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히어로즈와 연예인 야구팀 ‘천하무적 야구단’의 친선경기에 앞서 히어로즈 김시진 감독이 천하무적 야구단의 에이스 오지호의 투구를 지켜보고 있다. 이날 게임은 실력차를 고려해 히어로즈는 6명만 수비에 나서고 원아웃에 이닝을 끝내는 핸디캡을 적용했다.
학교 운동장과 사회인리그가 열리는 야구장, 야구용품점으로 사람들의 발길을 움직이게 했다. ‘보는’ 야구 인구뿐 아니라 ‘하는’ 야구 인구의 증가로 이어진 것이다. 그야말로 생활야구의 폭발적인 확산을 불러일으켰다.
“지난해에 비해 매장을 찾은 손님이 30~50% 늘었고, WBC 이후 야구용품이 동이 나 용품 구입처를 수소문하느라 진땀을 흘렸다. 보통 2주면 제작되는 동호인 야구팀 유니폼이 요즘은 1개월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다.”
서울 동대문에서 7년째 야구용품점을 운영하는 김진성 씨는 지난해보다 매출이 50%가량 뛰었다고 말한다. 매장 오픈 이후 올해 가장 바쁜 한 해를 보내고 있다는 것이다. ‘인터파크’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야구용품 매출은 전년 대비 2배가량 증가했으며, 인터넷쇼핑몰 ‘H몰’의 경우 야구용품 매출이 531% 급증했다.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에서 어린이용 글러브와 배트는 없어서 못 팔 정도다.
야구용품 매출 신장은 동호인의 야구리그인 사회인리그의 팽창을 의미한다. 전국 사회인리그를 관리하는 전국야구연합회에 따르면 올 한 해 상반기 서울에서 사회인리그에 등록해 활동하는 사회인야구팀은 1093개 팀. 지난해 344개 팀에 비해 3배가량 늘어난 수치다. 전국적으로는 3357개 팀이 사회인리그에서 뛰고 있으며 지난해(2435개 팀)보다 약 35% 늘었다.
서울의 구별로 리틀야구팀을 모집해 경기를 주관하는 리틀야구연맹은 지난해 8개 팀에 불과했지만 올해는 16개 팀이 등록해 대회를 펼치고 있다. 2009년을 강타하고 있는 ‘야구 광풍’이 20대 이상의 직장인에게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많은 어린이에게는 미래의 박찬호, 이승엽을 꿈꾸게 하면서 그들의 동심에 강력한 스트라이크를 꽂아넣고 있다.
인프라 태부족 동호인들 ‘운동장 갈증’
연예인 야구단 ‘플레이보이즈’의 장동건(오른쪽)과 현빈.
김광수(두산 코치), 신철인(히어로즈), 채상병(삼성) 등을 배출한 이 학교에서 5년째 감독을 맡고 있는 김기환 씨는 “감독 부임 후 올해 문의전화가 가장 많은 것 같다. 특히 방과 후 학원과 PC방으로 향하던 아이들이 요즘은 공과 글러브, 배트를 들고 운동장에서 야구를 즐기고 있다.
그들의 대화에서 야구 이야기가 늘 빠지지 않는다”고 말한다. TV도 야구 광풍에 한몫했다. KBS 2TV에서 방영 중인 야구 버라이어티쇼 ‘천하무적 야구단’은 예능 부문의 절대강자인 MBC ‘무한도전’과 같은 시간대에 방영되지만 시청률이 10%에 이르는 인기 프로그램이 됐다. 10월 초부터 85분으로 확대 편성된 이 프로그램은 시청자의 꾸준한 흥미를 유발해 호평을 이끌어내고 있다.
출연진의 실력 향상과 여러 오락적인 요소도 인기를 끄는 요인이겠지만, 올해 불어닥친 야구 열기가 프로그램 인기 상승에 큰 몫을 했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이 야구단에서 주전으로 활동하는 연예인 김창렬 씨는 “현재 우리와의 친선경기를 신청한 팀만 1000여 개 팀이 넘는다”며 혀를 내두른다. 천하무적 야구단처럼 연예인 야구팀은 계속 늘고 있으며, 각 연예인 야구팀에 친선경기를 신청하는 사회인리그 팀의 수도 증가하고 있다.
사회인야구 인기의 폭발적 증가로 새로운 풍속도가 생겼다. 야구를 즐기기 위해서라면 지리적 한계도 무의미해진 것이다. 살사 동호인으로 구성된 살사 야구팀 ‘THE SALSA’에서 활동 중인 댄서 양승훈 씨는 야구를 하기 위해 6개월째 거의 매주 거주지인 부산에서 서울로 올라온다. 양씨는 “WBC 준우승 이후 야구가 무척 하고 싶어 매주 서울로 올라온다. 재미있는 야구를 한다는 생각에 교통비 걱정은 뒷전이다. 요즘은 야구하는 낙으로 산다”며 흐뭇해했다.
그러나 우리 사회인야구 인프라는 늘어나는 동호인 인구를 받쳐주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무엇보다 야구를 하려는 팀들은 증가하고 있지만 야구할 수 있는 공간이 제한적이다. 이러한 ‘수급 불균형’ 현상은 동호인 야구인 사이에서 가장 먼저 해결돼야 할 문제다. 부상의 위험을 무릅쓰고 한 운동장에서 동시에 10개 팀이 야구를 하는가 하면, 정식 사회인리그에도 가입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인터넷 카페를 통한 야구용품 거래도 늘었지만 사이버 공간에서의 거래 사기도 적지 않게 발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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