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을 먹으면서 가끔 농어민에게는 감사해도, 주방에서 일한 사람은 잊는다. 맛 타령 전에 살필 일이다.
내가 아는 요리사의 세계는 텔레비전 속 이미지와 상당한 거리가 있다. 화면처럼 깔끔하게 정돈된 멋진 주방은 한국에서 몇 안 되는 최상급 식당에나 있다. 보통의 주방은 최악의 노동 환경이다. 한국의 살인적인 가게 임대료를 이겨내려면 주방 공간을 넉넉히 둘 수 없다. 몸을 제대로 움직일 수조차 없는 공간에서 하루 종일 불을 피워야 하니, 공기는 덥고 혼탁하다. 바닥은 마를 짬이 없는 물기와 조리도구에서 튄 기름 탓에 자칫 잘못하면 미끄러지기 십상이다. 여기저기 놓여 있는 조리도구와 음식재료는 언제든지 흉기로 변할 수 있어 부상은 예삿일이다. 한국에는 외식업체가 50여만 곳에 이른다. 이들 주방에서 대부분의 요리사, 아니 주방 노동자가 거친 노동을 한다.
나는 주방 사정을 잘 아는 편이지만, 자주 잊기도 한다. 취재하면서 주방 안을 들여다보는 일이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그냥 내 앞에 차려진 음식을 먹고 ‘맛있다, 맛없다’고만 말한다. 소비자도 나와 비슷할 것이다.
내가 운영하는 블로그에 고속도로 휴게소의 돈가스와 관련한 글을 올린 적이 있다. ‘고속도로 휴게소가 민영화됐다지만, 음식 질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이 형편없다’는 내용이었다. 최근 이 글에 제법 긴 댓글이 붙었다. 주방 노동자의 항변 같은 것이다(맞춤법이 맞지 않아도 그냥 두었다. 글의 양을 줄이고, 읽기 편하게 일부 문장 부호는 손을 봤다).
“저 돈까스를 만들기 위해 피와 살을 깎아내면서 하루하루 일하고, 한 달에도 몇 명 혹은 몇십 명이 그만두는 곳일 수도 있습니다. 아르바이트로 왔다가 힘들어서 그냥 간 사람도 부지기수고요. 손님 입장으로 보면 여러 가지 불만이 생길 수 있습니다. 그건 거기서 일하는 직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3D. 말 그대로 힘들고, 몸 상하고, 돈 안 되는 일입니다. 돈까스를 만들기 위해 돈육부터 소스까지, 거기에 손님들 왕창 몰리면 음식 빨리 달라고 난리치는 손님 상대하랴 일 쳐내랴, 말 그대로 죽어납니다. 현재의 근로 환경으로는 손님에게 내주는 음식은 정성이 결여된, 그냥 돈 벌어 먹고살기 위해 하는 ‘일’입니다. 기계처럼 뽑아낸 음식을 먹는데 ‘맛있다’라고 느끼기 힘들 수도 있단 겁니다.”
그는 이 댓글로도 부족했는지 그 아래에 다시 긴 글을 달았다.
“참고로, 미친 듯이 하루 12~14시간 일하면 초봉 150만 원 정도 될 겁니다. 여러분 같으면 손님에게 어떤 음식을 낼 수 있을까요? 직접 주방 일을 해보지 않고는 모를 겁니다. 전에 없었던 무좀, 습진을 달고 살아야 합니다. 바쁠 땐 10~20분 만에 밥을 먹고 조리해야 하고, 잠시도 쉼 없이 2~5시간 동안 음식을 계속 만들어내기도 합니다. 밥 못 먹을 때도 부지기수. 그러면 식당 사장이나 업주가 직원 격려 차원에서 간식이라도 제공해야 하는데, 그런 거 없습니다. ‘주방에 먹을 것 천지라고 알아서 해 먹으라’는 곳도 많습니다. 손님들은 말합니다. ‘음식이 왜 이렇게 맛이 없어?’ ‘돈이 아까워’라고. 충분히 공감이 갑니다. 하루에 몇백 개 몇천 개를 만들어 파는데 어떻게 맛이 나겠습니까. 미국, 캐나다 등은 주방에서 일하는 사람의 대우가 좋습니다. 사람이 먹는 음식을 만드는 직업이고, 그 일이 고되고 힘든 걸 알기 때문이죠. 먹는 음식에 장난을 하면 안 되는 일을 하는 직업을 삼고 있기 때문일 겁니다. 우리나라도….”
그 싸구려 돈가스에 담긴 그들의 노동은 생각지도 않고 맛 타박만 해야 하는 내 직업이 때로는 정말 부끄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