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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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앞으로” 월박(越朴) 도미노?

한나라당 의원들 총선 위기감 고조 … 친이계와 소장파 집단 이동 움직임

  • 송국건 영남일보 서울취재본부장 song@yeongnam.com

    입력2011-05-16 08:5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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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앞으로” 월박(越朴) 도미노?

    5 · 6 원내대표 경선의 최대 수혜자인 소장파 정두언 의원(왼쪽)과 남경필 의원. 당내 역학 구도를 완전히 바꾼 장본인들이다.

    한나라당에 빅뱅이 일어난다. 빅뱅의 끝은 아무도 모른다. 4·27 재보궐선거(이하 재보선) 패배로 당이 흔들리기 시작하더니, 5·6 원내대표 경선에서 중립 성향의 황우여 의원이 당선되자 기존의 당내 역학 구도가 단숨에 무너졌다.

    황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그를 지원한 친박계(친 박근혜계)와 수도권 소장파가 ‘신주류’로 등장했다. 원내대표 경선 1차 투표에서 이병석 의원을 지지했다가 결선투표 때 황 의원을 밀었던 친이계(친 이명박계) 안의 SD(이상득)계도 신주류와 가까운 그룹으로 분류할 수 있다.

    흔들리는 여권 주도권 다툼도 가열

    반면 안경률 의원 당선에 총력을 쏟았던 이재오계는 졸지에 ‘구주류’ 꼬리표를 달았다. 친이계의 ‘군기반장’으로 불린 이재오 특임장관은 퇴진 압력에 시달리는 처지가 됐다.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주도권 다툼도 일어났다. 재보선 완패 책임을 지고 물러난 안상수 전 대표 자리를 누가 메울지를 놓고 황 원내대표와 정의화 비상대책위원장이 맞섰다. 논란 끝에 황 원내대표가 당대표 대행을 하고, 정 위원장이 최고위원회의 통상 업무를 맡기로 했다. 어정쩡한 봉합으로 어색한 ‘투톱 체제’가 두 달가량 이어지게 됐다.



    한나라당이 지금 시점에 극심한 주도권 경쟁을 벌이는 이유는 모두 내년 4월 19대 총선과 12월 18대 대통령선거와 관련 있다. 사실 재보선 패배에 따른 책임론은 당 지도부가 사퇴하는 선에서 끝날 수도 있었다.

    전국 규모 선거인 지난해 6·2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이 참패했을 때도 그랬다. 정몽준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가 총사퇴했던 것. 그때도 당내 소장파가 당정청 전반에 대한 쇄신을 요구했고, 이 과정에서 ‘박근혜 역할론’을 제기했으나 흐지부지됐다. 하지만 이번에는 총선과 대선이라는 대형 정치 이벤트가 기다리는 상황이어서 지각 변동이 일어났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한나라당은 위기감에 휩싸였다. 고물가, 취업난 등으로 민심이 이명박 정부에게서 돌아선 탓에 수도권에서 한나라당 후보가 전멸할 것이라는 ‘괴담’이 정가에 나돈 지 오래다.

    전통적 텃밭인 영남지역에서도 동남권 신공항 건설 백지화 이후 분위기가 좋지 않다. 금배지를 지키려면 무슨 일이라도 해야 하는 의원들이 여당 안에서부터 판을 흔들어 분위기 반전을 시도한다고 봐도 무방하다.

    특히 구주류로 전락한 이재오계에서는 “수도권의 초·재선 의원이 내년 총선에서 살아남으려고 당을 뒤흔든다”고 불쾌감을 드러낸다. 이 장관 본인은 5월 12일 측근을 통해 “사퇴할 의사가 없다”고 밝혔다. 당내 소장파가 생존 전략 차원에서 ‘이재오 흔들기’에 나선 만큼 맞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셈이다.

    하지만 앞으로 친이계의 분화는 몇 차례 더 고비를 겪을 것으로 보인다. 이재오계와 SD계가 갈라설 뿐 아니라, 그동안 이재오계로 분류되던 수도권 소장파 중에서도 이탈자가 속출할 수 있다. 그들이 갈 곳은 결코 이 장관과는 함께 할 수 없는 박근혜 전 대표 쪽이다.

    5월 5일 박 전 대표는 “내년에는 중요한 선거가 있고 하니 아무래도 좀 더 적극적으로 활동하게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통령 특사로 방문한 그리스 수도 아테네에 동행한 기자들과 간담회를 가진 자리에서다. ‘선거의 여왕’으로 불리는 박 전 대표가 내년 총선에서 한나라당 후보를 적극 지원하겠다는 뜻을 밝히자 총선 공포에 시달리는 현역 의원들은 반색했다.

    침묵의 정치에서 적극 발언 모드로

    박 전 대표의 아테네 발언은 더는 ‘침묵의 정치’에 머물지 않겠다는 선언으로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에 앞으로 당내에서 ‘박근혜 쏠림 현상’이 구체화할 수밖에 없다. 친박계 핵심 의원은 “박 전 대표가 지금부터 더 적극적으로 정치 행보를 펼치다가 내년 총선 정국에서 선거대책위원장을 맡는 수순이 유력하다”며 “지금부터 친이계나 중립지대에 있던 의원들이 속속 박 전 대표의 울타리로 들어오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이명박 정부 3년여 동안 친박계와 대립각을 세웠던 의원들이 박 전 대표 진영으로 넘어오는 이른바 ‘월박(越朴) 도미노’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실제로 내년 총선은 박 전 대표에게도 매우 중요하다. 대권 플랜 차원에서 한나라당이 무조건 이겨야 한다. 총선에서 패배한다면 대선 후보가 된다고 해도 야권연합 후보를 상대로 승리를 장담할 수 없고, 정권을 재창출하더라도 임기 내내 여소야대에 휘둘리는 까닭이다.

    박 전 대표의 이런 절박함과 친이계나 중립 의원들의 총선 공포심이 맞아떨어졌다. 친박계 조원진 의원은 “현실적으로 내년 총선에서 전국을 돌며 표를 달라고 호소할 수 있는 인물이 여권에서 박 전 대표 외에 누가 있느냐. 그때는 친이계가 자신들도 살려고 매달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친이계의 월박은 개별적으로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영남권의 소수파인 친이계 의원이 자연스럽게 하나 둘씩 넘어가고, 친이계가 대부분인 수도권에서도 각자 친박 진영과의 연을 찾아 합류하는 모양새를 예상하는 사람이 많았던 것이다. 영남권에선 이미 친이계가 없다는 말도 그래서 나왔다. 하지만 재보선 패배 이후 여권 전체가 흔들리면서 집단 월박 조짐이 나타났다.

    ‘새로운 한나라’ 모임 친박계 대거 포진

    주목할 만한 모임이 5월 11일 출범한 ‘새로운 한나라’다. 황우여 체제를 탄생시킨 신주류를 중심으로‘새로운 한나라’에 모두 44명의 현역 의원이 합류했다. 쇄신과 변화를 기치로 내걸고 출범한 초계파 모임이지만 인적 구성을 뜯어보면 또 다른 정치적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새로운 한나라’ 멤버를 계파별로 보면 친이계가 16명, 친박계가 12명, 중립 성향이 16명이다. 친이계에서 이미 이탈한 정두언, 정태근 의원 등을 중립 성향으로 분류한 집계다. 이들 44명은 7월 전당대회에서 계파를 넘어 젊고 참신한 대표 후보를 적극 지원할 예정이다. 당권주자인 남경필 , 나경원 , 정두언 의원도 이 모임 멤버다.

    주목할 부분은 ‘새로운 한나라’에 친박계 의원이 대거 들어가 소장파에게 힘을 실어주는 구도가 됐다는 점이다. 당장 전당대회 지도부 경선 과정에서 친박계와 소장파, 그리고 친이계에서 빠져나온 의원들이 새로운 세력을 형성할 소지가 높다. 이 경우 이들이 내년 총선과 대선 후보 경선에서 힘을 몰아줄 곳은 박 전 대표 외에는 생각하기 어렵다.

    개별적으로든, 집단적으로든 월박 도미노가 현실화하는 시점은 박 전 대표의 움직임과 맞물려 있다. 박 전 대표는 7월 전당대회에서는 뒤로 빠질 것이란 관측이 많다. 이 경우 당 지도부 구성을 지켜본 뒤 8월부터 전면에 나설 수 있다. 또는 올해 정기국회가 끝나는 12월에 가서야 총선과 대선 행보에 돌입할 가능성도 있다. 이 시기가 마지노선이다. 정기국회가 끝나면 본격적으로 총선 시즌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당 소속 의원들의 월박 현황도 전당대회부터 윤곽이 드러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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