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이용찬(32) 씨의 올해 목표는 ‘금연’이다. 그래서 주변 친구들에게 말해 전자담배를 선물 받았다. 금연에 효과가 있다고 들었기 때문이다. 사용 초반에는 일반 담배를 피우는 양이 줄어드는 느낌에 지인에게 적극 추천했다. 하지만 전자담배를 피운 지 3개월이 지났지만 담배를 끊지 못하고 있다. 이씨는 금연할 수 있을까.
애연가인 아버지의 건강을 위해 전자담배를 선물하려는 대학생 이미정(27) 씨. 광고를 보다가 ‘건강한 흡연을 할 수 있다’는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유명 탤런트가 이름을 걸고 광고하니 믿을 수 있겠다 싶었다. 조만간 전자담배를 사 생신 선물로 드릴 생각이다. 이씨의 아버지는 금연에 성공할 수 있을까.
정답은 둘 다 ‘아니요’다. 금연을 위해서라면 ‘전자담배’가 아닌 ‘전자식 금연보조제’를 사야 한다. 전자담배와 전자식 금연보조제는 외양이 비슷해 자세히 살펴보지 않으면 혼동하기 쉽다. 판매업체도 두 가지 표현을 함께 쓰고 있어 혼란이 가중된다. 소비자도, 판매자도 헷갈리기는 마찬가지.
안전성과 금연 효과 여전히 미검증
전자담배는 일반 담배와 크기, 모양이 비슷한 ‘불 없는 담배’다. 전자기기로 담배 성분 중 니코틴만 기화시켜 흡입하는 것으로, 흡연 시 나는 담배 특유의 냄새만 없을 뿐이지 담배 의존성은 그대로다. 카트리지를 물고 공기를 흡입하면 전원이 공급되면서 배터리 끝 부분에 불이 켜지고 분무 장치가 작동해 니코틴이 섞인 증기가 발생한다. 마니아 사이에서 ‘전담’이라 부르는 전자담배는 기획재정부(이하 기재부)에서 담배사업법으로 관리하는 공산품이다.
반면, 전자식 금연보조제는 흡연 욕구를 떨어뜨리거나 충족할 목적으로 쓴다. 외양은 전자담배와 유사하나, 니코틴이 함유되지 않아 의약부외품으로 분류해 약사법으로 관리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이하 식약청)의 허가를 받아야 판매할 수 있다. 금연을 도와주는 ‘타바논’ 성분이 90% 이상 함유돼야 정상 제품. 2010년 11월에는 시중에 유통되던 제품 9종이 타바논 함량 미달 등의 이유로 판매가 중지되기도 했다.
전자담배 시장은 크게 팽창하고 있다. 2003년 중국 루옌사에서 개발한 뒤 전 세계로 퍼져나갔는데, 한국에는 2007년 들어와 2008년부터 본격적으로 팔리기 시작했다. 시중에 유통되는 전자담배는 50종이 넘고 맛과 향도 제각각이다. 2010년 8월 기준 전자담배 수입금은 약 195만 달러(22억 원)에 이른다.
하지만 전자담배는 도입 초기부터 지금까지 안전성과 금연 효능에 대한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08년 10월 전자담배를 적법한 금연도구로 여기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전자담배가 안전하고 효과적인 니코틴 대체요법이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연구가 세계적인 학술지에 발표된 적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그럼에도 업체들은 전자담배가 금연에 도움이 되는 것처럼 광고한다. 전자담배를 검색하면 ‘금연’이라는 키워드가 함께 나오게 하거나, 제목과 태그에 ‘금연’과 관련된 문구를 교묘하게 끼워 넣는 식이다. 실제 4월 7일 한 전자담배 업체에 제품 구매를 문의했더니 판매자는 “전자담배로 건강하게 흡연할 수 있다. 금연 효과도 있어 남자친구나 아버지 선물로 많이 찾는다”고 말했다. 이 업체는 전자담배 리필용인 다양한 농도의 액상 니코틴도 함께 팔고 있었다. 그는 “일반 담배도 순한 맛, 진한 맛이 있듯 니코틴 농도를 조절해 피우면 자연스럽게 담배를 끊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른 업체는 ‘오랜 시간 담배의 노예가 된 현대인에게 좀 더 쉽게 연초담배로부터 멀어질 수 있는 길을 제시해준다’라고 자사 제품을 광고하고 있었다. 이 업체 관계자는 “니코틴은 몸에 들어와도 2~3일 내에 땀과 소변으로 배출된다. 니코틴 양을 줄여가면서 중독성을 완화해 금연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자연히 소비자는 니코틴을 줄이면서 장기적으로 금연할 수 있을 거란 기대감으로 전자담배를 구매한다.
판매를 위해 전자식 금연보조제를 전자담배로 소개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사이트에 제품을 ‘전자담배’와 ‘전자식 금연보조제’라고 혼용 표기한 한 업체 관계자는 “우리 회사 제품은 ‘전자식 금연보조제’로 전자담배가 아니다. 실수로 잘못 표기해 올린 판매자들에게 시정조치를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전자담배의 실내 흡연이 불법임에도 ‘간접흡연의 위험이 없고 실내에서도 피울 수 있다’고 광고하는 업체도 적지 않다.
전자담배가 한국에 상륙한 지 3년이 지났지만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잔뜩 쌓여 있다. 한국금연운동협의회 김은지 사무총장은 “전자담배는 금연에 도움이 안 된다”고 말문을 열었다.
“니코틴 액상의 양을 줄여가며 금연할 수 있다는 일부 전자담배 업체의 광고는 과장이다. 니코틴은 혈액 흐름을 방해하고 그 자체로 중독성이 있다. 마약은 다음 흡입을 갈구하기까지 2~3일의 시간이 걸리지만, 니코틴은 1시간이 채 안 걸린다.”
단속과 관리 체계 강화 목소리
그렇다면 금연 관련 의학전문가의 의견은 어떨까. “니코틴 양을 차츰 줄이면 금연이 가능하냐”는 질문에 국립암센터 암역학연구과 명승권 박사는 “근거 없다”며 일축했다. 명 박사는 국립암센터에서 금연치료 분야를 담당한다. 다음은 이어지는 명 박사의 설명.
“전자담배로 금연이 가능한지에 대한 임상시험이 전 세계에서 아직 한 건도 진행된 바 없다. 임상시험은 단순한 설문 수준이 아니라 전자담배를 꾸준히 쓰는 군과 그렇지 않은 군을 나눠 장기간 비교하며 살펴봐야 한다. 2010년 들어 전자담배 관련 논문이 10여 건 나왔다. 논문 대부분이 전자담배의 금연 효과에 의문점을 제기한다. 흡연 욕구가 저하된다는 내용이 담긴 유일한 논문은 전자담배를 최초로 개발한 루옌사에서 연구비를 댔다. 전자담배가 연초담배보다 발암물질이 상대적으로 적을 수는 있겠으나, 그게 안전성이 검증됐다는 말은 아니다.”
안전성, 금연 효과 등에 대한 논쟁이 맞서다 보니 관리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전자담배는 기재부, 전자식 금연보조제는 식약청에서 관리하는 현행 관리 체계를 일원화해야 한다는 것. 4월 8일 민주당 전현희 의원은 담배제조 업체가 분기마다 담배연기의 성분을 측정해 식약청에 보고하도록 하는 내용의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2월 23일에는 민주당 강기정 의원이 니코틴 함유 여부와 상관없이 전자담배의 제조 및 수입에 필요한 사항을 식약청장이 정할 수 있도록 하는 ‘약사법’ 일부 개정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관리를 누가하든 전자담배의 위해성을 검증할 근거부터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현행법에는 전자담배의 위해성을 측정할 명확한 기준이 그 어디에도 없기 때문이다.
식약청은 6월부터 전자담배와 금연보조제에 대해 대대적인 단속을 벌일 예정이다. 식약청 관계자는 “전자담배인데 금연보조제인 척 속여 파는 물건 외에도, 식약청에서 허가하지 않은 제품을 파는 업체를 단속하겠다”며 “담배 사업 전체를 담당할 전담팀을 만들어 법안이 바뀌면 움직일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애연가인 아버지의 건강을 위해 전자담배를 선물하려는 대학생 이미정(27) 씨. 광고를 보다가 ‘건강한 흡연을 할 수 있다’는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유명 탤런트가 이름을 걸고 광고하니 믿을 수 있겠다 싶었다. 조만간 전자담배를 사 생신 선물로 드릴 생각이다. 이씨의 아버지는 금연에 성공할 수 있을까.
정답은 둘 다 ‘아니요’다. 금연을 위해서라면 ‘전자담배’가 아닌 ‘전자식 금연보조제’를 사야 한다. 전자담배와 전자식 금연보조제는 외양이 비슷해 자세히 살펴보지 않으면 혼동하기 쉽다. 판매업체도 두 가지 표현을 함께 쓰고 있어 혼란이 가중된다. 소비자도, 판매자도 헷갈리기는 마찬가지.
안전성과 금연 효과 여전히 미검증
전자담배는 일반 담배와 크기, 모양이 비슷한 ‘불 없는 담배’다. 전자기기로 담배 성분 중 니코틴만 기화시켜 흡입하는 것으로, 흡연 시 나는 담배 특유의 냄새만 없을 뿐이지 담배 의존성은 그대로다. 카트리지를 물고 공기를 흡입하면 전원이 공급되면서 배터리 끝 부분에 불이 켜지고 분무 장치가 작동해 니코틴이 섞인 증기가 발생한다. 마니아 사이에서 ‘전담’이라 부르는 전자담배는 기획재정부(이하 기재부)에서 담배사업법으로 관리하는 공산품이다.
반면, 전자식 금연보조제는 흡연 욕구를 떨어뜨리거나 충족할 목적으로 쓴다. 외양은 전자담배와 유사하나, 니코틴이 함유되지 않아 의약부외품으로 분류해 약사법으로 관리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이하 식약청)의 허가를 받아야 판매할 수 있다. 금연을 도와주는 ‘타바논’ 성분이 90% 이상 함유돼야 정상 제품. 2010년 11월에는 시중에 유통되던 제품 9종이 타바논 함량 미달 등의 이유로 판매가 중지되기도 했다.
전자담배 시장은 크게 팽창하고 있다. 2003년 중국 루옌사에서 개발한 뒤 전 세계로 퍼져나갔는데, 한국에는 2007년 들어와 2008년부터 본격적으로 팔리기 시작했다. 시중에 유통되는 전자담배는 50종이 넘고 맛과 향도 제각각이다. 2010년 8월 기준 전자담배 수입금은 약 195만 달러(22억 원)에 이른다.
하지만 전자담배는 도입 초기부터 지금까지 안전성과 금연 효능에 대한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08년 10월 전자담배를 적법한 금연도구로 여기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전자담배가 안전하고 효과적인 니코틴 대체요법이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연구가 세계적인 학술지에 발표된 적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그럼에도 업체들은 전자담배가 금연에 도움이 되는 것처럼 광고한다. 전자담배를 검색하면 ‘금연’이라는 키워드가 함께 나오게 하거나, 제목과 태그에 ‘금연’과 관련된 문구를 교묘하게 끼워 넣는 식이다. 실제 4월 7일 한 전자담배 업체에 제품 구매를 문의했더니 판매자는 “전자담배로 건강하게 흡연할 수 있다. 금연 효과도 있어 남자친구나 아버지 선물로 많이 찾는다”고 말했다. 이 업체는 전자담배 리필용인 다양한 농도의 액상 니코틴도 함께 팔고 있었다. 그는 “일반 담배도 순한 맛, 진한 맛이 있듯 니코틴 농도를 조절해 피우면 자연스럽게 담배를 끊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른 업체는 ‘오랜 시간 담배의 노예가 된 현대인에게 좀 더 쉽게 연초담배로부터 멀어질 수 있는 길을 제시해준다’라고 자사 제품을 광고하고 있었다. 이 업체 관계자는 “니코틴은 몸에 들어와도 2~3일 내에 땀과 소변으로 배출된다. 니코틴 양을 줄여가면서 중독성을 완화해 금연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자연히 소비자는 니코틴을 줄이면서 장기적으로 금연할 수 있을 거란 기대감으로 전자담배를 구매한다.
판매를 위해 전자식 금연보조제를 전자담배로 소개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사이트에 제품을 ‘전자담배’와 ‘전자식 금연보조제’라고 혼용 표기한 한 업체 관계자는 “우리 회사 제품은 ‘전자식 금연보조제’로 전자담배가 아니다. 실수로 잘못 표기해 올린 판매자들에게 시정조치를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전자담배의 실내 흡연이 불법임에도 ‘간접흡연의 위험이 없고 실내에서도 피울 수 있다’고 광고하는 업체도 적지 않다.
전자담배가 한국에 상륙한 지 3년이 지났지만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잔뜩 쌓여 있다. 한국금연운동협의회 김은지 사무총장은 “전자담배는 금연에 도움이 안 된다”고 말문을 열었다.
“니코틴 액상의 양을 줄여가며 금연할 수 있다는 일부 전자담배 업체의 광고는 과장이다. 니코틴은 혈액 흐름을 방해하고 그 자체로 중독성이 있다. 마약은 다음 흡입을 갈구하기까지 2~3일의 시간이 걸리지만, 니코틴은 1시간이 채 안 걸린다.”
단속과 관리 체계 강화 목소리
전자담배를 피우면 ‘금연’이 되고 ‘건강흡연’이 가능한 것처럼 광고하는 하는 한 회사의 홈페이지와 블로그.
“전자담배로 금연이 가능한지에 대한 임상시험이 전 세계에서 아직 한 건도 진행된 바 없다. 임상시험은 단순한 설문 수준이 아니라 전자담배를 꾸준히 쓰는 군과 그렇지 않은 군을 나눠 장기간 비교하며 살펴봐야 한다. 2010년 들어 전자담배 관련 논문이 10여 건 나왔다. 논문 대부분이 전자담배의 금연 효과에 의문점을 제기한다. 흡연 욕구가 저하된다는 내용이 담긴 유일한 논문은 전자담배를 최초로 개발한 루옌사에서 연구비를 댔다. 전자담배가 연초담배보다 발암물질이 상대적으로 적을 수는 있겠으나, 그게 안전성이 검증됐다는 말은 아니다.”
안전성, 금연 효과 등에 대한 논쟁이 맞서다 보니 관리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전자담배는 기재부, 전자식 금연보조제는 식약청에서 관리하는 현행 관리 체계를 일원화해야 한다는 것. 4월 8일 민주당 전현희 의원은 담배제조 업체가 분기마다 담배연기의 성분을 측정해 식약청에 보고하도록 하는 내용의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2월 23일에는 민주당 강기정 의원이 니코틴 함유 여부와 상관없이 전자담배의 제조 및 수입에 필요한 사항을 식약청장이 정할 수 있도록 하는 ‘약사법’ 일부 개정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관리를 누가하든 전자담배의 위해성을 검증할 근거부터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현행법에는 전자담배의 위해성을 측정할 명확한 기준이 그 어디에도 없기 때문이다.
식약청은 6월부터 전자담배와 금연보조제에 대해 대대적인 단속을 벌일 예정이다. 식약청 관계자는 “전자담배인데 금연보조제인 척 속여 파는 물건 외에도, 식약청에서 허가하지 않은 제품을 파는 업체를 단속하겠다”며 “담배 사업 전체를 담당할 전담팀을 만들어 법안이 바뀌면 움직일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