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지방선거는 민주당에 대한 지지가 아닌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의 실정과 오만’에 대한 국민적 심판의 성격이 강하다. 민주당은 반사이익을 얻은 것일 뿐이다. 정세균 지도부는 현재의 민주당을 인물도, 정책도, 비전도 없는 ‘3무(無) 정당’으로 만들었다. 역대 야당 사상 가장 무능력하고 무기력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6월 16일 오전 9시 국회 의원회관 131호실에서 열린 ‘민주당 쇄신모임’ 토론회 발제에 나선 강창일 의원은 정세균 대표와 당 지도부를 향해 거친 발언을 쏟아냈다. 문학진 의원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토론회 주제는 ‘2.4%, 이유가 무엇인가?(6·2지방선거 평가와 민주당의 진로)’였다. 2.4%는 지방선거 이후 한 여론조사 기관에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민주당 등 야당이 좋아서’ 민주당 후보를 찍은 사람의 비율이다.
쇄신모임이 이를 토론 주제로 삼은 배경은 뻔하다. 이번 지방선거 결과를 민주당의 승리이자 자신들의 치적으로 활용하려는 정 대표와 지도부를 향한 반격에 나선 것. 이는 곧 지방선거 승리 이후 민주당의 지지율이 오르면서 잠시 미뤘던 당 쇄신을 명분으로 한 ‘당권 쟁탈전’의 서막을 알리는 것이기도 하다.
‘쇄신연대’에 원내외 100여 명 동참 예정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의원은 정동영, 천정배, 추미애, 박영선, 강봉균 등 중진급부터 초선의원까지 24명이나 됐다. 그동안 누구나 참석이 가능한 ‘오픈형 모임’이었던 쇄신모임은 이날 토론회를 마지막으로 해체하고 ‘쇄신연대’로 새롭게 태어나기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 당 쇄신과 지도부 교체의 필요성을 공감하는 의원과 원외인사를 포함한 ‘결속형 모임’으로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현 민주당 의원 84명 중 24명은 결코 적지 않은 숫자다. 전체 의원 대비 30%에 육박한다. 여기에 정대철, 문병호, 노웅래, 정균환, 신계륜 전 의원 등 상당수 영향력 있는 원외인사도 합류 의사를 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7월 4일 공식 출범할 ‘쇄신연대’에 참여할 원내외 인사는 100여 명에 이를 것이라는 게 모임 관계자의 전언이다.
이에 비하면 오히려 정 대표와 지도부 등 당권파들이 수적으로 열세다. 당내 지지기반이 약했던 정 대표는 임기 초반 친노 386그룹을 당 전면에 배치하면서 자신의 세력으로 끌어안았다. 이번 지방선거에 출마해 당선된 송영길 인천시장 당선자, 이광재 강원지사 당선자, 안희정 충남지사 당선자 등이 대표적이다. 이제 당에 남은 친노 386그룹은 이미경, 강기정, 서갑원, 조정식, 백원우, 최재성 의원 등 10명 정도다.
정 대표는 선거 일주일 전만 해도 지방선거 직후 대표직 사퇴를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광역단체장의 경우 서울과 경기, 인천 등 수도권에서 전패가 유력하고 지지기반인 호남을 제외하고는 1~2석 얻는 정도에서 만족해야 할 것으로 예측됐기 때문이다. 총선에 이어 지방선거에서까지 호남당으로 전락하면 정 대표로서는 당 안팎의 공세를 버텨내기 힘들 수밖에 없다.
하지만 결과는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압승이었다. 당연히 정 대표의 정치적 계산도 달라졌다. 정 대표로서는 이번 지방선거의 승리로 당권파나 쇄신파 어느 쪽에도 포함되지 않은 폭넓은 당내 중도파 의원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명분과 자신감을 얻었다. 이번 지방선거 승리에 대한 정 대표의 평가에서도 이런 분위기가 읽힌다. 정 대표는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지방선거 승리의 배경에 대해 이렇게 답했다.
“선거는 자신의 강점과 상대의 약점이 함께 평가되는 것이다. 이번에 정권 심판의 기운이 있었다 하더라도 국민이 ‘도저히 저 (야당) 세력에는 힘을 줄 수 없다’고 하면 안 줬을 것이다. 이번 선거는 국민이 민주당에 책임을 준 것이다.”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을 심판하고 그 대안세력으로 국민이 선택한 것은 결국 민주당이라는 이야기다. 정 대표는 이런 평가를 앞세워 8월 말로 예정된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에 재도전할 의지를 사실상 굳힌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는 정 대표의 또 다른 계산이 깔려 있다는 게 쇄신파 측의 분석이다. 정 대표가 임기 동안 대의원의 상당수를 자신들 세력으로 교체했기 때문에 현재와 같이 대의원 투표로 당 대표를 선출할 경우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을 것이라는 것.
쇄신파 의원들의 고민이 바로 여기에 있다. 지방선거에서의 승리를 무작정 폄하할 수도 없고, 전당대회를 앞두고 선거 룰을 바꾸자고 주장할 경우 자칫 ‘당권 다툼’으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대의원들이 당 대표와 최고위원을 분리해서 선출하는 현재의 전당대회 룰을 그대로 인정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정세균 대표 “권력투쟁 말라”
쇄신파 의원들이 정 대표의 리더십과 당내 비민주성을 집중 부각하는 것도 이런 고민과 무관치 않다. 정동영 의원 측은 “집안이 잘돼야 유산다툼도 하지 알량한 당권 가지고 싸울 게 뭐 있느냐”고 당권다툼으로 비치는 것을 경계하면서 정 대표의 리더십과 당내 비민주성을 지적했다.
“당 운영방식이 문제다. 당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아는 사람이 별로 없다. 몇몇 소수가 어디선가 결정하는데 그것조차 제대로 알려주지 않는다. 최고위원조차도 모른다는 게 말이 되느냐. 당을 얼마나 민주적으로 잘 운영하고 국민에게 얼마나 신뢰를 얻느냐는 리더십의 문제가 가장 근본적인 문제다.”
장세환 의원은 정 대표를 직접 겨냥해 “정 대표는 4대강 사업, 언론악법, 세종시 문제 등 큰 현안이 많았는데도 뭐 하나 제대로 이뤄낸 게 없다. 결정적인 순간에 뒤로 숨었다. 허약하고 무기력한 리더십을 보여줬다. 말만 앞서고 행동이 따르지 않는 리더십이 바로 가장 근본적인 쇄신의 대상”이라고 비판했다.
천정배 의원은 “지금 민주당에는 인물도, 정체성도, 정책도 없다. 여기에 철학도, 투지도, 전략도, 비전도, 당내 민주주의도, 국민과의 소통도, 자기반성 등 10가지가 없다. 법통만 빼고 하나부터 열까지 다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 쇄신파들은 그러면서 당장 전당대회 선거 룰부터 쇄신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로 주장했다. 대의원들에 의한 선거가 아닌 ‘전 당원 투표제’ 도입과 당권 대권 분리 등을 담은 당헌당규 개정 등을 요구한 것. 이들은 여기에 덧붙여 현 지도부의 임기가 끝나는 7월 6일 이후 임시지도부를 구성해 전당대회를 치르자고 요구했다.
그러나 지방선거 승리 이후 주도권을 잡은 정 대표와 당권파는 쇄신파의 요구를 쉽게 받아들일 기색이 아니다. 당장 정 대표는 쇄신파의 요구를 “권력투쟁”이라고 맞받아쳤다. “7·28재보선 승리를 위해 당력을 모으는 노력이 더 시급하다”는 정 대표의 발언은 임시지도부 요구도 정면으로 거부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쇄신파는 현재 집단지도 체제냐, 단일지도 체제냐는 문제를 놓고 의견을 조율하지 못한 상태다. 당 대표 후보 단일화 문제도 남은 숙제다. 현재 천 의원이 출사표를 던진 상태에서 당 지도부이면서 쇄신파에 합류한 박주선 최고위원도 출마를 준비 중이다. 여기에 정 의원과 추 의원 등도 출마 여부를 고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쇄신파의 당 쇄신은 성공할 수 있을까? 7·28재보선은 성공 여부를 가늠할 1차 관문이 될 전망이다.
6월 16일 오전 9시 국회 의원회관 131호실에서 열린 ‘민주당 쇄신모임’ 토론회 발제에 나선 강창일 의원은 정세균 대표와 당 지도부를 향해 거친 발언을 쏟아냈다. 문학진 의원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토론회 주제는 ‘2.4%, 이유가 무엇인가?(6·2지방선거 평가와 민주당의 진로)’였다. 2.4%는 지방선거 이후 한 여론조사 기관에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민주당 등 야당이 좋아서’ 민주당 후보를 찍은 사람의 비율이다.
쇄신모임이 이를 토론 주제로 삼은 배경은 뻔하다. 이번 지방선거 결과를 민주당의 승리이자 자신들의 치적으로 활용하려는 정 대표와 지도부를 향한 반격에 나선 것. 이는 곧 지방선거 승리 이후 민주당의 지지율이 오르면서 잠시 미뤘던 당 쇄신을 명분으로 한 ‘당권 쟁탈전’의 서막을 알리는 것이기도 하다.
‘쇄신연대’에 원내외 100여 명 동참 예정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의원은 정동영, 천정배, 추미애, 박영선, 강봉균 등 중진급부터 초선의원까지 24명이나 됐다. 그동안 누구나 참석이 가능한 ‘오픈형 모임’이었던 쇄신모임은 이날 토론회를 마지막으로 해체하고 ‘쇄신연대’로 새롭게 태어나기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 당 쇄신과 지도부 교체의 필요성을 공감하는 의원과 원외인사를 포함한 ‘결속형 모임’으로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현 민주당 의원 84명 중 24명은 결코 적지 않은 숫자다. 전체 의원 대비 30%에 육박한다. 여기에 정대철, 문병호, 노웅래, 정균환, 신계륜 전 의원 등 상당수 영향력 있는 원외인사도 합류 의사를 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7월 4일 공식 출범할 ‘쇄신연대’에 참여할 원내외 인사는 100여 명에 이를 것이라는 게 모임 관계자의 전언이다.
이에 비하면 오히려 정 대표와 지도부 등 당권파들이 수적으로 열세다. 당내 지지기반이 약했던 정 대표는 임기 초반 친노 386그룹을 당 전면에 배치하면서 자신의 세력으로 끌어안았다. 이번 지방선거에 출마해 당선된 송영길 인천시장 당선자, 이광재 강원지사 당선자, 안희정 충남지사 당선자 등이 대표적이다. 이제 당에 남은 친노 386그룹은 이미경, 강기정, 서갑원, 조정식, 백원우, 최재성 의원 등 10명 정도다.
정 대표는 선거 일주일 전만 해도 지방선거 직후 대표직 사퇴를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광역단체장의 경우 서울과 경기, 인천 등 수도권에서 전패가 유력하고 지지기반인 호남을 제외하고는 1~2석 얻는 정도에서 만족해야 할 것으로 예측됐기 때문이다. 총선에 이어 지방선거에서까지 호남당으로 전락하면 정 대표로서는 당 안팎의 공세를 버텨내기 힘들 수밖에 없다.
하지만 결과는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압승이었다. 당연히 정 대표의 정치적 계산도 달라졌다. 정 대표로서는 이번 지방선거의 승리로 당권파나 쇄신파 어느 쪽에도 포함되지 않은 폭넓은 당내 중도파 의원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명분과 자신감을 얻었다. 이번 지방선거 승리에 대한 정 대표의 평가에서도 이런 분위기가 읽힌다. 정 대표는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지방선거 승리의 배경에 대해 이렇게 답했다.
“선거는 자신의 강점과 상대의 약점이 함께 평가되는 것이다. 이번에 정권 심판의 기운이 있었다 하더라도 국민이 ‘도저히 저 (야당) 세력에는 힘을 줄 수 없다’고 하면 안 줬을 것이다. 이번 선거는 국민이 민주당에 책임을 준 것이다.”
8월 말로 예정된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에 출마를 준비하거나 고민 중인 천정배, 박주선, 추미애, 정동영 의원과 손학규 전 의원(왼쪽부터).
쇄신파 의원들의 고민이 바로 여기에 있다. 지방선거에서의 승리를 무작정 폄하할 수도 없고, 전당대회를 앞두고 선거 룰을 바꾸자고 주장할 경우 자칫 ‘당권 다툼’으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대의원들이 당 대표와 최고위원을 분리해서 선출하는 현재의 전당대회 룰을 그대로 인정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정세균 대표 “권력투쟁 말라”
쇄신파 의원들이 정 대표의 리더십과 당내 비민주성을 집중 부각하는 것도 이런 고민과 무관치 않다. 정동영 의원 측은 “집안이 잘돼야 유산다툼도 하지 알량한 당권 가지고 싸울 게 뭐 있느냐”고 당권다툼으로 비치는 것을 경계하면서 정 대표의 리더십과 당내 비민주성을 지적했다.
“당 운영방식이 문제다. 당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아는 사람이 별로 없다. 몇몇 소수가 어디선가 결정하는데 그것조차 제대로 알려주지 않는다. 최고위원조차도 모른다는 게 말이 되느냐. 당을 얼마나 민주적으로 잘 운영하고 국민에게 얼마나 신뢰를 얻느냐는 리더십의 문제가 가장 근본적인 문제다.”
장세환 의원은 정 대표를 직접 겨냥해 “정 대표는 4대강 사업, 언론악법, 세종시 문제 등 큰 현안이 많았는데도 뭐 하나 제대로 이뤄낸 게 없다. 결정적인 순간에 뒤로 숨었다. 허약하고 무기력한 리더십을 보여줬다. 말만 앞서고 행동이 따르지 않는 리더십이 바로 가장 근본적인 쇄신의 대상”이라고 비판했다.
천정배 의원은 “지금 민주당에는 인물도, 정체성도, 정책도 없다. 여기에 철학도, 투지도, 전략도, 비전도, 당내 민주주의도, 국민과의 소통도, 자기반성 등 10가지가 없다. 법통만 빼고 하나부터 열까지 다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 쇄신파들은 그러면서 당장 전당대회 선거 룰부터 쇄신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로 주장했다. 대의원들에 의한 선거가 아닌 ‘전 당원 투표제’ 도입과 당권 대권 분리 등을 담은 당헌당규 개정 등을 요구한 것. 이들은 여기에 덧붙여 현 지도부의 임기가 끝나는 7월 6일 이후 임시지도부를 구성해 전당대회를 치르자고 요구했다.
그러나 지방선거 승리 이후 주도권을 잡은 정 대표와 당권파는 쇄신파의 요구를 쉽게 받아들일 기색이 아니다. 당장 정 대표는 쇄신파의 요구를 “권력투쟁”이라고 맞받아쳤다. “7·28재보선 승리를 위해 당력을 모으는 노력이 더 시급하다”는 정 대표의 발언은 임시지도부 요구도 정면으로 거부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쇄신파는 현재 집단지도 체제냐, 단일지도 체제냐는 문제를 놓고 의견을 조율하지 못한 상태다. 당 대표 후보 단일화 문제도 남은 숙제다. 현재 천 의원이 출사표를 던진 상태에서 당 지도부이면서 쇄신파에 합류한 박주선 최고위원도 출마를 준비 중이다. 여기에 정 의원과 추 의원 등도 출마 여부를 고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쇄신파의 당 쇄신은 성공할 수 있을까? 7·28재보선은 성공 여부를 가늠할 1차 관문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