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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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울함 모두 잊고 편히 영면하시길

  • 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e

    입력2009-12-02 16:5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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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월22일 일요일 오후 3시. 경제부처에서 굵직굵직한 경력을 쌓아온 전직 고위관료가 가족이 지켜보는 가운데 조용히 세상과 작별을 고했습니다. 향년 61세. 부고 기사에는 ‘지병’으로만 언급됐지만 정확한 병명은 간암. 친구들도, 옛 동료들도 그가 위독하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기에 가시는 길이 조금은 쓸쓸한 분위기였다고 합니다.

    연원영 전 한국자산관리공사 사장이 그 주인공입니다. 김대중 정부 출범 이후 금융감독위원회 구조개혁기획단 총괄반장으로 금융기관 퇴출 등 구조조정 실무를 지휘한 경력을 대면 알 만한 사람은 다 고개를 끄덕일 겁니다.

    지난해 연말께였습니다. 검찰을 출입하는 방송사 선배 기자가 어느 날 저녁 “급히 함께 갈 데가 있다”며 저를 어딘가로 이끌었습니다. 어느 음식점에 도착해보니 연 전 사장과 변호인이 먼저 와 있었습니다. 당시 연 전 사장은 검찰의 ‘현대차그룹 계열사 채무탕감 로비사건’ 수사 과정에서 뇌물을 받은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던 중이었습니다. 그 순간 ‘뭔가 억울한 게 있구나’라는 직감이 오더군요.

    연 전 사장은 검찰 수사에서 대가성은 아니지만 금전 수수 사실을 인정했고, 법원은 1심과 항소심에서 그에게 유죄를 선고해 법정구속까지 됐습니다. 뒤늦게야 그는 “검찰이 ‘돈을 받았다고 하면 정상을 참작해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않겠다’고 회유했다”며 결백을 주장했지만 이미 버스는 떠난 뒤였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자신의 억울함을 풀어줄 창구가 필요했던 듯합니다. 그러나 항소심에서까지 유죄가 확정돼 대법원에서 판결이 뒤바뀌길 기대하긴 어려운 시점이었습니다. 게다가 연 전 사장은 옥중에서 간암 수술까지 받아 명예회복보다는 몸부터 보살펴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럼에도 그는 돈을 받지 않았다는 사실을 무슨 수를 써서라도 입증해보이겠다는 의지가 확고했습니다.

    억울함 모두 잊고 편히 영면하시길
    3시간 가까이 기자에게 억울함을 호소한 뒤 마지막 인사를 나누기 전 “딸들에게 명예로운 아버지로 기억된다면 더 바랄 게 없습니다”라며 명예회복에 대해 일말의 희망을 드러낸 그의 얼굴이 아련하게 떠오릅니다. 그러던 그가 지난 9월 ‘형량을 원심대로 확정한다’는 법원의 최종 판결문을 받아보고 어떤 심정이었을지 조금은 상상이 갑니다. 그의 주장이 진실인지의 여부를 떠나 한 인간으로서, 기자로서 저 역시 그를 세상 밖으로 밀어내는 데 일조하지 않았나 하는 자책이 밀려옵니다. 진실을 밝혀내려는 최소한의 노력은 기울였어야 하는데…. 이제 판결문은 다 잊고 부디 편히 영면하시길 바랍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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