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짐작하겠지만, 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이 고등학교 교사의 수업에 미치는 영향은 놀라울 정도로 결정적이다. 고교 국어 교사를 대상으로 한 학술조사에 따르면, 교사들은 수업시간을 거의 수능 준비에 바치는 듯하다. 국어 수업시간의 대부분(86%)을 글 해설에 사용하며, 학생의 발표나 토론활동은 거의 하지 않는다.
교육 복지라는 이름의 EBS 수능특강
또한 수업시간에 국어 교과서 대신 수능 대비 언어영역 문제집을 사용한다. 그리고 교과서 사용이 15%, 자체 제작 교재(이 교재도 아마 수능 대비일 것이다) 사용이 22%, 그리고 언어영역 문제집 사용이 63%에 이른다. 학교 수업에서 수능 대비 자료나 문제집이 교과서를 쫓아낸 것이다. 고교 수업 대부분이 수능 준비를 최우선 가치로 삼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조사다.
다음은 고교 국어 교사로 일하다 학원으로 자리를 옮겨 ‘족집게 강사’라는 명예로운 칭호까지 받은 한 강사가 동료 학원 강사에게 한 고백이다.
“언어영역에 요령은 필요하지 않아요. 공식이나 유형 연습, 어려운 비법 이런 것이 가능하기나 한가요? 그런데도 빤한 얘기를 어려운 용어로 만들어 강의하면 수강생들은 감탄하죠. 부질없는 일인데도 말이에요. 그런데도 그런 강사가 우대받아요. … 너무 빤한 얘기도 힘주어 말하면 학생들은 뭐 새로운 거나 있는 듯 받아들이죠.”
이 학원 강사는 수능 언어영역에 대비하는 데 특별한 비법이나 요령이 있을 수 없다는 소신을 가졌다. 그런데도 학원 강사들이 수강생을 지도할 때 뭔가 있는 듯 말하고 행동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런 학원가 풍토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 실제 학원 강사들이 수능 문제풀이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제시문의 정보와 문제, 답지의 관계 파악이다,‘문제를 보면서 출제자의 의도를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지문을 대충 빨리 읽으면서 처음과 마지막 문단만 유의해 읽으면 된다’는 요지를 강조한다. 유명 강사들이 보여주는 학원 강의의 핵심은 공부를 시키는 것이 아니라, 시험을 잘 보는 요령을 알려주는 것이다.
양극화 문제가 수년 전부터 매우 심각한 교육문제로 부각했다. 잘사는 가정과 못사는 가정, 대도시와 농어촌, 좋은 학원이 밀집한 지역과 학원이 거의 없는 지역 등 교육환경의 차이가 수능 결과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보는 것이다. 그래서 교육환경의 양극화 해소는 교육문제 해결의 핵심 과제로 인식됐다.
교육환경의 양극화 해소 방안으로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는 기발한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전국 어디에서나 시청할 수 있는 EBS 공중파로 최고의 수능 대비 강의를 제공하는 동시에 시청률도 높이는 특단의 방안을 채택한 것이다. 그 방안 가운데 하나는 수능 문제의 70% 이상을 EBS 수능 자료에서 출제한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억대의 학원 강사를 EBS 강사로 초빙하는 것이다. 그 정책이 바로 지금 교과부가 시행하는 수능 대비 EBS 수능특강이다.
교과부의 EBS 수능특강은 교육환경의 양극화 문제를 해소하는 데 상당한 효과를 보인다. 도시 학생과 농촌 학생 모두 유명 강사가 하는 EBS 수능특강에 흠뻑 빠져 있다. 텔레비전에서는 유명 강사가 어려운 용어를 사용해가며 출제 가능성이 높다고 확신에 찬 목소리로 지문을 설명하고, 문제 유형을 분석하며, 답을 찾는 요령을 강조한다. 강사의 설명이 어찌나 명확한지, 시청하는 모든 학생이 강의에 푹 빠질 정도다. 그리고 뭔가 배웠다는 밝은 표정도 짓는다. 강사의 설명이 머리에 쏙쏙 들어오기 때문이다. 수능이 끝난 후 EBS에서는 조금의 지체도 없이 실제 수능 문제의 70% 이상이 EBS 수능특강 내용에서 나왔다며 분석자료를 공개한다.
EBS 수능특강의 마력은 즉각적이다. 전국 수능 대비생은 물론이고, 이제는 전국 고교 교사와 학원 강사까지 EBS 수능특강의 열혈 수강생이 됐다. 그러면서 교사와 강사들은 EBS 수능특강 교재의 지문과 문제 유형을 다시 가공해 자신만의 교재로 재창조해내기도 한다. 결국 EBS 수능특강은 학원 강사의 강의실과 학교 교사의 교실로 옮겨졌다. 전국 학원과 학교가 EBS 억대 강사의 강의 은혜를 입은 셈이다. 그야말로 하늘에서 내려온 은혜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학생들은 바로 그 강의 때문에 오히려 고등 사고력, 문제해결력, 탐구력을 키우지 못한다. 힘들여 생각하지 않아도 이해할 수 있으니 정신 무력증에 빠진다. 그러면서 겉핥기식 이해만 하니 학습은 속 빈 강정처럼 과잉 포장된다. 그러다가 정작 실제 문제에 부딪히면 그때는 깨닫게 된다. 그것이 ‘허당’임을.
교육 복지라는 이름의 EBS 수능특강
또한 수업시간에 국어 교과서 대신 수능 대비 언어영역 문제집을 사용한다. 그리고 교과서 사용이 15%, 자체 제작 교재(이 교재도 아마 수능 대비일 것이다) 사용이 22%, 그리고 언어영역 문제집 사용이 63%에 이른다. 학교 수업에서 수능 대비 자료나 문제집이 교과서를 쫓아낸 것이다. 고교 수업 대부분이 수능 준비를 최우선 가치로 삼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조사다.
다음은 고교 국어 교사로 일하다 학원으로 자리를 옮겨 ‘족집게 강사’라는 명예로운 칭호까지 받은 한 강사가 동료 학원 강사에게 한 고백이다.
“언어영역에 요령은 필요하지 않아요. 공식이나 유형 연습, 어려운 비법 이런 것이 가능하기나 한가요? 그런데도 빤한 얘기를 어려운 용어로 만들어 강의하면 수강생들은 감탄하죠. 부질없는 일인데도 말이에요. 그런데도 그런 강사가 우대받아요. … 너무 빤한 얘기도 힘주어 말하면 학생들은 뭐 새로운 거나 있는 듯 받아들이죠.”
이 학원 강사는 수능 언어영역에 대비하는 데 특별한 비법이나 요령이 있을 수 없다는 소신을 가졌다. 그런데도 학원 강사들이 수강생을 지도할 때 뭔가 있는 듯 말하고 행동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런 학원가 풍토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 실제 학원 강사들이 수능 문제풀이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제시문의 정보와 문제, 답지의 관계 파악이다,‘문제를 보면서 출제자의 의도를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지문을 대충 빨리 읽으면서 처음과 마지막 문단만 유의해 읽으면 된다’는 요지를 강조한다. 유명 강사들이 보여주는 학원 강의의 핵심은 공부를 시키는 것이 아니라, 시험을 잘 보는 요령을 알려주는 것이다.
교육과학기술부가 대학수학능력시험 문제의 70% 이상을 EBS 수능 자료에서 출제하겠다고 밝힌 뒤 학생은 물론 교사에게도 EBS 수능특강은 필수가 됐다.
교육환경의 양극화 해소 방안으로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는 기발한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전국 어디에서나 시청할 수 있는 EBS 공중파로 최고의 수능 대비 강의를 제공하는 동시에 시청률도 높이는 특단의 방안을 채택한 것이다. 그 방안 가운데 하나는 수능 문제의 70% 이상을 EBS 수능 자료에서 출제한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억대의 학원 강사를 EBS 강사로 초빙하는 것이다. 그 정책이 바로 지금 교과부가 시행하는 수능 대비 EBS 수능특강이다.
교과부의 EBS 수능특강은 교육환경의 양극화 문제를 해소하는 데 상당한 효과를 보인다. 도시 학생과 농촌 학생 모두 유명 강사가 하는 EBS 수능특강에 흠뻑 빠져 있다. 텔레비전에서는 유명 강사가 어려운 용어를 사용해가며 출제 가능성이 높다고 확신에 찬 목소리로 지문을 설명하고, 문제 유형을 분석하며, 답을 찾는 요령을 강조한다. 강사의 설명이 어찌나 명확한지, 시청하는 모든 학생이 강의에 푹 빠질 정도다. 그리고 뭔가 배웠다는 밝은 표정도 짓는다. 강사의 설명이 머리에 쏙쏙 들어오기 때문이다. 수능이 끝난 후 EBS에서는 조금의 지체도 없이 실제 수능 문제의 70% 이상이 EBS 수능특강 내용에서 나왔다며 분석자료를 공개한다.
EBS 수능특강의 마력은 즉각적이다. 전국 수능 대비생은 물론이고, 이제는 전국 고교 교사와 학원 강사까지 EBS 수능특강의 열혈 수강생이 됐다. 그러면서 교사와 강사들은 EBS 수능특강 교재의 지문과 문제 유형을 다시 가공해 자신만의 교재로 재창조해내기도 한다. 결국 EBS 수능특강은 학원 강사의 강의실과 학교 교사의 교실로 옮겨졌다. 전국 학원과 학교가 EBS 억대 강사의 강의 은혜를 입은 셈이다. 그야말로 하늘에서 내려온 은혜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학생들은 바로 그 강의 때문에 오히려 고등 사고력, 문제해결력, 탐구력을 키우지 못한다. 힘들여 생각하지 않아도 이해할 수 있으니 정신 무력증에 빠진다. 그러면서 겉핥기식 이해만 하니 학습은 속 빈 강정처럼 과잉 포장된다. 그러다가 정작 실제 문제에 부딪히면 그때는 깨닫게 된다. 그것이 ‘허당’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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