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3월 8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한국여성단체협의회 주최 여성의 날 기념 토론회.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대표적인 여성 지도자 몇 사람이 나왔다고 해서 정치 구조가 바뀌는 것은 아니다”라며 “정치를 바꾸려면 구성원 가운데 최소 3분의 1까지 여성 참여 비율이 높아져야 한다”고 말했다.
최소 3분의 1까지 여성 참여해야
그러나 일정 비율을 정해 여성 후보자를 ‘닥치고 공천’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오히려 검증 안 된 여성 후보를 발탁했다 낭패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2010년 지방선거 때 각 당은 여성 배려 차원에서 비례대표로 다수의 여성 후보자를 공천했다. 그 덕에 기초, 광역의원에 상당수의 여성 의원이 당선했다. 그러나 이들 가운데 일부는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다. 자신을 알아보지 못한다며 공무원에게 행패를 부려 물의를 빚은 모 시의원이 있었는가 하면, 백화점에서 물건을 훔치다 적발된 시의원도 있었다. 엄격한 검증 없이 무분별하게 여성 후보자를 공천한 부작용이다.
한 정치평론가는 “양적으로 여성 정치 참여가 느는 것도 중요하지만, 제도권에 진입한 여성 정치인이 좋은 평가를 받아야 더 많은 여성 예비정치인이 참여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고 말했다. 여성 정치 참여 비율을 높이려면 정당 차원의 ‘배려’도 있어야 하겠지만, 기성 여성 정치인이 국민으로부터 ‘능력’을 인정받아야 더 많은 여성에게 기회가 돌아간다는 얘기다.
여성 정치인의 활발한 정치 참여를 막는 또 다른 걸림돌로 ‘정치인’에 앞서 ‘여성’으로 보려는 일부 유권자의 그릇된 시각과 태도를 지적하는 이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여성 정치인은 “여성에 대한 국민 인식이 많이 바뀌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여성 정치인에 대한 편견은 남아 있다”며 “악수하려고 내민 손을 의식적으로 피하거나, 위아래로 훑어보는 남성 유권자 때문에 모멸감을 느낄 때도 있다”고 말했다.
이소영 대구대 교수는 “비례대표에 여성 우선 공천을 실시하는 등 제도적 측면에서 우리나라는 여성 정치 참여의 길을 많이 열어놓았다”며 “다만 사회적 인식이 뒷받침되지 않아 형식에 그친 면이 없지 않다”고 지적했다. 남성 정치인의 경우 리더십과 능력에 초점을 맞춰 후보자를 평가하는 데 반해, 여성 정치인은 연예인을 평가하듯 정책보다는 외모와 이미지를 먼저 보려는 경향이 강하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여성 지도자도 남성 지도자와 같은 평가 기준으로 보려는 사회적 인식이 뒷받침돼야 양성 평등과 균형 잡힌 정치문화가 뿌리내릴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