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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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장과 문갑의 기품 우리가 먼저 알아야죠”

목야회 함명주 회장

  • 이지은 기자 smiley@donga.com

    입력2011-05-16 10:2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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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장과 문갑의 기품 우리가 먼저 알아야죠”
    “옛날 목가구는 범상한 것이었지만 언젠가부터 보기 힘들어졌어요. 골동품을 수집하는 외국인이 우리나라 시골에 가서 오래된 목가구와 양철 캐비닛을 맞바꾼 후 외국에 팔았다는 이야기도 전해오죠. 이렇게 소목(小木·전통 한옥의 주거생활에 적합한 목가구)의 맥이 끊겼어요. 그러다 1970년대부터 소목의 중요성이 점차 알려지고, 1990년대부터는 보호해야 할 우리 문화로 여겨졌죠.”

    5월 5일부터 11일까지 서울 관훈동 백악미술관에서 ‘제6회 소목장 박명배와 그의 제자전’이 열렸다. 중요무형문화재 제55호 박명배 소목장과 그의 제자들로 이뤄진 목야회 회원들이 제작한 목가구를 전시하는 자리였다. 목야회는 1994년 한국전통공예학교 소목과정을 수료한 이들이 모여 만든 단체로, 이 과정을 마친 사람이라면 가입할 수 있다. 목야회 함명주(67) 회장은 “범상했던 것에서 범상치 않은 게 돼버린 소목을 국민에게 널리 알리는 일이 목야회의 가장 큰 소임”이라고 강조했다.

    함 회장은 어릴 적부터 간결하고 소박하며 질박하면서도 단아한 목가구에 관심이 많았다. 1990년대 중반쯤 경복궁 인근에 전통공예학교 소목 과정을 개설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아이들 키우느라 배울 엄두를 내지 못했다. 하지만 2005년 본격적으로 한국전통공예건축학교 소목 과정을 배우기 시작했다. 그러고는 완전히 빠져들었다. 적지 않은 나이임에도 그는 직접 톱질하고 끌질도 한다. 새벽 2~3시까지 작업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지금껏 책장, 탁자, 서안, 문갑 등 작품 15점을 만들었다.

    “소목은 은퇴 후 취미로 좋아요. 하나하나 손으로 만들기 때문에 시간적, 심적 여유가 필요한 데다, 세월이 흘러도 퇴색하지 않는 아름다움을 느끼기엔 연륜이 어느 정도 필요하거든요. 또 직접 두들기고 맞추다 보면 자연스레 운동도 되고요. 더 많은 사람이 소목이 주는 행복을 맛볼 수 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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