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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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권이 사행성 산업? 꿈 나누는 공익사업이죠”

이재구 복권위원회 사무처장 “소외된 이웃 ‘인생역전’ 지원 소중한 씨앗”

  • 최호열 동아일보 출판국 전략기획팀 기자 honeypapa@donga.com

    입력2010-06-21 11:4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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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복권이 사행성 산업?  꿈 나누는 공익사업이죠”
    경기침체, 부동산가격 하락, 주가 하락, 임금삭감, 구조조정…. 희망 없는 요즘 세상에 그마나 서민들에게 위안을 주는 건 1000원으로 ‘인생역전’을 꿈꿀 수 있는 복권이 아닐까. 지난 4월 한국갤럽 발표에 따르면 성인의 30% 이상이 한 달에 한 번 이상 복권을 구입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알고 보면 우리 주위엔 복권 덕에 ‘인생역전’ 이상의 행복을 얻은 사람이 많다. 1등 당첨자들 이야기가 아니다. 복권은 무주택 저소득층에게 집을 빌려주고 소년소녀가장에게는 학비를, 장애인에게는 자활을 지원하는 등 소외된 이웃이 미래를 꿈꿀 수 있도록 도와준다. 정부는 복권 판매액의 일정 비율을 복권기금으로 적립, 어려운 서민의 복지 증진 등 우리 사회 꼭 필요한 곳에 사용하고 있다.

    최근 기획재정부 복권위원회가 펴낸 ‘복권백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복권기금 비율은 약 42%로 세계 최고 수준. 복권 총 판매액이 연 2조4000억 원이니, 연 1조 원에 달한다.

    복권은 사행성 산업이 아니라 꿈을 나누는 공익사업인 셈이다. 복권기금 관리의 실질적 책임자이자 복권백서 작업을 진두지휘한 이재구 복권위원회 사무처장은 “복권은 원래 공익적 성격에서 시작됐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에서 처음 복권이 발행된 것도 1947년 런던올림픽 참가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서였다는 것.

    “기금 배분사업 허점 바로잡을 것”



    “저도 처음엔 복권이 일확천금을 부추기는 사행성 산업이라고만 생각했어요. 복권위원회 일을 하면서 그렇지 않다는 걸 알게 됐죠. 오히려 공익적 기능이 크더군요. 복권기금이 투입된 현장에 나갈 때마다 보람을 느낍니다. 복권기금으로 운영되는 방과 후 교실에서 밝게 공부하는 아이들을 볼 때는 마음이 짠하더군요. 가정폭력과 성폭력 피해 여성들을 위한 쉼터, 국민의 레저 코스로 각광받는 지리산 둘레길도 복권기금이 아니었으면 만들어지기 힘들었을 것입니다.”

    지난해 2월 취임한 이재구 처장은 복권의 공익성을 알리는 전도사를 자처한다. 사행성 조장 우려가 있는 개별 복권상품 홍보를 지양하고 복권의 공익성을 알리는 통합 홍보체계로 바꾼 것도 그의 아이디어다.

    “지난해엔 배우 박보영 씨, 올해는 가수 겸 탤런트인 이승기 씨를 복권기금 홍보대사로 위촉했습니다. 복권위원회에서 운영하는 행복공감봉사단엔 3000여 명의 자원봉사자가 참여해 도움이 필요한 곳곳에서 봉사활동을 하며 복권기금의 공익성을 알리고 있습니다. 이 밖에도 웹 소식지 ‘행복나눔’을 통해 복권기금 사업을 널리 알리고 있습니다.”

    그는 또 서민의 쌈짓돈으로 조성된 기금인 만큼 제대로 사용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어떻게 하면 복권기금을 더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까 고민한다”고 말했다.

    “복권기금은 크게 법정배분사업과 공익사업으로 나눠 사용됩니다. 그런데 지난해 기금사업평가 결과를 보면 법정배분사업에서 비효율적인 면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부분을 개선할 방안을 강구하고 있습니다.”

    법정배분사업은 복권을 통폐합하면서 과거 복권 발행기관들의 기득권을 보장해주기 위해 그들에게 복권기금 사용권한을 법적으로 보장한 것에서 시작됐다. 잘하든 못하든, 중요도에 상관없이 무조건 복권기금을 해당 기관에 지원해야 하는 것. 이 처장은 이런 관행을 바로잡는 걸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공익사업은 기금사업소위원회·복권위원회에서 평가를 해서 가치가 없는 사업은 없애기도 하고, 잘하는 사업은 기금을 더 주기도 합니다. 그러다 보니 다들 경쟁심을 갖고 성실하게 사업을 합니다. 그런데 법정배분사업은 아무리 평가가 나빠도 무조건 정해진 비율의 돈을 받을 수 있다 보니 문제가 생겨요. 심지어 사용하지 않은 기금을 반납하지 않아도 이를 제재할 제도적 장치가 없더군요. 하지만 현행법으로는 이를 제어할 방법이 없어요. 올해 안으로 관련 제도를 개선해 이를 고쳐나갈 생각입니다.”

    “복권이 사행성 산업?  꿈 나누는 공익사업이죠”

    1 이승기 씨가 출연한 복권기금 홍보 광고의 한 장면. 2 3 복권기금은 저소득층 어린이, 다문화가정 등 소외된 이웃을 위해 쓰인다.

    정부 최초 ‘복권백서’ 발간

    현재 복권시장은 로또복권이 95%를 차지한다. 인쇄복권이나 전자복권은 5%에 그친다. 외국의 사례와 비교해봐도 기형적인 구조다. 또 2002년 시작된 로또복권 이후 8년째 새로운 복권이 나오지 않고 있다. 복권시장이 더 커지지 않고 몇 년째 제자리걸음을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인쇄복권과 전자복권의 당첨금을 크게 늘리거나 새로운 복권을 도입해 복권시장 규모를 더 키워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이 처장은 “조심스럽게 접근할 문제”라며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사행성을 조장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재미를 가미, 건전한 레저문화로 자리 잡아가도록 하는 게 중요합니다. 로또복권 사업 초창기에 1등 당첨금이 몇 차례 이월되면서 수백억 원에 이르자 로또광풍이 불기도 했습니다. 적정 시장규모를 유지하면서 건전한 레저문화로 정착할 수 있도록 노력할 방침입니다.”

    그는 “복권이 지닌 양면성, 즉 사행성과 공익성이 상충하지 않도록 적절히 조화시키는 게 복권위원회의 역할이자 고민”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고민이 담긴 것이 최근 복권위원회에서 발간한 ‘복권백서’다.

    ‘복권백서’엔 2004년 복권위원회가 만들어진 이후의 복권제도와 정책 변화, 복권발행 관리, 복권기금 운용 등 복권사업의 내용과 활동이 망라돼 있다. 이 밖에도 우리나라 복권의 역사, 각국의 복권판매 동향 등 다양한 복권 관련 자료가 정리돼 있다.

    “복권위원회가 설립된 지 6년이 됐습니다. 그간의 성과를 정리해야 하는 것 아닌가 싶어 백서를 만들었습니다. 복권위원회 설립 이유, 설립된 이후 변화 모습을 국민이 제대로 알아야 복권의 공익성을 인식하고 복권을 더 사랑하게 되지 않겠어요.”

    ‘복권백서’는 필자 전원이 복권위원회 직원들로 복권에 대한 애정과 사명감이 담겨 있다. 끝으로 이 처장은 이렇게 당부했다.

    “우리가 사는 복권 한 장이 어려운 삶을 사는 누군가에게는 보금자리가 되고, 웃음이 되고, 용기가 되고, 꿈이 됩니다. 행운을 기다리는 즐거움도 주지만, 어려운 이웃과 행복을 나누는 즐거움도 있다는 것을 알고 건전하게 즐기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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