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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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협회 무슨 일 생겼나

2008, 2009 감사보고서 입수 … 외부 연구용역 잡음·탈세 의혹도

  • 엄상현 기자 gangpen@donga.com

    입력2010-05-17 09: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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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사협회 무슨 일 생겼나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는 올해 창립 102주년을 맞았다. 회원 수 10만 명에 육박하는 국내 최대 의료 전문가 준거집단이다. 2000년 의약분업 당시 의사들은 집단 파업으로 의료대란을 일으켰다. 그 중심에 의협이 있었다. 의협은 조직 특성상 집단 이익보다 공익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의협의 이해관계에 따라 대국민 의료서비스 질이 좌우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의협이 보건복지부의 관리감독을 받는 것도 같은 이유다.

    의협 정관 제2조 설립목적을 보면 이렇게 규정돼 있다. ‘협회는 사회복지와 국민건강증진 및 보건향상에 기여하기 위하여 의도(醫道)의 앙양, 의학·의술의 발전 보급, 의권 및 회원권익 옹호와 회원 상호간 친목을 목적으로 한다.’ 의도의 앙양이나 의권 보호의 궁극적인 목적은 사회복지와 국민건강증진 및 보건향상에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의협이 보여준 모습은 이 같은 설립목적과 거리가 있다. 2007년 당시 장동익 회장(34대)은 의협 공금을 비자금으로 빼돌려 정·관계 로비를 펼친 사실이 드러나 구속 기소돼 유죄선고를 받았다. 장 전 회장에게 인정된 혐의는 업무상 횡령, 정치자금법 위반, 뇌물공여,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업무방해 등 5개다. 그 뒤를 이은 주수호 회장(35대)도 임기 말인 지난해 초 보건복지부 감사결과, 의료광고심의 수수료를 불법으로 전용한 사실이 드러나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다.

    지난해 4월 출범한 현 의협 집행부(36대)는 회장선거 당시 대리투표가 적발돼, 출범 초기부터 부정선거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그로부터 1년여가 지난 지금, 또다시 경만호 회장 1억 원 횡령의혹 사건(26쪽 참조)이 불거지는 등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주간동아’가 입수한 최근 2년간 의협 감사보고서를 보면, 의협 회무와 회계처리상 석연치 않은 부분이 많다. 경 회장이 1억 원의 비자금 조성 통로로 활용한 의료정책연구소의 외부 연구용역 사업은 대부분 수의계약으로 이뤄졌으며, 전·현직 임원들에게 맡겨진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증빙서류 없이 현금영수증으로만 처리된 예산의 탈세 가능성이 지적됐다.



    현금영수증 탈세의혹

    “로비 성격의 비용은 별다른 증빙 없이 의협영수증에 갈음해 집행하고 있다. 이로 인해 의협은 증빙이 불분명한 집행에 대해 세무상 대표자의 상여로 처분, 원천징수불이행자로서 세무추징의 위험에 노출돼 있다.”

    2009년 의협 회계장부를 검토한 외부 회계법인 담당자의 의견이다. 2008년 회계 감사보고서를 보면 똑같은 지적사항이 나온다. 수년째 관행처럼 되풀이되고 있다는 이야기다.

    문제의 ‘의협영수증’은 수기로 작성한 현금영수증을 말한다. 금액, 사용목적, 날짜, 영수자의 이름과 사인만 적혀 있다. 심지어 사용목적이나 날짜가 없는 경우도 있다. 어디에서 어떻게 썼는지 증빙할 수 있는 객관적 자료가 전혀 없는 셈이다. 의협은 이를 ‘송금 관련 자료 누락분’으로 처리한다. ‘정보활동비’ ‘입법정책비’ ‘업무협의비’ 등 영수증에 적혀 있는 사용목적을 보면 정·관계 로비자금 처리 수법일 가능성을 의심케 한다. 문제는 의협이 이를 통해 매년 적게는 수천만 원에서 많게는 수억 원에 달하는 탈세를 저지르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한 공인회계사의 이야기다.

    “회계를 아무런 증빙 자료도 없이 현금영수증으로만 처리하고 있다는 것은 정말 심각한 문제다. 현행 세법상 이런 지출은 비용으로 인정받을 수 없다. 그래서 대표자인 의협 회장의 상여로 처분한 것 같은데, 그에 따른 세금을 제대로 내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대표자의 소득 수준으로 볼 때 최고 35%의 세금을 추가로 냈어야 한다.”

    의사협회 무슨 일 생겼나

    의협이 관행적으로 사용하는 현금영수증.

    2008년 의협 회계감사자료에 따르면, 주 전 회장과 임원 2명이 2008년 한 해 동안 현금영수증으로 처리한 금액은 1억 원이 넘는다. 150여 명의 의협 이사와 임직원이 현금영수증으로 비용을 처리한 것은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산된다. 의협 내부 관계자들은 지금도 이런 관행이 지속되고 있다고 전한다. 회계감사를 담당한 한 공인회계사는 “의협 재무 업무규정에 어떠한 자금 지출도 적법한 증빙서류 없이 집행될 수 없다고 명시돼 있다. 이러한 규정을 위반한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충분히 검토하기를 바란다”고 지적했다.

    의협 최종현 사무총장은 “현금영수증은 지난 집행부 때나 가능한 일이었고, 지금은 경조사비 등 법인카드로 쓸 수 없는 부분에 한해서만 제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면서 “현 집행부의 회계처리는 법적으로 문제 될 것이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의료정책연구소 외부 연구용역 사업

    2009년 의협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의료정책연구소 외부 연구용역비는 전년에 비해 크게 늘어나 6억5000만 원에 육박했다. 2008년 2억5000만 원에 비해 3배 가까이 증가한 것.

    지난해 연구소 사업소위원회와 연구위원회를 거쳐 상임이사회에서 최종 결정한 26건의 외부 연구용역 과제 가운데 실제 계약이 이뤄진 것은 13건. 그중 ‘의료와 사회포럼’에 연구용역을 맡긴 ‘의료제도 개혁을 위한 친의료계 정치세력화 지원에 관한 건’(연구비 1억 원) 등 1억 원 이상 고액 계약은 3건이다.

    이 3건 모두 수의계약을 체결했다. 그런데 문제는 이 계약이 모두 연구소의 본래 목적과 다르게 의협 홍보와 비자금 용도로 전용됐다는 점이다. 연구소 사업소위원회 회의록에도 이 같은 문제점이 언급된다.

    ‘연구소 본연의 목적인 정책, 전략 연구에 해당하지 않는 홍보과제 등 협회 제안과제의 경우 현 집행부가 예산안을 구성하지 못한 점, 타 기관과의 신뢰성 문제 등을 감안해 금년으로 한정해 수락하되….’

    최 사무총장은 이에 대해 “내부 절차를 거쳐 진행한 사안이기 때문에 아무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나머지 10건의 연구용역 사업 가운데 7건도 수의계약으로 이뤄졌으며, 그중 6건이 전·현직 임원에게 맡겨진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는 연구소 사업소위원회나 상임이사회에서 선정하지 않은 연구과제도 포함돼 있다. 의료정책연구소 우봉식 전 연구조정실장은 외부 연구용역 사업에 수의계약이 많은 이유에 대해 “연구소 연구사업 지침을 보면 일반과제는 가능한 공모를 해야 하지만, 정책과제는 수의계약을 할 수 있도록 돼 있다. 공모를 해도 응모가 별로 없어 수의계약이 더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2007~2009년 연구소가 4000만 원 이상 연구비를 지원한 외부 연구용역 과제는 2007년 3건, 2008년 4건, 2009년 5건 등 모두 12건. 이 가운데 공모 절차를 거치지 않은 것은 2009년 5건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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