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는 영국인이다. 이탈리아에서 책이 번역돼 강연을 하러 이곳, 투스카니에 왔다. 젊은 시절 꽤나 미남이었음에 틀림없는 이 남자는 희끗한 머리카락이 은은하게 매력을 더하는, 아직도 턱선이 날렵한 지적인 모습의 작가다.
여자는 프랑스인이다. 고유물과 복제품에 관심이 많아 이곳, 투스카니에서 관련 일을 하고 있다. 젊은 시절 열정을 안고 살았음에 틀림없는 이 여자는 시간의 흔적이 은근하게 매력을 더하는, 아직도 삶과 인간의 부속물에 관심이 많은 활동적인 모습이다.
남자와 여자는 작가와 팬의 관계로 만나 주어진 오후 시간 동안 가까운 곳으로 드라이브를 간다. 서로의 관심사가 같다고 생각한 여자는 남자에게 ‘진품’과 ‘복제품’의 단면을 보여주려고 아레초로 향하고 두 사람은 끊임없이 사람들에 대해, 원본과 복제에 대해, 책의 모티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하지만 두 사람의 대화는 어딘가 삐걱거리고 어긋나고 서로에 대해 공격적이다. 그리고 잠시 들른 카페에서 두 사람의 관계는 전환점을 맞는다. 여자가 책의 모티프가 된 모자(母子)에 대해 묻고 남자가 답하는 동안 여자의 눈에서 눈물이 한 방울 떨어진다. 남자가 전화를 받느라 자리를 비운 사이 카페 주인은 두 사람을 부부로 상정하고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이후 남자와 여자는 부부라는 역할극에 몰입해 관객으로 하여금 두 사람의 관계와 진실, 허구에 대해 함께 고민하도록 빌미를 제공하며 영화 속으로 한 걸음 더 들어오도록 종용한다.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감독의 영화 ‘사랑을 카피하다’는 영화 시작부터 마지막까지 지속적으로 진짜와 가짜, 원본과 복제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남자와 여자 사이의 관계마저도 ‘어쩌면 진짜, 어쩌면 시종 가짜’라는 의문을 품게 한다. 남자의 책 제목부터가 ‘기막힌 복제품’이며, 여자는 진품과 복제품을 모으고 파는 상점을 운영한다. 여자는 ‘무제 플림니아’라는 그림을 남자에게 보여주면서 사람들이 수세기 동안 진품인 줄 알았던 이 그림이 사실 복제품이며 진품은 다른 곳에 있다고 말하고, 남자는 ‘모나리자’도 진품인 여자를 카피한 것에 지나지 않다고 이야기한다.
카메라 또한 여자와 남자의 대화를 좇아가면서 의도적인 프레임 나누기(거울, 유리문의 틀 등을 통해)를 해 두 사람의 관계에 거리를 두며 이를 통해 두 사람의 관계에 의혹을 품게 만든다. 결국 이런 장치는 남자의 저서를 시발로 원본과 복제에 관한 이야기를 증폭시키며 두 사람은 진짜 부부가 아닐까, 아니, 두 사람은 역할극에 충실하면서 자신의 이야기와 생각을 쏟아내고 있는 것은 아닐까라는 상반된 처지를 동시에 느끼게 한다. 키아로스타미 감독은 영화를 관통하는 원본과 가짜 혹은 복제품에 대한 논의를 거쳐 두 사람의 관계마저도 원본 혹은 복제일 수 있다는 짙은 암시를 남기며 관객에게 철학적인 커다란 질문을 제시한다. 우리의 삶에서 진실과 허구를 예리하게 나눌 수 있을까. 우리의 말과 행동 가운데 어디서부터 어디까지는 진실이며 이만큼은 허구라고 날카롭게 잘라낼 수 있을까. 하긴, 우리의 삶을 담아내는 영화 자체가 원본의 복제, 기막힌 복제품 아니던가.
여자는 프랑스인이다. 고유물과 복제품에 관심이 많아 이곳, 투스카니에서 관련 일을 하고 있다. 젊은 시절 열정을 안고 살았음에 틀림없는 이 여자는 시간의 흔적이 은근하게 매력을 더하는, 아직도 삶과 인간의 부속물에 관심이 많은 활동적인 모습이다.
남자와 여자는 작가와 팬의 관계로 만나 주어진 오후 시간 동안 가까운 곳으로 드라이브를 간다. 서로의 관심사가 같다고 생각한 여자는 남자에게 ‘진품’과 ‘복제품’의 단면을 보여주려고 아레초로 향하고 두 사람은 끊임없이 사람들에 대해, 원본과 복제에 대해, 책의 모티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하지만 두 사람의 대화는 어딘가 삐걱거리고 어긋나고 서로에 대해 공격적이다. 그리고 잠시 들른 카페에서 두 사람의 관계는 전환점을 맞는다. 여자가 책의 모티프가 된 모자(母子)에 대해 묻고 남자가 답하는 동안 여자의 눈에서 눈물이 한 방울 떨어진다. 남자가 전화를 받느라 자리를 비운 사이 카페 주인은 두 사람을 부부로 상정하고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이후 남자와 여자는 부부라는 역할극에 몰입해 관객으로 하여금 두 사람의 관계와 진실, 허구에 대해 함께 고민하도록 빌미를 제공하며 영화 속으로 한 걸음 더 들어오도록 종용한다.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감독의 영화 ‘사랑을 카피하다’는 영화 시작부터 마지막까지 지속적으로 진짜와 가짜, 원본과 복제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남자와 여자 사이의 관계마저도 ‘어쩌면 진짜, 어쩌면 시종 가짜’라는 의문을 품게 한다. 남자의 책 제목부터가 ‘기막힌 복제품’이며, 여자는 진품과 복제품을 모으고 파는 상점을 운영한다. 여자는 ‘무제 플림니아’라는 그림을 남자에게 보여주면서 사람들이 수세기 동안 진품인 줄 알았던 이 그림이 사실 복제품이며 진품은 다른 곳에 있다고 말하고, 남자는 ‘모나리자’도 진품인 여자를 카피한 것에 지나지 않다고 이야기한다.
카메라 또한 여자와 남자의 대화를 좇아가면서 의도적인 프레임 나누기(거울, 유리문의 틀 등을 통해)를 해 두 사람의 관계에 거리를 두며 이를 통해 두 사람의 관계에 의혹을 품게 만든다. 결국 이런 장치는 남자의 저서를 시발로 원본과 복제에 관한 이야기를 증폭시키며 두 사람은 진짜 부부가 아닐까, 아니, 두 사람은 역할극에 충실하면서 자신의 이야기와 생각을 쏟아내고 있는 것은 아닐까라는 상반된 처지를 동시에 느끼게 한다. 키아로스타미 감독은 영화를 관통하는 원본과 가짜 혹은 복제품에 대한 논의를 거쳐 두 사람의 관계마저도 원본 혹은 복제일 수 있다는 짙은 암시를 남기며 관객에게 철학적인 커다란 질문을 제시한다. 우리의 삶에서 진실과 허구를 예리하게 나눌 수 있을까. 우리의 말과 행동 가운데 어디서부터 어디까지는 진실이며 이만큼은 허구라고 날카롭게 잘라낼 수 있을까. 하긴, 우리의 삶을 담아내는 영화 자체가 원본의 복제, 기막힌 복제품 아니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