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윌과 시저
제약회사에서 촉망받는 연구원인 윌은 알츠하이머 치료제를 개발하는 데 온 힘을 쏟아 수년에 걸친 연구 성과가 이제 보이기 시작한다. 하지만 인류를 위한 놀라운 한 걸음이 될 실험 보고는 예상치 못한 소동으로 끝나고 윌은 체념한다.
그런데 집으로 데려온 아기 침팬지는 비상한 능력을 보이고, 윌과 아버지는 침팬지에게 시저라는 이름을 지어준 뒤 친자식처럼 키운다. 시저는 성장 속도가 인간보다 빠를 뿐 아니라, 두뇌 또한 무섭게 발달한다. 그러나 이것이 어느 순간 치명적인 독으로 다가온다.
시저의 키가 윌만큼 자랐을 때 아버지의 알츠하이머가 다시 진행되고, 그 때문에 이웃과 다툼이 생긴다. 이 장면을 목격한 시저는 이웃이 자기 할아버지를 해친다고 생각해 그를 공격한다. 이로 인해 시저는 유인원 보호소에 수용됐는데, 그곳에서 자신이 인간과 다른 종임을 깨닫고 자신의 종족을 학대하는 인간에게 적개심을 품는다. 그리고 자신의 종을 규합하고 개량해 인간에 대항하기로 마음먹는다.
2 혹성탈출
테일러는 우주비행사다. 그는 동료와 함께 인류가 최초로 쏘아 올린 화성 탐사 우주선에 탑승하지만 우주선이 고장 나면서 그만 우주 미아가 된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어느 혹성에 불시착한 상태. 지구와 비슷해 보이지만 황폐하고 문명의 자취가 없는 곳. 그런데 놀랍게도 이 혹성은 말을 하는 유인원이 지배하며, 인간의 모습을 한 종족은 지능이 낮아 말도 하지 못하고 유인원의 노예로 비참하게 산다.
이곳에서 유일하게 말을 하는 인간이 돼버린 테일러는 호기심과 경멸의 대상이 된다. 하지만 그는 겉모습은 인간과 같지만 지능과 인격을 갖추지 못한 종족에게 연민, 슬픔을 느낀다. 그리고 자신에게 우호적인 유인원 박사와 친해지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는 와중에 이곳에 무언가 수상쩍은 구석이 있음을 감지한다.
그러다 이곳이 바로 지구라는 진실을 알게 된다. 모래에 거의 다 파묻힌 자유의 여신상 앞에서 더는 갈 곳이 없음을 깨닫고, 돌아갈 ‘지구’가 없음을 온몸으로 느끼며, 절망과 비탄의 통곡을 쏟아내는데 그런 테일러의 모습을 비추는 카메라는 서서히 뒤로 빠진다.
1968년작이다. 찰턴 헤스턴이 주연한 ‘혹성탈출’. 충격과 감동을 주었던 이 영화는 시리즈로 꾸준히 이어져 미래, 과거를 오가며 인간과 유인원 간 반목 및 투쟁을 담아냈다. 1968년작에서는 ‘혹성탈출’의 과거를 보여주기도 했으며, 현재를 중심으로 볼 때 깔때기 모양으로 펼쳐지는 시간과 그 시간 속에서 벌어지는 가능성의 범위를 넌지시 알려주기도 했다. 이 영화는 지금까지도 걸작 SF영화 중 하나로 거론되는데, 충격적인 엔딩을 알지 못한 채 영화를 본 관객에게 상당한 당혹감을 안겨주었을 것이다.
3 오만한 인류에 경고
이 영화를 보고 어쩌면 당신은 두려움에 떨지도 모르겠다. 왜냐하면 그만큼 설득력이 있기 때문이다. 지금의 의학적 진보를 바탕으로 누군가 조금만 노력한다면, 인류 최대의 적 가운데 하나로 인간의 존엄성을 가장 크게 짓밟는 질병인 알츠하이머를 치료하는 약이 나오지 말란 법이 있을까. 예전에는 그저 ‘사이언스 픽션’이라 생각했던 것이 이 시대에 등장했거나 차세대에 등장할 가능성이 큰 게 얼마나 많은가. 점점 픽션과 논픽션, 가상과 현실이 경계를 맞대며 허물어지는 이 시대, 누군가가 알츠하이머 치료제를 개발한다면 인류는 열렬히 환호할 것이다. 하지만 바로 이 지점에서 인류는 망설이게 된다. 캐롤린의 말처럼 ‘순리를 거스를 수는 없는’ 것이다. 이런저런 이유를 대며 순리를 거스를 때 그 대가를 톡톡히 치러야 하기 때문이다. 어쩌면 시저에서 비롯한 ‘혹성’은 오만한 인류에 대한 경고가 아닐까. 인간의 편의대로 모든 것을 거스르고 짓밟고 파괴하면서 인류를 위한 위대한 걸음이라는 미명하에 감당할 수 없는 오만함을 부리는 것은 아닐까. 바로 이 점에서 우리는 이 영화를 통해 살짝 두려움을 느낀다.
4 혹성탈출, 진화의 시작
2001년 팀 버튼이 리메이크한 ‘혹성탈출’이 있고, 여러 편의 시리즈가 있지만 이번에 개봉한 ‘혹성탈출 : 진화의 시작’은 제목 그대로 프리퀄이다. 프리퀄이 갖는 매력은 남다른데, 특히 ‘혹성탈출’의 본격 프리퀄이라는 점에서 입맛이 당긴다. 알츠하이머를 정복하려는 윌의 노력. 그 노력이 만들어낸 작은 기적. 그 기적은 예기치 못한 엄청난 일을 몰고 온다. 게다가 신약이 인간의 면역체계와 부딪혀 만들어진 바이러스가 순식간에 인류에게 퍼져 나가는 장면은 상당한 설득력을 지녀 섬뜩하기까지 하다.
이 영화는 상당히 영리하게 잘 짠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제작했다. 프리퀄답게 1968년작 ‘혹성탈출’과의 접점을 확실하게 짚는데, 뻔하고 지루한 부연 없이 몇 개의 점을 슬쩍, 그러나 확고하게 밝힌다. 그렇다고 1968년 오리지널 작품을 안 보면 이 영화를 즐길 수 없는 것도 아니다.
또 이 영화에서 기억해야 할 것은 모션캡처 방식과 시저를 연기한 배우 앤디 서키스다. 이미 ‘아바타’에서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며 관심을 모은 모션캡처 방식은 배우가 몸에 센서를 부착하고 연기하면 컴퓨터그래픽(CG)을 사용해 실제 크리처가 연기하는 것처럼 보이게 만든다. ‘반지의 제왕’에서 골룸, ‘킹콩’에서 킹콩 역을 맡아 캐릭터를 자연스럽게 만들었던 앤디 서키스가 시저 역을 맡아 연기에 깊이를 더한다.
‘배트맨’ ‘007’ ‘엑스맨’ 등 훌륭한 프리퀄이 성공한 후에 만든 ‘혹성탈출 : 진화의 시작’은 여러 면에서 수작 프리퀄에 이름을 올릴 만하다.
제약회사에서 촉망받는 연구원인 윌은 알츠하이머 치료제를 개발하는 데 온 힘을 쏟아 수년에 걸친 연구 성과가 이제 보이기 시작한다. 하지만 인류를 위한 놀라운 한 걸음이 될 실험 보고는 예상치 못한 소동으로 끝나고 윌은 체념한다.
그런데 집으로 데려온 아기 침팬지는 비상한 능력을 보이고, 윌과 아버지는 침팬지에게 시저라는 이름을 지어준 뒤 친자식처럼 키운다. 시저는 성장 속도가 인간보다 빠를 뿐 아니라, 두뇌 또한 무섭게 발달한다. 그러나 이것이 어느 순간 치명적인 독으로 다가온다.
시저의 키가 윌만큼 자랐을 때 아버지의 알츠하이머가 다시 진행되고, 그 때문에 이웃과 다툼이 생긴다. 이 장면을 목격한 시저는 이웃이 자기 할아버지를 해친다고 생각해 그를 공격한다. 이로 인해 시저는 유인원 보호소에 수용됐는데, 그곳에서 자신이 인간과 다른 종임을 깨닫고 자신의 종족을 학대하는 인간에게 적개심을 품는다. 그리고 자신의 종을 규합하고 개량해 인간에 대항하기로 마음먹는다.
2 혹성탈출
테일러는 우주비행사다. 그는 동료와 함께 인류가 최초로 쏘아 올린 화성 탐사 우주선에 탑승하지만 우주선이 고장 나면서 그만 우주 미아가 된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어느 혹성에 불시착한 상태. 지구와 비슷해 보이지만 황폐하고 문명의 자취가 없는 곳. 그런데 놀랍게도 이 혹성은 말을 하는 유인원이 지배하며, 인간의 모습을 한 종족은 지능이 낮아 말도 하지 못하고 유인원의 노예로 비참하게 산다.
이곳에서 유일하게 말을 하는 인간이 돼버린 테일러는 호기심과 경멸의 대상이 된다. 하지만 그는 겉모습은 인간과 같지만 지능과 인격을 갖추지 못한 종족에게 연민, 슬픔을 느낀다. 그리고 자신에게 우호적인 유인원 박사와 친해지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는 와중에 이곳에 무언가 수상쩍은 구석이 있음을 감지한다.
그러다 이곳이 바로 지구라는 진실을 알게 된다. 모래에 거의 다 파묻힌 자유의 여신상 앞에서 더는 갈 곳이 없음을 깨닫고, 돌아갈 ‘지구’가 없음을 온몸으로 느끼며, 절망과 비탄의 통곡을 쏟아내는데 그런 테일러의 모습을 비추는 카메라는 서서히 뒤로 빠진다.
1968년작이다. 찰턴 헤스턴이 주연한 ‘혹성탈출’. 충격과 감동을 주었던 이 영화는 시리즈로 꾸준히 이어져 미래, 과거를 오가며 인간과 유인원 간 반목 및 투쟁을 담아냈다. 1968년작에서는 ‘혹성탈출’의 과거를 보여주기도 했으며, 현재를 중심으로 볼 때 깔때기 모양으로 펼쳐지는 시간과 그 시간 속에서 벌어지는 가능성의 범위를 넌지시 알려주기도 했다. 이 영화는 지금까지도 걸작 SF영화 중 하나로 거론되는데, 충격적인 엔딩을 알지 못한 채 영화를 본 관객에게 상당한 당혹감을 안겨주었을 것이다.
3 오만한 인류에 경고
이 영화를 보고 어쩌면 당신은 두려움에 떨지도 모르겠다. 왜냐하면 그만큼 설득력이 있기 때문이다. 지금의 의학적 진보를 바탕으로 누군가 조금만 노력한다면, 인류 최대의 적 가운데 하나로 인간의 존엄성을 가장 크게 짓밟는 질병인 알츠하이머를 치료하는 약이 나오지 말란 법이 있을까. 예전에는 그저 ‘사이언스 픽션’이라 생각했던 것이 이 시대에 등장했거나 차세대에 등장할 가능성이 큰 게 얼마나 많은가. 점점 픽션과 논픽션, 가상과 현실이 경계를 맞대며 허물어지는 이 시대, 누군가가 알츠하이머 치료제를 개발한다면 인류는 열렬히 환호할 것이다. 하지만 바로 이 지점에서 인류는 망설이게 된다. 캐롤린의 말처럼 ‘순리를 거스를 수는 없는’ 것이다. 이런저런 이유를 대며 순리를 거스를 때 그 대가를 톡톡히 치러야 하기 때문이다. 어쩌면 시저에서 비롯한 ‘혹성’은 오만한 인류에 대한 경고가 아닐까. 인간의 편의대로 모든 것을 거스르고 짓밟고 파괴하면서 인류를 위한 위대한 걸음이라는 미명하에 감당할 수 없는 오만함을 부리는 것은 아닐까. 바로 이 점에서 우리는 이 영화를 통해 살짝 두려움을 느낀다.
4 혹성탈출, 진화의 시작
2001년 팀 버튼이 리메이크한 ‘혹성탈출’이 있고, 여러 편의 시리즈가 있지만 이번에 개봉한 ‘혹성탈출 : 진화의 시작’은 제목 그대로 프리퀄이다. 프리퀄이 갖는 매력은 남다른데, 특히 ‘혹성탈출’의 본격 프리퀄이라는 점에서 입맛이 당긴다. 알츠하이머를 정복하려는 윌의 노력. 그 노력이 만들어낸 작은 기적. 그 기적은 예기치 못한 엄청난 일을 몰고 온다. 게다가 신약이 인간의 면역체계와 부딪혀 만들어진 바이러스가 순식간에 인류에게 퍼져 나가는 장면은 상당한 설득력을 지녀 섬뜩하기까지 하다.
이 영화는 상당히 영리하게 잘 짠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제작했다. 프리퀄답게 1968년작 ‘혹성탈출’과의 접점을 확실하게 짚는데, 뻔하고 지루한 부연 없이 몇 개의 점을 슬쩍, 그러나 확고하게 밝힌다. 그렇다고 1968년 오리지널 작품을 안 보면 이 영화를 즐길 수 없는 것도 아니다.
또 이 영화에서 기억해야 할 것은 모션캡처 방식과 시저를 연기한 배우 앤디 서키스다. 이미 ‘아바타’에서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며 관심을 모은 모션캡처 방식은 배우가 몸에 센서를 부착하고 연기하면 컴퓨터그래픽(CG)을 사용해 실제 크리처가 연기하는 것처럼 보이게 만든다. ‘반지의 제왕’에서 골룸, ‘킹콩’에서 킹콩 역을 맡아 캐릭터를 자연스럽게 만들었던 앤디 서키스가 시저 역을 맡아 연기에 깊이를 더한다.
‘배트맨’ ‘007’ ‘엑스맨’ 등 훌륭한 프리퀄이 성공한 후에 만든 ‘혹성탈출 : 진화의 시작’은 여러 면에서 수작 프리퀄에 이름을 올릴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