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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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 스트레스 누가 좀 말려줘

온라인 인간관계 오해와 갈등 확산 … 타인에 대한 환상 줄이는 자세 필요

  • 변인숙 독립잡지 비로소 발행인 baram4u@gmail.com

    입력2011-02-28 09:4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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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NS 스트레스 누가 좀 말려줘
    오늘 하루, 온라인에서 만난 사람 수와 오프라인으로 만난 지인 수를 세어보자. 혹시 전자가 더 많지 않은가? 페이스북·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유행으로, 현실보다 온라인 관계 맺기가 쉬워지는 시대에 접어들고 있다. 스마트폰 이용자가 늘어나면서 SNS는 일상이 됐고, 동시에 이 공간에서 발생하는 관계 스트레스도 증가했다.

    인기 소설가 김영하(43) 씨는 최근 예술가의 본질에 대한 논쟁에 휘말리면서, 온라인 절필을 선언했다. 마지막 SNS에서 그는 ‘자기만족적인 낭만주의적 예술관을 타인에게 설득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라고 말했다. 김영하 씨 글을 좋아하던 팬들에게는 그의 인터넷 절필이 충격일 터. ‘다시 돌아와 논쟁을 이어가라’는 비판부터 ‘작가의 선택을 존중한다’는 응원까지 설왕설래가 이어졌다. 고(故) 최고은 시나리오 작가의 죽음까지 거론되면서 논쟁은 불처럼 번졌다.

    SNS 다툼으로 인한 한 유명 작가의 절필은, 현재의 소통 방식에 대해 고민할 수 있는 사건이었다. 글을 쓰는 지식인뿐 아니라, 정치인· 연예인· 기업인 등 유명 인사의 140자 트윗의 위력도 더불어 커지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2010년 나우콤 문용식 대표와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도 밤새 대기업의 자질과 반말 문제를 놓고 설전을 벌여 세간의 화제가 된 바 있다. 비단 유명 인사만의 얘기는 아니다. 개인들도 각각 관계 맺고 있는 지인과 SNS의 짧은 글을 통해 오해가 생기기 쉽다. SNS에서 벌어지는 트러블 유형과 대처 방법을 정리했다.

    #SNS 트러블 백태

    △견문발검(見蚊拔劍) 모기를 잡으려고 칼을 빼어든다. 작은 일에도 지나치게 크게 대응하다



    SNS에서의 작은 시비는 크게 번지기 쉽다. 140자 이내 단문이 봉합할 수 없을 만큼 확장된다. 특히 명사들이 사적 견해를 올리면서, 자신의 자질과 관련된 문제에 직접 반응하는 예도 잦아졌다. 그것이 기사화되면 다시 그 논쟁을 찾아보는 이용자가 증가하고, 꼬리를 문 논쟁이 이어진다. 제3자 입장에선 관망보다 참여가 쉬워졌다. 공동으로 토론하기보다 RT(리트윗, 다른 사람에게 트윗을 전달하는 기능) 한 번 누르고 의견을 남긴다. 공동토론 문화라기보다 독백 색깔이 더 강하다.

    트위터에서 자주 발생하는 다툼 중 하나가 예능인, 학자, 정치가 등의 자질 논란이다. 가수 가창력, 연기자 연기력, 아나운서 진행력, 학자 번역력 등의 논쟁은 모두 ‘취향’이나 ‘자존심’과 관계된다. 비판과 비아냥거림 사이에서 편을 가르는 싸움으로 번진다. 대개는 최초 시비를 붙인 당사자가 ‘미안하다’는 말로 봉합하거나 한쪽이 침묵하는 것으로 끝난다. 자정 이후 트윗 타임라인에서 자주 볼 수 있는 풍경이다. 밤새 사소한 다툼을 벌였다가도 오전이 되면 머쓱한 쪽이 말다툼을 멈춘다.

    △입추지지(立錐之池) 송곳 하나 세울 만한 땅, 몹시 좁아 작은 여유도 찾기 힘들다

    SNS는 간결함이 생명이다. 과거처럼 구구절절 말할 수 없다. 짧은 글로 의사를 전달해야 한다. 그러나 사적인 공간이다 보니, 언제나 광고 카피처럼 계획해서 섹시한 문장을 올릴 수는 없는 법이다. 이 때문에 계획 없이 불쑥 던진 말이 타인에게 오해를 불러일으킨다. 앞뒤 문맥이 생략되고 전달되는 것이다. 공간이 좁다. 대개는 더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블로그에 올려두고 웹 주소를 연결하는 방식을 취한다. 그러나 유명 인사가 아닐 경우, 다른 긴 글이 소통되기 쉽지 않다.

    △한강투석(漢江投石) 한강에 돌 던지기, 아무리 말해도 별 반향이 없다

    유명인은 팔로워나 페이스북 친구가 양적으로 많을 수밖에 없다. 승인 없이도 관계 맺기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외에 신변잡기적인 소소한 일상을 올리는 사람들의 경우, 그들의 말은 금세 증발된다. SNS는 즉흥성과 속보성이 특징이다. 과거 인터넷의 사적 공간이 데이터베이스를 쌓는 정보 구축용으로 쓰였다면, 최근 SNS는 빠르게 타임라인을 통해 ‘흘러갈’ 뿐이다. 온라인 인간관계라도 혼잣말이 잦아지고 일방적인 전달만 반복되면, 심적으로 공허해질 위험이 있다.

    △과유불급(過猶不及) 중용이 중요하다

    자칫 지나친 사용은 불안증이나 집착 등의 중독을 부른다. 2010년 한국정보화진흥원이 발표한 ‘주요국의 인터넷 중독 해소 정책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웹 중독 원인은 아직 국내 관련 학계에서 합의된 개념이 없다. ‘웹홀릭(Webholic)’ ‘인터넷 중독 장애(Internet Addiction Disorder· IAD)’ ‘웨바홀리즘(Webaholism)’ 등으로 부른다.

    온라인 중독에서 주목할 점은 중독자의 양적 증가가 아니다. 도리어 정도가 강해지는 사람이 증가한다는 사실이다. 극단적으로 온라인 관계에 집착하는 사람의 강도는 더 세지고, 무심한 사람은 그냥 관심을 끊게 된다. 미국 인터넷 중독센터 ‘킴벌리영박사’는 ‘인터넷을 안 하는 동안에도 인터넷에서 벌어진 일에 집착한다’ ‘본래보다 긴 시간 한다’ ‘현재 문제를 피하거나 우울함을 잊기 위해 몰두한다’ ‘체중이 갑자기 불고, 두통이 생기거나 손목 이상이 온다’ 등의 증상을 웹 중독 증상으로 꼽았다.

    온라인 개방성과 현실의 한계

    SNS 스트레스 누가 좀 말려줘
    ‘트렌드 코리아 2011’의 저자 김난도(48) 서울대 소비자아동학부 교수는 일상을 온라인과 공유하는 현상을 “거대한 시장경제 체제에서 소외되는 과정에 느끼는 상실감과 좌절감을 다른 사람과 공유하고 공감하는 것을 통해 해소하려는 의도”라고 해석하며 “온라인을 통한 인간관계는 개방성을 통해 확장돼가지만 현실에서의 인간관계도 그만큼 진전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고 지적한 바 있다.

    SNS의 인간관계를 현실에서 보자면, 행인에게 무심코 말을 붙였는데 말이 잘 안 먹히면 폭력을 행사하고, 자신과 잘 맞으면 과도하게 칭찬하는 식으로 극단적인 태도를 보이는 행동이 그 예다. 정서적 교류 과정이 상당 부분 삭제된 까닭이다. 표정과 몸짓 등이 드러난 신체 언어가 제외되고 말의 뉘앙스만으로 서로를 판단해야 한다. 이때 중요한 것은 말의 총량도 서로 다르다는 것이다.

    ‘인간 중심’의 저자 김용진(38) 씨는 SNS에서 좋은 인간관계를 유지하려면 ‘주관적 균형론’을 취할 것을 권했다. 그는 “타인 A가 있는데 이분이 트윗에 하루 10개를 올리고 답을 꼬박꼬박 다는 반면 나는 하루 트윗 2개가 정량이다. 객관적으로 불균형인 것 같지만 주관적으로는 균형이다. 이것을 A가 받아들일 수 있다면 서로 좋은 관계가 유지된다”고 말했다. 타인의 SNS 사용 패턴이나 말씨 등을 양이나 질이 달라도 그냥 수용하는 것이다.

    소설가 김기홍(31) 씨는 “타인에 대한 기대는 줄이되 타인을 인정하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무의식 잡지 ‘뚜껑’ 발행인 김재아(35) 씨는 “온라인 관계에서 스트레스를 받을 경우 스트레스 주는 사람을 직접 만나라”고 권했다. 즉 타인이 나와 같은 생각이나 태도로 대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없애고, 직접 소통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는 것이다.

    프랑스 지식인 시몬 베유는 ‘중력과 은총’이라는 책에서 “실제의 그들은 우리의 상상력이 만들어낸 모습과 같지 않다는 것을 사실로 받아들일 것, 나 역시 스스로 상상하는 것과 다르다”고 타인과 자신을 바라보는 방법에 대해 쓴 바 있다. 온라인 소통에서 환상을 제거하면, 스트레스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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