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게이츠와 함께 마이크로소프트를 창업한 폴 앨런. 오랜 암투병은 그가 다양한 분야에서 자선활동을 하는 된 변화의 시발점이 됐다.
앨런은 빌 게이츠의 레이크사이드 스쿨 선배로서 빌 게이츠가 MS를 창업하게 만든 장본인이다. 그는 빌 게이츠와 MS를 창업해 키워나갔으며, 1981년 시애틀 컴퓨터 프로덕트의 QDOS 권리를 사들여 MS-DOS를 탄생시키는 데 결정적인 공헌을 했다. 이를 통해 MS는 세계적인 소프트웨어 회사가 될 수 있는 초석을 다졌다.
그러나 MS가 세계 최고의 소프트웨어 회사로 나아가던 1983년 그는 림프종의 일종인 호지킨병(Hodgkin’s Disease, 혈액암의 일종) 진단을 받고 MS를 떠났다. 그 후 수차례에 걸친 방사선 치료와 골수이식을 통해 완쾌됐지만, MS로 복귀하지 않았다. 가끔씩 이사회에 참석해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는 정도로 경영에 관여하긴 했으나, 2000년 11월 이사회에서도 공식 사임했다.
2009년 11월 또 다른 유형의 림프종 진단을 받아 현재도 암치료를 하고 있다. 이번 책에는 당시 그가 왜 그렇게 쉽게 MS를 떠났는지에 대한 설명과 현재 MS가 스티브 발머 지휘 아래서 위기를 겪는 것에 대한 불만도 담겨 있다.
그는 암과 투병하면서 인생관에 많은 변화를 느꼈다고 한다. 그래서 다양한 자선활동을 했는데, 특히 의료와 인간, 과학과 기술의 발전을 위해 다양한 기관에 기부했다. 1986년 자신의 가족 이름을 딴 폴 앨런 가족재단(Paul G. Allen Family Foundation)을 설립하고, 이 재단을 통해 매년 3000만 달러 정도의 기금을 운용하고 있다.
또한 그는 벤처자선(Venture Philanthropy)이라고 이름 붙인 프로젝트로도 유명하다. 그 속에 여러 활동이 있는데, 음악경험 프로젝트(Experience Music Project), SF 박물관과 명예의 전당(Science Fiction Museum and Hall of Fame), 비행유물 컬렉션(Flying Heritage Collection), 그리고 UC버클리·SETI와 함께 한 앨런망원경배열(Allen Telescope Array· ATA)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그는 많은 프로스포츠팀 구단주이기도 하다. 1988년 오리건 주를 대표하는 NBA 농구팀인 포틀랜드 트레일 블레이저스를 7000만 달러에 사들였다. 그리고 팀에 어려움이 있을 때마다 아낌없이 투자했는데, 포틀랜드 시장은 이런 그에게 언제나 고마움을 표했다. 이렇게 오랜 시간 비정부기구(NGO) 활동과 기부를 한 폴 앨런은 국내에서는 빌 게이츠에 비해 훨씬 덜 알려졌지만, 미국 사회에서는 대단히 존경받는 인물이다.
MS의 공동 창업자로서 MS-DOS 탄생에 결정적 구실을 해 정보기술(IT)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 중 한 명으로 꼽히지만, 이후 고향에 아낌없이 투자해 많은 사람의 기억에 남는 길을 선택한 그를 보니 국내의 많은 기업인이 떠오른다. 고향이 서울보다는 지방인 사람이 많을 텐데, 고향을 위해 투자하고 지역 발전에 크게 기여하는 성공한 기업인이 많아진다면 지역 균형 발전의 첫 단추가 끼워지지 않을까. 이런 측면에서 앨런은 많은 기업인에게 사업과는 다른 부분에서 좋은 롤모델이 될 수 있는 성공한 기업인이다.
>> 정지훈 교수는 의사이면서 IT 전문가라는 이색 경력을 지니고 있다. 현재 관동대 의과대 명지병원 융합의학과 교수이자 IT융합연구소장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거의 모든 IT의 역사’ 저자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