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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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 경만호 회장의 ‘수상한 돈거래’

부인 명의 요양시설 설립 과정서 수억 원대 보조금 유용 의혹 … 경 회장 측 ‘알고 보면 나도 피해자”

  • 엄상현 기자 gangpen@donga.com

    입력2011-04-18 09: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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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협 경만호 회장의 ‘수상한 돈거래’

    지난해 8월 준공한 마노요양원과 마노요양병원(왼쪽).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경만호 회장의 부인이 설립한 의료법인이 국고보조금을 지원받아 요양시설을 설립하는 과정에서 갖가지 부정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보조금을 직원 명의의 통장으로 빼돌려 유용하는가 하면, 공사 금액을 부풀리거나 허위 자료를 만들어 비자금을 조성한 의혹도 일고 있다.

    문제의 의료법인은 ‘마노효복지의료재단’(이하 마노재단)이다. 경 회장의 이름 ‘만호’를 소리 나는 대로 적어 이름 붙인 이 재단이 ‘마노요양원’ 설립을 위해 지원받은 국고보조금은 시설자금 20억여 원, 장비보강자금 2억 원 등 모두 22억여 원이다. 정부와 경기도가 절반씩 지원했다. 이를 집행하고 관리감독하는 권한을 가진 곳은 경기 안성시다.

    마노재단은 2009년 5월부터 2010년 8월까지 1년 3개월간 요양원 건물 1개 동과 요양병원 1개 동을 지었다. 국고보조금은 그중 요양원 건물 1개 동 신축 및 장비보강 사업에 대한 것이다.

    ‘주간동아’가 최근 단독 입수한 내부 자료에 따르면, 마노재단은 안성시로부터 지급받은 보조금을 시공사 D사 통장을 거쳐 별도의 비자금 통장으로 송금한 뒤 자의적으로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비자금 통장은 요양시설 공사 총괄책임을 맡은 마노재단 전 행정실장 구모 씨 명의로 돼 있다.

    ‘마노요양원’에 간 정부보조금



    쉽게 설명하면 이런 식이다. 안성시가 마노재단에 보조금을 처음 지급한 것은 2009년 5월 25일이고, 금액은 5억9000만 원이다. 마노재단은 이 금액 전부를 6월 2일 공사비 명목으로 D사 계좌로 송금했다. 그런게 어찌 된 일인지 5일과 16일 이틀에 걸쳐 그 일부인 1억2000여만 원이 다시 구씨 개인통장으로 흘러 들어갔다. 이 돈은 경 회장 부인이 운영하는 ‘마노아트센터’ 직원 급여와 요양병원 설계비, 아트센터 수리비, 쇼핑 등에 쓰였다. 모두 요양원 공사와는 상관없다.

    ‘보조금 예산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은 국고보조금을 다른 용도로 사용하면 안 된다고 규정해놨다. 보조금은 별도 계정을 만들어 수입 및 지출을 명백히 구분해야 한다. 결국 마노재단은 이 같은 법규정을 모두 어긴 셈이다. 이에 대한 처벌은 3년 이하 징역 또는 200만 원 이하 벌금형이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안성시 관계자에 따르면, 국고보조금으로 짓는 요양시설의 시공사는 의료법인이 일방적으로 선정할 수 없다. 조달청에서 제공하는 공개 입찰 시스템을 통해 투명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 D사 역시 이런 방식으로 공사를 따냈다. 하지만 D사는 요양시설 설립 공사에는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도대체 무슨 비밀이 숨어 있는 걸까.

    마노재단은 안성시로부터 보조금을 지급받아 D사 통장으로 송금했는데, 이 통장의 실제 주인은 D사가 아니었다. 이 통장은 D사가 아닌 마노재단이 직접 관리했다. D사는 명의만 빌려줬던 것. D사는 그 대신 또 다른 통장을 통해 2009년 6월 5일, 10월 1일, 12월 10일 세 차례에 걸쳐 8650여만 원의 ‘면대수수료’를 받았다. 업계 관계자들은 ‘면대수수료’는 시공을 따낸 건설업체가 명의를 빌려주는 대신 받는 수수료라고 말한다. 이 역시 불법이다. 물론 통장 명의를 빌려준 것도 금융실명제법 위반이다.

    D사 대표는 당초 “요양원 공사를 14억여 원에 따냈고 요양병원 일부 공사도 5억 원에 낙찰받았다. 면대수수료는 모르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문제의 차명통장에 대한 사실 확인을 요구하자 더는 연락이 닿지 않았다.

    요양시설 공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도 불법행위가 있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D사 명의의 차명통장과 구씨 명의의 비자금 통장의 입출금을 분석한 결과, 마노재단이 S강업, M건재 등 요양원 공사에 참여한 업체에 공사비를 지급한 직후 그중 일부가 다시 구씨 명의의 비자금 통장으로 흘러들어간 정황이 드러났다. 공사비를 부풀려 지급한 후 일부를 빼돌렸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빼돌린 금액은 1억2000만 원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의협 경만호 회장의 ‘수상한 돈거래’
    통장 관리 구모 씨 “일부 불법과 편법”

    의협 경만호 회장의 ‘수상한 돈거래’

    안성시청 담당 공무원이 마노재단의 보조금 정산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이렇게 조성된 자금은 모두 구씨 명의의 비자금 통장으로 흘러들어갔고, 구씨가 직접 관리했다. 이 통장의 거래 내용 가운데 일부는 경 회장과 직접 관련이 있다. 경 회장은 2009년 2월 17일 4000만원, 3월 2일 6000만원 등 마노재단에서 1억 원을 빌렸다. 의협 회장 선거가 있던 시기였다. 그런데 이 가운데 7000만 원을 6월 16일 비자금 통장에 있는 돈으로 갚은 것으로 보인다. 같은 날 D사 명의의 차명통장에서 비자금 통장을 거쳐 다시 ‘경만호’ 명의로 마노재단 통장에 입금된 것.

    경 회장은 또 비자금 통장에서 매월 250만 원씩 일정 기간 급여를 받아간 것으로 돼 있다. 마노재단의 부정행위에 경 회장이 연관됐을 개연성이 높아 보이는 대목이다. 특히 경 회장은 2008년 초부터 2009년 5월까지 마노재단의 행정실장으로 근무하면서 1년여 동안 급여를 받아갔다.

    경 회장 측은 이와 관련한 질문에 “의협이나 경 회장이 직접 답변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마노재단 측에서 답변을 들어라”라면서 일절 답변을 거부했다.

    마노재단 측은 내부 불법의혹에 대해 “경 회장은 물론, 마노재단 이사장인 경 회장의 부인 역시 전혀 모르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경 회장과 부인 역시 피해자라는 것. 마노재단 측 관계자의 주장이다.

    “요양시설 공사는 구씨가 혼자 알아서 다 진행했다. 일할 사람이 없어서 믿고 맡겼다. 그런데 제대로 정산을 못했다. 제대로 된 계약서도 없고, 자금 흐름도 이상한 게 많았다. 올해 초 외부 감사를 초빙해 감사를 실시했고, 최근 그 결과가 나왔다. 변호사를 선임해 자문을 하는 중이다. 경 회장과 이사장은 물론, 재단도 피해가 많다. 조만간 법적 조치를 취할 계획이다.”

    반면 구씨는 ‘주간동아’와의 전화통화에서 “제한된 예산으로 공사를 진행하다 보니 공사비를 절감하는 과정에서 일부 불법과 편법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고 시인했다. 구씨는 다만 “아직은 상황이 어떻게 진행될지 몰라 더 자세한 언급은 곤란하다”며 말을 아꼈다.

    한편 의협은 4월 14일 오전 상임이사회를 열어 구씨의 횡령혐의와 관련해 경찰 수사를 의뢰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씨는 올해 초 경 회장이 일부 의협 회원에게 선물할 와인을 구매 대행하는 과정에서 허위로 공문을 꾸며 의협 회비 1470여만 원을 횡령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구씨는 3월 마노재단을 퇴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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