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기업의 중국 시장 전략이 근본적으로 변하고 있다. 가장 큰 변화는 중국을 생산거점이 아닌 소비시장으로 공략한다는 점이다. 판매 제품을 ‘고품질 낮은 가격’의 현지형 제품으로 바꾸고, 중국을 연구개발(R·D) 거점으로 활용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그동안 한국 기업은 일본 기업의 중국 시장 무시(?)와 제품 전략 실패로 반사이익을 거둔 측면이 없지 않다.
사실 일본 기업은 한국 기업보다 더 빨리 중국에 진출할 수 있었다. 한국과 중국의 국교정상화가 일본보다 20년이나 늦었으니 말이다. 그러나 2000년대 전반까지 일본 기업의 중국 시장 점유율은 높지 않았다. 일본 기업이 중국을 주로 생산거점으로 활용하면서 일부 고소득층을 대상으로 고가의 제품만 판매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예상을 뛰어넘는 중국 시장의 확대로 고소득층을 겨냥한 제품 전략은 한계를 드러냈다. 한국 기업의 약진도 일본 기업의 제품 전략을 수정토록 부추겼다. 2000년대 중반 이후 일본 기업은 과잉품질을 반성하고 기술우선 전략을 수정하는 분위기다.
일본 기업의 중국 시장 전략 변화는 완제품 업체(세트 업체)뿐 아니라, 부품 소재와 인프라 부문까지 전 방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전자제품, 자동차 등 한동안 중국 시장에서 고전하던 일본 완제품 업체가 중저가의 현지형 제품 개발을 강화하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파나소닉과 도요타자동차다.
파나소닉은 일본 기업 가운데 가장 먼저 중국에 진출했다. 중국 소비자의 니즈에 적합한 제품을 개발하려고 2005년엔 상하이에 연구소도 설립했다. 중국에서 판매하는 파나소닉 제품에 대한 기획과 제안 업무를 담당하는 이 연구소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는 2007년 발매한 광은(光銀)이온 세탁기. 현지용 제품을 기획하기 위해 중국인 가정을 방문, 조사하는 과정에서 항균 기능을 갖춘 세탁기에 대한 소비자의 니즈를 파악했다. 상하이교통대학과 공동으로 개발한 광은이온 세탁기는 히트상품이 됐다. 이 상품의 히트에 힘입어 파나소닉의 드럼 세탁기도 판매 호조를 보이고 있다.
과잉품질 버리고 양품염가로
도요타자동차는 2010년부터 새로운 신흥국 제품개발 전략인 RRCI를 시행 중이다. RRCI는 R(Ryohin·양품·良品), R(Renka·염가·廉價), C(Costs), I(Innovation)의 약자다. 도요타자동차 생산 및 공급 업체를 중심으로 ‘양품염가’의 제품을 만들려고 설계에서부터 생산까지 가치사슬의 전 과정을 새롭게 진단한 뒤 기존과는 다른 제품 전략을 추진하는 것이 핵심이다. 즉,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 시장에 가격은 낮되 품질은 낮지 않은 제품을 투입하려고 관련 기업과 공동으로 노력하는 것이다. 중국 시장에는 볼륨 존(volume zone) 고객을 타깃으로 한 소형차와 미니밴을 투입할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중국 소비자의 니즈를 감안해 실내 공간을 충분히 확보하는 것은 물론, 비용도 30% 이상 절감할 생각이다.
일본이 전통적으로 강한 부품소재 및 장치산업 기업은 중국 시장 진출 확대와 현지 고객 확보에 나섰다. 먼저 중국 시장의 급성장과 엔고 등 일본 내 경영환경의 악화로 전기전자부품 업체의 해외 진출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무라타(村田)제작소가 대표적이다. 해외 생산 비중이 15%에 불과할 만큼 국내 생산에 치중해온 무라타제작소는 먼저 범용성이 높은 제품을 중심으로 해외 생산을 확대해, 2012년까지 해외 매출 비중을 30%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이를 위해 2011년 4월 중국 우시(無錫)에 적층세라믹콘덴서(MLCC)의 새로운 제조시설을 만들었으며, 그해 7월에는 선전(深)에 무선 랜(LAN) 모듈 제조시설을 이관했다.
자동차부품 및 기계 업체들은 중국 현지 고객을 확보하려고 연구개발 기능을 이전하고 현지 통합관리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과거 일본 자동차부품 업체는 완성차 업체와 동반 진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부품 업체의 해외 진출 기간이 길어지고, 신흥국의 자동차생산이 급증하면서 새로운 고객을 개척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예를 들어, 야치요(八千代)공업은 중국 거점에 판매 부문을 설립해 현지 고객을 개척하고 있으며, 도요타자동차의 자회사 제이텍트(JTEKT)는 중국에 일관생산 체제를 구축하려고 일부 공정을 현지의 2차 부품 업체에 위탁했다.
연구개발 측면에서는 노동집약적 성격이 강한 소프트웨어 개발과 관련한 현지 인력 확보, 시험 및 평가, 애플리케이션 개발기능 이관 등 현지화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자동차부품 업체 덴소(Denso)는 2009년 4월 상하이소프트웨어개발회사(上海電裝創智信息技術有限公司)를 인수해 자동차 내비게이션을 중심으로 한 소프트웨어 개발에 집중하는 중이다. 덴소는 2012년까지 인원을 120명으로 확대해 중국 내 생산 및 판매 거점을 총괄하는 한편, 각 부문과 거점을 연계하는 통합관리조직을 추진해 위상을 강화하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정부 협력으로 경쟁력 강화
일본 기업의 중국 진출과 관련한 또 하나의 크고 중요한 부문은 공공 인프라사업이다. 환경, 에너지, 위생을 축으로 한 중국 인프라사업에 일본 기업이 적극 진출하고 있다. 현재 중국은 급속한 경제성장과 함께 인프라 확충에 열심이다. 동부 연안의 1급 도시 발전과 함께 2급 도시의 인구 증가, 내륙부 3, 4급 도시의 발전 및 인구 집중으로 상하수도, 전력, 쓰레기 처리 등 도시 기반 시설 구축이 당면 과제로 떠올랐다.
일본 기업은 그중 상수 및 하수처리 사업 부문에 활발히 진출하고 있다. 마루베니(丸紅), 스미토모(住友)상사, 닛키(日揮)등은 중국의 하수처리, 수자원, 담수사업 부문에 적극 관여하는 중이다. 수처리막기술 등 소재 기술력이 뛰어난 도레이(東レ)는 산둥(山東)성 칭다오(靑島)시와 허베이(河北)성 탕산(唐山)시의 해수담수화플랜트 사업을 수주했다. 히타치((日立)조선은 다롄, 상하이, 톈진, 베이징 등 주요 도시의 쓰레기소각장 사업을 수주했다.
일본 정부는 자국 기업의 인프라사업 경쟁력을 강화하려고 2010년 6월 신(新)성장 전략의 하나로 ‘패키지형 인프라 해외 전개’를 선정했다. 일본 기업이 해외 인프라 정비 사업에 진출할 때 원자력발전소와 고속철도 등의 설비 건설뿐 아니라, 시공 후 관리 및 운영 사업까지 수주할 수 있도록 전반적으로 지원하는 정책이다.
일본 기업의 중국 시장 전략 변화는 한국 기업에 4가지 측면에서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첫째,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 시장에서 일본 기업과의 경쟁이 격화할 것이다. 일본 기업의 목표 영역이 기존 한국 기업의 경쟁 부문과 겹치는 점을 눈여겨봐야 한다. 둘째, 한국의 부품소재 업체는 성장과 도태의 기로에 직면할 것이다. 일본 기업의 중국 시장 진출 확대에 따른 기술파급 효과로 중국 기업의 따라잡기 속도가 빨라지면서 부품소재 부문에서 한국 업체가 일본과 중국 사이에 끼는 ‘샌드위치 현상’이 우려된다.
셋째, 한국 완제품 기업의 부품소재 수급 구조에 불확실성이 높아질 것이다. 일본 부품소재 기업이 일본 완제품 업체 및 해외 현지 고객을 확대하면서 한국 완제품 업체의 ‘바게닝 파워’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한국 업체보다 먼저 일본 업체에 부품소재 공급 물량을 확보해주고 첨단 부품소재를 공급하는 등의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넷째, 공공 인프라 부문에서 일본과의 경쟁이 심화할 것이다. 일본 기업과 정부가 협력해 신흥국 인프라사업에 진출하는 사례가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한국 기업은 현지화 강화, 저가화 혁신 및 중국 이외의 다른 신흥국 시장으로의 진출 다변화를 적극 추진해야 한다. 아울러 부품소재 업체는 경쟁력을 높이고, 여타 신흥국 시장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거래처를 개척하는 등 고객을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 완성품 생산 업체는 시장에서 선도 수요 기업으로서의 위상을 강화하고, 인프라사업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다른 기업 및 정부와의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사실 일본 기업은 한국 기업보다 더 빨리 중국에 진출할 수 있었다. 한국과 중국의 국교정상화가 일본보다 20년이나 늦었으니 말이다. 그러나 2000년대 전반까지 일본 기업의 중국 시장 점유율은 높지 않았다. 일본 기업이 중국을 주로 생산거점으로 활용하면서 일부 고소득층을 대상으로 고가의 제품만 판매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예상을 뛰어넘는 중국 시장의 확대로 고소득층을 겨냥한 제품 전략은 한계를 드러냈다. 한국 기업의 약진도 일본 기업의 제품 전략을 수정토록 부추겼다. 2000년대 중반 이후 일본 기업은 과잉품질을 반성하고 기술우선 전략을 수정하는 분위기다.
일본 기업의 중국 시장 전략 변화는 완제품 업체(세트 업체)뿐 아니라, 부품 소재와 인프라 부문까지 전 방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전자제품, 자동차 등 한동안 중국 시장에서 고전하던 일본 완제품 업체가 중저가의 현지형 제품 개발을 강화하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파나소닉과 도요타자동차다.
파나소닉은 일본 기업 가운데 가장 먼저 중국에 진출했다. 중국 소비자의 니즈에 적합한 제품을 개발하려고 2005년엔 상하이에 연구소도 설립했다. 중국에서 판매하는 파나소닉 제품에 대한 기획과 제안 업무를 담당하는 이 연구소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는 2007년 발매한 광은(光銀)이온 세탁기. 현지용 제품을 기획하기 위해 중국인 가정을 방문, 조사하는 과정에서 항균 기능을 갖춘 세탁기에 대한 소비자의 니즈를 파악했다. 상하이교통대학과 공동으로 개발한 광은이온 세탁기는 히트상품이 됐다. 이 상품의 히트에 힘입어 파나소닉의 드럼 세탁기도 판매 호조를 보이고 있다.
과잉품질 버리고 양품염가로
도요타자동차는 2010년부터 새로운 신흥국 제품개발 전략인 RRCI를 시행 중이다. RRCI는 R(Ryohin·양품·良品), R(Renka·염가·廉價), C(Costs), I(Innovation)의 약자다. 도요타자동차 생산 및 공급 업체를 중심으로 ‘양품염가’의 제품을 만들려고 설계에서부터 생산까지 가치사슬의 전 과정을 새롭게 진단한 뒤 기존과는 다른 제품 전략을 추진하는 것이 핵심이다. 즉,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 시장에 가격은 낮되 품질은 낮지 않은 제품을 투입하려고 관련 기업과 공동으로 노력하는 것이다. 중국 시장에는 볼륨 존(volume zone) 고객을 타깃으로 한 소형차와 미니밴을 투입할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중국 소비자의 니즈를 감안해 실내 공간을 충분히 확보하는 것은 물론, 비용도 30% 이상 절감할 생각이다.
일본이 전통적으로 강한 부품소재 및 장치산업 기업은 중국 시장 진출 확대와 현지 고객 확보에 나섰다. 먼저 중국 시장의 급성장과 엔고 등 일본 내 경영환경의 악화로 전기전자부품 업체의 해외 진출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무라타(村田)제작소가 대표적이다. 해외 생산 비중이 15%에 불과할 만큼 국내 생산에 치중해온 무라타제작소는 먼저 범용성이 높은 제품을 중심으로 해외 생산을 확대해, 2012년까지 해외 매출 비중을 30%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이를 위해 2011년 4월 중국 우시(無錫)에 적층세라믹콘덴서(MLCC)의 새로운 제조시설을 만들었으며, 그해 7월에는 선전(深)에 무선 랜(LAN) 모듈 제조시설을 이관했다.
자동차부품 및 기계 업체들은 중국 현지 고객을 확보하려고 연구개발 기능을 이전하고 현지 통합관리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과거 일본 자동차부품 업체는 완성차 업체와 동반 진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부품 업체의 해외 진출 기간이 길어지고, 신흥국의 자동차생산이 급증하면서 새로운 고객을 개척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예를 들어, 야치요(八千代)공업은 중국 거점에 판매 부문을 설립해 현지 고객을 개척하고 있으며, 도요타자동차의 자회사 제이텍트(JTEKT)는 중국에 일관생산 체제를 구축하려고 일부 공정을 현지의 2차 부품 업체에 위탁했다.
연구개발 측면에서는 노동집약적 성격이 강한 소프트웨어 개발과 관련한 현지 인력 확보, 시험 및 평가, 애플리케이션 개발기능 이관 등 현지화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자동차부품 업체 덴소(Denso)는 2009년 4월 상하이소프트웨어개발회사(上海電裝創智信息技術有限公司)를 인수해 자동차 내비게이션을 중심으로 한 소프트웨어 개발에 집중하는 중이다. 덴소는 2012년까지 인원을 120명으로 확대해 중국 내 생산 및 판매 거점을 총괄하는 한편, 각 부문과 거점을 연계하는 통합관리조직을 추진해 위상을 강화하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정부 협력으로 경쟁력 강화
일본 기업의 중국 진출과 관련한 또 하나의 크고 중요한 부문은 공공 인프라사업이다. 환경, 에너지, 위생을 축으로 한 중국 인프라사업에 일본 기업이 적극 진출하고 있다. 현재 중국은 급속한 경제성장과 함께 인프라 확충에 열심이다. 동부 연안의 1급 도시 발전과 함께 2급 도시의 인구 증가, 내륙부 3, 4급 도시의 발전 및 인구 집중으로 상하수도, 전력, 쓰레기 처리 등 도시 기반 시설 구축이 당면 과제로 떠올랐다.
일본 기업은 그중 상수 및 하수처리 사업 부문에 활발히 진출하고 있다. 마루베니(丸紅), 스미토모(住友)상사, 닛키(日揮)등은 중국의 하수처리, 수자원, 담수사업 부문에 적극 관여하는 중이다. 수처리막기술 등 소재 기술력이 뛰어난 도레이(東レ)는 산둥(山東)성 칭다오(靑島)시와 허베이(河北)성 탕산(唐山)시의 해수담수화플랜트 사업을 수주했다. 히타치((日立)조선은 다롄, 상하이, 톈진, 베이징 등 주요 도시의 쓰레기소각장 사업을 수주했다.
일본 정부는 자국 기업의 인프라사업 경쟁력을 강화하려고 2010년 6월 신(新)성장 전략의 하나로 ‘패키지형 인프라 해외 전개’를 선정했다. 일본 기업이 해외 인프라 정비 사업에 진출할 때 원자력발전소와 고속철도 등의 설비 건설뿐 아니라, 시공 후 관리 및 운영 사업까지 수주할 수 있도록 전반적으로 지원하는 정책이다.
일본 기업의 중국 시장 전략 변화는 한국 기업에 4가지 측면에서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첫째,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 시장에서 일본 기업과의 경쟁이 격화할 것이다. 일본 기업의 목표 영역이 기존 한국 기업의 경쟁 부문과 겹치는 점을 눈여겨봐야 한다. 둘째, 한국의 부품소재 업체는 성장과 도태의 기로에 직면할 것이다. 일본 기업의 중국 시장 진출 확대에 따른 기술파급 효과로 중국 기업의 따라잡기 속도가 빨라지면서 부품소재 부문에서 한국 업체가 일본과 중국 사이에 끼는 ‘샌드위치 현상’이 우려된다.
셋째, 한국 완제품 기업의 부품소재 수급 구조에 불확실성이 높아질 것이다. 일본 부품소재 기업이 일본 완제품 업체 및 해외 현지 고객을 확대하면서 한국 완제품 업체의 ‘바게닝 파워’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한국 업체보다 먼저 일본 업체에 부품소재 공급 물량을 확보해주고 첨단 부품소재를 공급하는 등의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넷째, 공공 인프라 부문에서 일본과의 경쟁이 심화할 것이다. 일본 기업과 정부가 협력해 신흥국 인프라사업에 진출하는 사례가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한국 기업은 현지화 강화, 저가화 혁신 및 중국 이외의 다른 신흥국 시장으로의 진출 다변화를 적극 추진해야 한다. 아울러 부품소재 업체는 경쟁력을 높이고, 여타 신흥국 시장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거래처를 개척하는 등 고객을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 완성품 생산 업체는 시장에서 선도 수요 기업으로서의 위상을 강화하고, 인프라사업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다른 기업 및 정부와의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