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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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하고 끔찍하고 … 어떻게 해석을 할까?

‘손정은 : 명명할 수 없는 풍경’전

  • 이지은 기자 smiley@donga.com

    입력2011-02-28 10:4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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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하고 끔찍하고 … 어떻게 해석을 할까?
    전시가 시작되는 3층에 올라서자, 음산한 조명과 비릿한 냄새가 관람객을 맞이합니다. 가까이 가보니 꽃과 생선, 닭 등이 메탄올 용액에 담겨 있습니다. 한때 화려한 색감을 자랑했을 이것들은 자신을 품고 있는 액체에 그 색을 다 빼앗긴 채 창백한 모습만 남았습니다. 그 옆에 얼굴이 꽁꽁 묶인 남성의 앞뒤좌우 사진들이 걸려 있었죠. 묶인 얼굴 밑으로, 누군가 분사한 듯한 하얀 액체가 뚝뚝 흐릅니다. 이상하게 생긴 아이보리색 덩어리들도 있습니다. 작가가 입으로 직접 빨아 만든 남근 모양의 엿이라고 해요. 립스틱인지, 피인지 모를 붉은 자국도 여기저기 보입니다. 3층, 즉 1막의 제목은 ‘포르노그래픽 러브’.

    3월 13일까지 서울 종로구 성곡미술관 2관에서 열리는 ‘손정은 : 명명할 수 없는 풍경’전은 무어라 한마디로 정의하기 어려운 전시입니다. 야한 것 같으면서도 끔찍하고, 아름답지만 그로테스크하죠.

    2층으로 내려오니, 온통 분홍빛 공간에 크고 작은 사진이 다닥다닥 걸려 있습니다. 사진은 하나같이 흐드러지게 핀 붉은 꽃들을 담았는데요. 꽃들 사이로 벌거벗은 ‘예쁜’ 남자들이 분홍빛 끈으로 묶여 있습니다. 하얀 속옷에 번진 붉은 얼룩은 생리혈 같기도, 사랑스러운 꽃물 같기도 합니다. 2막의 제목은 ‘부활절 소년’. 부제 “너는 젊고 아름답다. 나는 너를 사랑한다”라는 문구도 눈에 쏙 들어옵니다.

    전시 마지막인 1층에 들어서자 붉은빛 베일을 쓰고 있는 한 남자가 눈에 들어옵니다. 마치 우뚝 선 ‘남성’처럼, 또는 블랙홀 같은 ‘여성’처럼 느껴지죠. 이 사진 작품의 제목은 ‘베일을 쓴 아버지의 초상’. 남자를 부드럽게 감싸 안은 베일은 어머니의 자궁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3막의 제목은 ‘코러스의 합창’입니다.

    야하고 끔찍하고 … 어떻게 해석을 할까?

    ‘베일을 쓴 아버지의 초상’, 2010

    작가는 심리극 같은 이 전시를 통해 무엇을 말하고 싶었던 걸까요? 언뜻 남성이 가해자고, 여성이 피해자인 현실을 뒤틀어 표현하려 했던 것처럼 보입니다. 손정은 작가는 “전혀 그렇지 않다”고 강조합니다. 물론 여성인 작가 역시 사회생활을 하면서 다양한 성적 차별과 억압을 받았고, 이로 인해 트라우마도 가지게 됐습니다. 하지만 이를 치유할 수 있었던 것도 남자들의 도움 덕분이었죠. 실제로 이 전시를 준비할 때 남자들이 모델이 돼줬고, 닭도 대신 잡아줬으며, 함께 엿도 빨아줬다고 합니다. 결국 작가는 남성성과 여성성이 대립하는 게 아니라, 공존하고 교차하면서 서로가 입은 상처를 치유해나간다는 걸 알려주고 싶었다고 해요.



    그런데 해석은 관람객, 즉 당신의 몫입니다. 저는 작가의 의도와 상관없이 작품 속 피조물들처럼 묶여 있고, 갇힌 것에 대한 두려움을 느꼈습니다. 전시를 함께 보러 간 남자 후배 기자는 “정체성의 혼란을 느꼈다”고 털어놓았는데요. 2층의 예쁜 남성들을 보며 일종의 성적 흥분을 느꼈다는 거죠. ‘한번 만져보고 싶다’는 감정이 불쑥 튀어나왔지만, 이를 ‘나는 이성애자’라는 이성이 꾹 눌렀다고 합니다. 작가 또한 이렇게 다양한 반응이 나오길 원했다고 하네요. ‘명명할 수 없는 풍경’이라는 제목이 암시하듯 말이죠. 이 전시에 대한 당신의 해석은 어떨지 궁금합니다. 성인 5000원, 청소년 4000원. 문의 02-737-7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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