하면 2012년 기록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평균 타수는 69.89타에서 70.030타로 약간 높아졌고, 그린 적중률 역시 66.96%에서 64.14%로 낮아졌다. 2013 시즌 재도약을 위해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