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보 토오루 지음/ 박재현 옮김/ 이상/ 194쪽/ 1만3000원
면역학 분야에서 세계적 권위자인 저자는 “현대인을 괴롭히는 수많은 질병의 원인은 잘못된 생활습관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잘못된 생활습관 탓에 자율신경계, 체온, 백혈구, 에너지 생성계에 이상이 생긴다는 것. 이 네 가지는 몸 전체를 통솔하는 시스템으로 ‘건강한 생활’과 직결된다. 만병통치약은 없어도 만병의 근원은 있는 셈이다.
“질병 대다수, 특히 고혈압, 당뇨, 각종 암은 오랜 세월 동안 방치돼온 잘못된 습관과 주변 환경 때문에 생긴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이런 질병들은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오는 것이 아니다. 질병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기까지 자신이 무관심하고 그 상태로 방치했을 뿐이다. 건강과 질병의 열쇠는 면역력이 쥐고 있다.”
바쁜 현대인에게 고민과 불안, 근심 같은 정신활동은 교감신경의 팽팽한 긴장으로 이어진다. 사람은 해가 높이 뜬 낮에 일하기 때문에 낮엔 교감신경이 활발해지고, 휴식을 취하는 밤엔 부교감신경이 우위를 점하는 것이 정상이다. 하지만 현대인은 밤낮없이 교감신경이 우위인 채 과로하는 탓에 교감신경이 곤두서 있다. 밤에는 긴장을 풀고 충분히 휴식을 취해야 하는 태초의 DNA를 거스르는 것이다. 툭하면 약을 먹는 것도 교감신경을 긴장시키는 또 하나의 원인이다. 물론 병을 고칠 생각으로 많은 약을 꼬박꼬박 챙겨먹겠지만, 약은 기본적으로 화학물질로 만든 독(毒)이다. 약을 복용하면 대부분 나른하고 무기력해진다. 또한 맥박이 빨라지고 혈압이 올라간다. 이것도 교감신경이 긴장해서 나타나는 증상인데, 병원에서는 이 증상에 맞춰 약을 추가로 처방하는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진다.
인체 역시 여느 동물과 마찬가지로 스스로 치유할 수 있는 힘을 지닌다. 예를 들어, 화상을 입으면 피부가 붓는 것이 그것이다. 몸은 병이나 암에 그저 맥없이 항복하는 것이 아니다. 어떤 식으로든 조직이 파괴될 경우, 혈류를 증가시켜 열을 내거나 붓고 끙끙 앓는 작용으로 회복을 시작한다. 통증이 생기고, 열과 땀이 나며, 설사 같은 증상이 나타나는 것은 병을 고치려는 우리 몸의 격렬한 반응이다. 그런데 이런 증상을 진통제나 해열제, 소염제로 멈추려 한다면 일시적으로 증상이 가라앉긴 해도 우리 몸이 지닌 치유 반응에 역행하는 꼴이다. 즉, 병 원인을 찾아 치유한 것이 아니라 겉으로 드러난 증상을 임시변통으로 막은 것에 불과하다.
“우리 몸에 병이나 이상 증세가 나타날 때는 무조건 두려워할 것이 아니라 ‘균형을 잃고 어느 한쪽으로 치우친 생활을 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자신의 몸이 보내고 있다고 여겨야 한다. 암이 발견됐을 경우에도 이제 잘못된 생활에 종지부를 찍고, 모처럼 생긴 암세포와 몇 년 동안 함께 생활하고자 하는 마음을 다잡지 않으면 안 된다.”
저자는 암에 걸려도 초조해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한시라도 빨리 암세포가 저절로 없어지고 작아지게 만들겠다는 생각보다는 몸을 따뜻하게 하고 식이요법을 병행하면서 여러 방법을 강구해 혈류를 늘리고 림프구가 제 구실을 하도록 하면 암을 이겨낼 수 있다는 것이다.
면역력을 키우고 병에 잘 걸리지 않는 몸을 만드는 비결은 의외로 간단하다. 체온을 높이고, 심호흡을 통해 몸속에 산소를 충분히 공급하며, 채소와 과일, 견과류를 많이 먹는 것이다. 여기에 고민과 분노를 피하고 수면시간을 지키며 긍정적으로 생활한다면 더 효과적이다. 이미 귀가 닳도록 들은 내용이다. 하지만 이러저러한 이유로 실천하기는 어렵다. 그러는 사이 수많은 질병이 건강한 우리 몸을 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