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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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발적 주제, 어수선한 흐름

대통령 암살자들의 이유 있는 항변 ‘어쌔신’

  • 현수정 공연칼럼니스트 eliza@paran.com

    입력2009-10-16 10: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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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발적 주제, 어수선한 흐름
    ‘오페라의 유령’ ‘캣츠’ ‘라이온 킹’ ‘아이다’ 등 이른바 ‘메가뮤지컬’이 뮤지컬의 전모라 생각한다면 ‘아니올시다’이다. 뮤지컬은 1960년대 이후 급격한 세계 사회·문화 변화 속에서 깊이와 다양성을 갖춰나갔다. 인종, 동성애, 젠더, 반전, 정치, 종교 같은 진지한 소재를 적극적으로 다뤘고 다양한 실험으로 기성 관객을 놀라게 했다.

    실험적인 형식 중 하나가 ‘콘셉트 뮤지컬’이다. 콘셉트 뮤지컬에서는 줄거리가 아닌, 어떠한 토픽이나 상징, 형식이 주가 된다. 사회적인 문제나 지적인 주제를 효과적으로 표현하기에 적합하다. 황금기를 이끈 로저스와 해머스타인의 ‘알레그로’, 쿠르트 바일의 ‘러브 라이프’ 등이 콘셉트 뮤지컬의 맹아를 품었다. 그리고 칸더와 엡 콤비의 ‘카바레’, 스티븐 손드하임의 ‘컴퍼니’ ‘폴리스’ 같은 작품이 선을 보였다. 이 밖에 ‘코러스 라인’ ‘헤어’ 등 동시대 오프 브로드웨이 젊은 작곡가들의 콘셉트 뮤지컬이 있다.

    현재 공연 중인 손드하임의 ‘어쌔신’은 독특한 테마의 콘셉트 뮤지컬이다. 이 작품에서는 각기 다른 시기에 살았던 8명의 대통령 암살자가 한자리에 모여 자신들의 이야기를 전개한다. 링컨을 암살한 부스, 케네디를 저격한 오스월드, 루스벨트와 닉슨의 암살을 기도한 장가라와 비크 등이 등장한다. 이들은 각기 에피소드를 통해 대통령을 암살할 생각을 하게 된 이유를 이야기하고, 시해 순간을 보여준다. 그리고 사회자의 논평이 곁들여진다.

    이 작품의 관건은 관객들에게 ‘콘셉트’를 설득력 있게 전달하는 것이다. 잘못하면 관객들이 수많은 에피소드 속에서 정신줄을 놓고 어떤 생각과 감정으로 극을 이해해야 할지 혼란을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영웅적이고 드라마틱한 암살자의 이야기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암살 동기는 지극히 개인적이고 어처구니없어 연민을 느끼게 할 정도다. 그러나 그 속에 사회의 이면을 비추는 날카로운 풍자가 숨어 있다. 때문에 ‘블랙 유머’를 살리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번 공연은 흔치 않은 도발적 주제를 담은 거장의 명작을 공연한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그러나 다소 어수선한 데다, 살아 있는 풍자와 유머를 품격 있게 살리지 못한 점에서 아쉬움을 남긴다. 게이 캐릭터인 비크의 캠프와 입담을 잘 활용해 좀더 시의성을 느끼게 했으면 좋았을 것 같다.



    무대는 영상을 활용하고 최대한 활용도를 높였다. 피아노 2대보다는 좀더 다양하게 악기를 편성하는 것이 음악의 극적인 표현력을 살리기에 더 적합했을 듯하다. 최재웅, 최혁주, 강태을, 한지상, 임문희 등 출연. 11월8일까지, 더 스테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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