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1인 기획사 차려
첫 방송을 앞두고 서울 홍대 근처 한 카페에서 강지환을 만났다. 지난해 영화 ‘차형사’ 개봉 당시와 비교하니 살이 쏙 빠진 모습이다. 영화 때문에 일부러 15kg을 찌웠다가 다시 그만큼 감량했는데, 지난해 말 소속사 문제로 과음을 계속한 탓에 살이 쪄 다시 다이어트 중이라고. 강지환은 현재 전 소속사인 에스플러스 엔터테인먼트와 전속계약 내용을 두고 법적다툼 중이다. 그의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화우의 오주연 변호사는 “전 소속사와의 전속계약이 지난해 12월 31일 만료됐고, ‘돈의 화신’ 출연은 그 후 배우와 제작사가 직접 접촉해 결정한 일이기에 법적으로 문제없다”고 밝혔다. SBS 관계자도 “강지환 씨 출연에 관한 법률 검토를 이미 마쳤으며 아무 문제없어 캐스팅했다”고 설명했다.
▼ 남자주인공 이차돈은 어떤 인물인가.
“부동산 재벌 아들이었으나, 변호사 등 법조인이 짜고 아버지 재산을 강탈하는 바람에 고아원에서 자란 뒤 검사가 된다. 처음에는 비리를 일삼으며 승승장구하지만 나중에 부모를 죽인 사람이 법조계의 힘 있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알고 온갖 고초를 겪으며 정의를 되찾는 인물이다.”
▼ 상대역인 황정음 씨와는 연기 호흡이 잘 맞나.
“3년 전 옴니버스 형식의 드라마 텔레시네마인 ‘내 눈에 콩깍지’에 함께 출연한 적이 있다. 또 정음 씨가 MBC TV 예능프로그램 ‘우리 결혼했어요’에 출연할 때 내 팬이라고 얘기해서 그런지 왠지 모를 유대감이 있었다. 호흡이 잘 맞고 시너지 효과도 날 것 같아 은근히 기대된다.”
그의 데뷔작은 뮤지컬이다. 2002년 뮤지컬 ‘록키호러쇼’에서 그가 맡은 배역은 주연도, 조연도 아닌 코러스였다.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가족이나 친구 외에는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비중이 작은 ‘앙상블’이라는 역”이었다. 기자도 그 작품을 봤는데, 당시 단역을 하기엔 아까운 외모와 주연 못지않은 열정이 느껴져 자꾸만 눈길이 갔던 기억이 난다. 그로부터 3년 후 첫 주연을 맡은 MBC TV 일일연속극 ‘굳세어라 금순아’가 시청률 40%에 육박하면서 단숨에 스타 반열에 올랐다.
▼ 어쩌다 ‘록키호러쇼’에 출연했나.
“배우를 꿈꿨지만 그래픽디자인을 전공해 연극이나 영화 쪽에 아는 사람이 없었다. 강남 유명 미용실에서 스태프로 일하는 군대 동기한테 혹시 연이 닿는 매니저가 있으면 한 명만 소개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렇게 처음 만난 분이 뮤지컬 제작자였는데 뮤지컬을 하면 춤과 노래, 연기를 모두 배울 수 있어 연기 초짜에겐 많은 도움이 될 거라고 조언해줬다. 그래서 뮤지컬에 입문했다.”
▼ 연예활동을 하면서 힘든 점은.
“이번처럼 큰일(전 소속사와의 문제)이 불거졌을 때 즉각 대응하지 못하는 게 가장 힘들다. 서로 대립하니까 어떤 얘기를 하든 빌미가 될 것 같아 함구할 수밖에 없었다. 썩 외향적이진 않아도 작품할 때마다 감독, 배우들과 잘 지내 인간관계에서는 어려움을 느끼지 않았는데 연예인과 소속사 문제는 또 다른 차원인 것 같다. 다른 기획사와 계약하는 게 내키지 않아 최근 1인 기획사를 차렸다.”
전력 질주 각오로 연기

영화 ‘차형사’ 출연 당시 모습.
“그 작품을 위해 방송 2개월 전부터 트레이너와 합숙하며 몸을 만들었다. 감독, 작가와도 미팅을 마치고 두 달 정도 ‘추노’ 준비에 매진했는데, 막판에 일이 틀어졌다. 당시 소속사가 제작사와 판권 및 출연 개런티를 협의하면서 배우보다 회사 이익을 앞세웠던 것 같다. 나중에 제작사로부터 ‘네가 개런티 올려달라고 한 것이 맞느냐’는 얘기를 들었다. 법원에서 이미 판결났지만, 전 소속사에 7년간 몸담으면서 못 받은 개런티가 많고, 작품을 선택할 때 나에겐 결정권이 없었다. 거기에 ‘추노’ 문제가 더해지면서 갈등 골이 더 깊어졌다. 그때만 해도 출연 결정이 번복된 일은 처음이라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한창 공을 들이던 배역이 날아가자 충격과 허탈감이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컸다.”
▼ 취미는 뭔가.
“자동차를 무척 좋아해 튜닝하는 걸 즐긴다. 가구 배치를 달리해 집 안 분위기를 새롭게 바꾸는 것도 좋아한다. 집에서 뜯고 만지고 뒤지고 청소하고 그런 걸 좋아한다. 지인을 집에 초대해 놀기도 잘한다.”
▼ 연예인 친구는 많이 사귀었나.
“공교롭게도 작품에서 함께 연기한 배우가 대부분 여배우라 그들과 친한 편이었는데, 작품이 끝난 뒤 만나면 괜한 오해를 사 불편해지더라. 한두 명은 이미 시집갔고. 근래에는 프리랜서로 나선 전현무 아나운서와 친하게 지낸다. 남자들과 소주나 와인을 마시고, 시장에서 순댓국도 먹고 그런다.”
▼ 여배우 가운데 고현정 씨와 ‘굉장히’ 친하다는 소문이 있었다.
“그때 ‘땡큐’였다. 첫 스캔들이 고현정 선배님과 나서…. 당시 현정이 누나랑 이종혁, 최강희 씨와 함께 인정옥 작가의 ‘내가 나빴다’에 캐스팅돼 대본연습을 했는데, 첫 촬영을 며칠 앞두고 드라마가 엎어졌다. 표민수 감독님이 잘 이끌어준 덕에 분위기가 좋았고 배우끼리도 무척 친해져 몇 번 더 자리를 가졌는데 그게 좀 와전된 것 같다(웃음).”
▼ 성격이 긍정적인가 보다.
“지금은 작품에 누가 되면 안 된다는 생각뿐이다. 이런 논란이 생기면 배우는 점점 더 고립되고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이걸 해명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연기를 잘해서 좋은 작품으로 다가가는 것뿐이라고 생각한다. 시청자가 강지환이 아니라 이차돈에 집중할 수 있도록 혼신의 노력을 다할 거다. 작품이 끝날 때까지 육상 트랙을 전력 질주한다는 각오로 뛸 생각이다.”
그에겐 지금이 위기요, 기회다. 이 고비에서 주저앉느냐, 정면승부로 극복하고 더 큰 배우가 되느냐는 순전히 그의 몫이다. 그에겐 위기를 기회로 만들 배짱과 진정성이 있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