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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려령 작가의 소설을 원작으로 영화로도 큰 인기를 끌었던 ‘완득이’가 뮤지컬로 변신했다. 서울 홍익대학교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 개관작인 뮤지컬 ‘완득이’는 세상에 대한 분노로 싸움과 가출을 일삼는 아이가 담임인 ‘똥주 선생님’ 덕분에 엄마와 만나고 킥복싱을 배우며 세상과 화해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어디선가 많이 들어본 듯한 이야기를 담은 뮤지컬 ‘완득이’가 대중에게 인기를 끌 수 있는 이유는 ‘착한 이야기’에 웃음을 덧붙였기 때문이다. 이 작품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인물은 주인공 완득이도, 동주 선생님도 아닌 하느님이다. 긴 머리에 수염이 덥수룩한 하느님은 꼭 고(故) 앙드레김을 연상케 하는,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간 흰옷을 입고 나타나 무대를 장악한다. “제발 동주 좀 죽여주세요!”라고 기도하는 완득이에게 못마땅한 표정을 짓는 것은 물론, 퉁퉁한 뱃살을 튕기고 엉덩이를 흔들며 랩을 한다. 게다가 그 하느님이 완득이네 옆집에서 걸핏하면 “씨불놈” 하고 욕을 지껄이는 사내와 동일인물이라는 설정은 곱씹을 만하다. 평범한 이야기를 특별하게 만들려고 각색, 연출을 맡은 제작진이 얼마나 고심했을지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또한 뮤지컬 넘버 가운데 랩, 트로트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드는 곡이 많은 점도 눈길을 끈다. 창작뮤지컬다운 패기가 느껴졌다.
한편 2막 동주 선생님과 완득이, 완득이 아버지와 어머니의 갈등이 고조되는 장면은 아쉬움을 남긴다. 상대의 말을 듣지 않고 자기주장만 하는 설정을 너무 오래 지속해 지루했으며, 갈등을 지나치게 강조하다 보니 도리어 갈등이 사라진 결말에 이르자 허무한 느낌이 들었다. 또한 앙상블이 연기한 학교 친구들의 에피소드는 주제 의식과 크게 맞닿지 않는 데다 같은 가사를 반복해 지루한 느낌을 준 것도 ‘옥에 티’였다.
결국 기적은 없었다. 하지만 완득이는 끝까지 버티며 위로받고 싶은, 용기를 얻고 싶은 사람을 떠올리게 한다. 여전히 추운 겨울, 온기가 필요한 사람에게 꼭 권하고 싶은 뮤지컬이다. 3월 23일까지, 서울 홍익대학교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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