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3월 9일 위례신도시 보금자리주택 특별청약이 실시되자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가지고 청약에 몰려들었다.
“보금자리주택 지구별로 형평성이 어긋나는 문제를 바로잡으려는 조치”라는 정부 및 여당 측의 주장과 “한국토지주택공사(이하 LH공사)와 민간건설사 살리기”라는 시민단체의 주장이 팽팽하게 맞서는 가운데, 일각에선 이번 조치가 자칫 주택값 상승을 부채질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개정안 내용은 ‘민간 참여 허용’ ‘토지 공급가격 인상을 통한 분양가 상승’으로 요약할 수 있다. 먼저 국가, 지방자치단체, LH공사 등 공공에만 한정한 보금자리주택 건설에 민간건설사가 참여할 수 있게 했다. 구체적으로 입지조성사업의 경우, 민간합동법인(공공이 총지분 50% 이상 초과 출자)이 ‘입지조성사업 시행자’로 참여할 수 있도록 했으며, 전용면적 60~85㎡ 중형주택 건설에 민간주택건설 사업자들이 ‘보금자리주택 건설사업 시행자’로 참여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민간건설사 구하기
이는 보금자리주택 사업을 주도해온 LH공사가 천문학적 부채에 발목이 잡혀 이 사업을 계획대로 진행하기 어려운 상태임을 고려한 조치로 풀이된다. LH공사는 이자를 내야 하는 금융부채만 92조여 원에 이르고, 하루 이자가 100억 원이 훌쩍 넘다 보니, 그동안 벌여놓은 사업을 정리하는 데 급급한 실정이다. LH공사 관계자는 “보금자리주택 사업을 할 경우 일정 비율로 공공임대주택을 지어야 하는데, 현재 임대주택을 한 채 지을 때마다 1억 원꼴로 부채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민간자본을 끌어들여 공급을 원활하게 한다는 복안이다. 하지만 “그린벨트를 건설업체 이윤 추구의 장으로 전락시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만만치 않다. 현재 민간건설사들은 미분양주택 탓에 일반 주택시장에서 사업을 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시세보다 낮아 분양이 잘되는 보금자리주택은 그나마 사업성이 있다.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강진영 간사는 “정부가 겉으로는 ‘중산층, 서민의 주거안정 대책’을 표방하지만, 실질적으로는 분양가 상한제 폐지, 환매 조건의 미분양주택 매입 등 민간건설사의 민원 해결사 구실을 자임해왔다”고 비판했다.
한편에선 민간자본을 유치해 분양주택을 늘린다는 생각 자체가 보금자리주택의 근본 취지를 망각한 것이라고 비판한다. 많은 시민단체와 부동산 전문가는 그린벨트 지역을 풀어 어쩔 수 없이 주택단지를 조성해야 한다면, 그 무엇보다 공공성을 최우선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광수경제연구소 선대인 부소장은 “보금자리주택은 공공이 건설해 장기간 보유하면서 저소득층을 위한 공공임대주택이나 중산층을 위한 장기전세주택으로 공급하는 것이 원래의 취지에 부합한다”고 말했다.
이번 개정안 발의는 서울 강남, 서초지구(시범지구)의 낮은 분양가가 단초였다. 이곳 분양가는 3.3㎡당 924만~1056만 원으로 주변 시세의 절반에 불과하다. 정부 및 여당은 주변 시세와 비교한 분양가 수준이 지역별로 크게 차이 나는 형평성 문제를 해결하고, 특히 분양가가 지나치게 낮게 책정돼 대기 수요를 양산하는 악영향을 최소화하려는 차원에서 관련 법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개정안은 토지 공급가격 조건을 ‘저렴한 가격에 보금자리주택이 공급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에서 ‘국민 주거생활 안정 및 보금자리주택 공급 촉진을 위하여’로 변경, 그린벨트 해제 지역에서 시세의 50~70%로 공급하는 보금자리주택의 토지 공급가격을 높일 수 있는 근거 조항을 삽입했다.
토지 공급가격이 분양가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임을 고려할 때, 토지 공급가격 상승은 자연스레 분양가 상승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물론 개정안에는 어느 정도 수준까지 토지 공급가격을 높이는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새로 구성하는 분양가심사위원회에서 토지가격 조정이나 분양가를 결정하게 된다. 3차 보금자리지구인 인천 구월의 추정 분양가는 3.3㎡당 850만~860만 원으로 주변 시세의 90%에 육박하는 점을 고려할 때, 시세의 80~85%에서 분양가가 정해지도록 토지 공급가격이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분양가가 상승하면 사실상 낮은 가격으로 주택을 공급한다는 보금자리주택의 취지는 상당 부분 퇴색한다. 그동안 민간건설사는‘보금자리 폭탄’이라는 말까지 써가며 정부 정책을 강도 높게 비판해왔다. 낮은 시세로 공급하는 보금자리주택으로 분양 시장이 더욱 얼어붙었다는 것. 정부와 여당 측은 85% 수준에서 공급하기 때문에 그래도 주변 시세보다 낮다고 항변하지만, 주변 시세가 비정상적으로 높은 상황에서 85%가 무슨 의미가 있는지 의문이다. 주변 시세가 5억 원인데 85%인 4억2500만 원에 분양한다고 해서 서민이 웃을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서민의 주거안정 기대 이하 실적
서울 강남과 서초 보금자리주택지구의 본청약 신청 접수 마감을 앞두고 1월 25일 청약자들이 서울 강남구 자곡동 LH공사의 보금자리홍보관 ‘더 그린(THE Green)’을 찾아 상담과 접수를 하고 있다.
‘로또 보금자리주택’이라는 별칭에서 보듯, 기존에는 최초 분양자가 이를 고스란히 가져갔다. 조성원가대로 민간건설사에 토지를 줄 경우 그 차익은 민간건설사에 돌아간다. 하지만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한나라당 정진섭 의원은 “민간주택건설 사업자에게 조성원가에 주지 않고, 주변 시세의 85% 수준에 맞게끔 택지가격을 조정해 공급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분양가 상승에 따른 이익은 원주민에게 토지를 사들이고, 이를 민간건설사에 판매한 LH공사에 대부분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이런 지적에 LH공사는 “재정 지원이 없는 상황에서 임대주택을 늘리라고 하고, 금융부채는 큰데 이 정도 수익도 못 내게 한다면 도대체 어떻게 사업하라는 거냐”는 반응을 보였다. 국토해양부(이하 국토부) 역시 주변 시세가 비정상적으로 높은 곳은 서울 강남, 서초 등 두 개 지구에 불과한 만큼 실제 이런 일이 발생할 가능성은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진정한 개발 이익 수혜자는 오랜 기간 땅이 그린벨트로 묶여 재산권을 행사하지 못한 원주민이어야 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LH공사와 국토부의 해명은 궁색해 보인다.
이명박 정부는 2008년 9월 ‘보금자리주택 150만 호 건설 계획’을 발표하면서 주변 시세보다 싼 분양주택 70만 채와 공공임대 80만 채를 공급해 서민의 주거안정을 보장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2년이란 시간이 지난 지금, 분양 위주의 보금자리정책으로 ‘실패한 정책’이란 비판에 직면했다. 여기에 민간 참여와 분양가 상승을 허용하는 자기모순을 드러내면서 정부의 보금자리주택 정책은 사실상 종말을 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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