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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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사고 조치 미흡 땐 ‘뺑소니’ 범 되기 십상

법과 뺑소니 사이

  • 최강욱 법무법인 청맥 변호사

    입력2011-05-16 10:3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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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통사고를 낸 후 피해자에게 명함을 주며 합의를 시도하다가 경찰관에게 음주 사실을 들킬까 봐 잠시 자리를 피했다가 돌아왔다고 치자. 이런 행위는 ‘뺑소니’일까 아닐까. 주차장에 진입하면서 입구에 서 있던 남성을 사이드 미러로 친 뒤 창문을 열어 “미안하다”고 말하고 현장을 떠난 여배우의 경우는 어떨까.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는 뺑소니란 누군가 인적 없는 야심한 길에서 신호를 무시한 채 달리다가 횡단보도를 건너는 사람을 치고 그대로 도주한 경우다. 이는 악질 범죄다. 가해자가 오리무중인 경우가 많지만, 만일 잡힌다면 마땅히 엄중하게 처벌받아야 한다.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 관한 법률’은 이런 운전자를 무겁게 처벌한다. 피해자가 사망하지 않더라도 교통사고를 낸 운전자가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고 도주하면 최소 1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500만 원 이상, 3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게 된다. 도로교통법에는 뺑소니 운전자는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했다.

    문제는 늘 ‘경계지점’에서 생긴다. 상식적으론 뺑소니라는 말이 지나치다 싶은 사건도 법률상으론 뺑소니가 되는 경우가 많다. 운전자가 주의할 게 바로 이 부분이다. 법을 자세히 알지 못하면 누구나 뺑소니 운전자로 몰릴 수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피해자를 병원에 데려다줬어도 연락처를 남기지 않고 떠나면 뺑소니가 된다. 이 경우 피해자와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초범이라도 집행유예 이상의 실형을 피하기 어렵다. 결국 한 번의 실수로 직장을 잃을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사건이 아무리 경미해도 뺑소니가 되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억울하게 뺑소니로 몰리지 않으려면 피해자에게 연락처를 남기는 등 현장에서 그냥 떠나지 않았다는 객관적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피해자가 명함을 분실할 수도 있으므로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연락처를 분명히 전달하는 것이 안전하다.

    교통사고를 낸 후 경찰관에게 음주 사실을 들키지 않으려고 잠시 자리를 피했다가 돌아온 운전자가 뺑소니로 몰리지 않았던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사고 직후 차에서 내려 구호조치를 했고, 연락처를 남긴 덕에 1심에서는 뺑소니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았지만, 2심과 대법원에서는 무죄판결을 받았다. 피해자가 다친 곳이 없다며 병원에 가기를 극구 사양할 경우에는 확실한 목격자나 객관적 제3자에게 확인서를 받아두는 것이 좋다. 사고 현장을 촬영해두고, 즉시 보험회사에 신고도 해야 한다. 그러나 앞에서 언급한 여배우는 뺑소니로 몰릴 개연성이 크다.

    가끔 끼어들기를 하다가 사고를 내도 나중에 뺑소니로 처벌받는 경우가 있다. 운전자들은 법규를 준수하고 남에게 피해가 가지 않을까 유념하는 것이 필수 덕목이자, 결국 자신을 보호하는 지름길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운전자의 허점을 노려 과도한 합의금을 요구하는 악덕 피해자가 없어져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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