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의 태도가 많이 바뀌었다는 말이 나온다. 그동안 친이(親李·친이명박) 진영의 ‘러브콜’을 단박에 일축해온 그가 최근엔 어느 정도 이에 화답하는 모양새를 갖추고 있다는 것. 일각에서는 박 전 대표의 이런 변화를 범여권의 향후 구도와 관련해 상당한 의미를 부여한다.
박 전 대표의 말에도 변화가 생겼다. 7월15일 여야 간 핵심 쟁점인 미디어관계법 처리에 대한 박 전 대표의 발언은 기존의 화법에서 완전히 벗어났다. 박 전 대표는 미디어관계법의 처리 방향뿐 아니라 구체적인 숫자를 거론하면서 그에 대한 대안까지 제시했다.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다.
박 전 대표는 이날 국회 본회의 참석 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한나라당의 미디어관계법 직권상정 요청에 대한 견해를 묻자 “가능한 한 여야가 합의하는 것이 좋다는 게 나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또 “얼마든지 합리적으로 조정할 수 있다. 제대로 된 미디어관계법이 되려면 미디어 산업발전에 도움이 되고, 독과점 문제도 해소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박 전 대표는 방송사 진출 허가 기준인 시장점유율과 관련해선 “한 회사의 시장점유율을 매체 합산 30% 이내로 인정한다면 여론의 다양성을 보호하는 것은 물론 시장 독과점에 대한 우려가 사라지고, 시장도 효율적으로 조정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깊이 고민한 흔적이 역력하다. 특히 방송사 소유 규제에 대해 “지상파 방송은 상대적으로 영향력이 크니 (신문·대기업의 소유 지분 상한을) 20% 정도로 규제하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박 전 대표는 이어 종합편성 채널과 보도 채널의 소유 지분과 관련해선 “종합편성 채널은 30%이고 보도 채널은 49%로 돼 있는데, 서로 다를 이유가 없다. 둘 다 30% 정도로 하면 적정하지 않을까 하는 게 나의 생각”이라고 밝혔다.
구체적 입장 표명 이례적 변화
친박(親朴·친박근혜) 진영은 이 같은 박 전 대표의 ‘적극적인’ 발언에 깜짝 놀랐다는 반응이다. 박 전 대표가 특정 정책에 대해 자세히 언급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기 때문이다. 친박 계열의 서상기 의원(대구 북을)은 “박 전 대표는 지금껏 모든 상황을 한두 마디로 정리하곤 했는데, 이번에는 전혀 달랐다. 앞으로 정책이나 주요 사안에 대해 구체적으로 입장을 표명하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진다. 새로운 변화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7월16일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몽골 방문 당시 동행한 취재진과 오찬을 함께 한 자리에서도 박 전 대표의 모습은 평소와 달랐다. 국내 정치현안에 대한 자신만의 생각을 가감 없이 표현하고 나선 것. 무엇보다 박 전 대표는 ‘친박’ 의원들의 입각에 대해 매우 전향적인 자세를 보였다. 박 전 대표는 측근들의 입각 가능성에 대해 묻자 “친박 입장에서가 아니라 개인이 알아서 결정할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임명권자인 대통령이 알아서 할 일이고, 선택받은 분이 개인적으로 판단해서 결정할 문제다. (친박 의원이 입각하더라도) 이른바 친박 대표로 가는 것이 아니며, 친박 의원들과 상의해서 가는 것도 아니다. 개인이 결정하고 알아서 하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친박 의원들의 입각을 반대하지 않으면서전적으로 개인 문제로 돌린 셈이다. 이는 지난번 몽골 방문 당시 자신의 총리 기용설에 대해 “수도 없이 나온 얘기다. 그냥 흘려버리면 된다”고 말한 것과도 뉘앙스가 다르다. 현안에 대해 좀더 적극성을 띠고 있는 느낌이다. 다음은 박 전 대표와 몽골에 함께 다녀온 기자들과의 일문일답이다.
(박 전 대표를) 정책적으로, 정치철학적으로 따르고 싶어하는 초선 의원이 많은데 친박의 벽이 너무 높다는 말이 나옵니다.
“의원들에게 제 e메일 주소가 다 공개돼 있어요. 휴대전화를 갖고 다니지 않아 직접 받을 수 없지만 통해서 연결할 수 있죠. 그 전화번호도 의원들이 다 알아요. 언제라도 전화하면 받을 수 있다고 말해주세요.(웃음) ‘친박’은 의원들에 대해 배타적인 부분이 없어요. 개인의 성격상 그런 분들이 있겠지만, 친박 의원 중에는 그런 분이 없다고 생각해요.”
10월에 재·보궐선거가 열리는데 선거 지원에 나설 건가요.
“국민에게 무조건 표를 달라고 하는 게 선거운동이 아니죠. 선거는 역사적으로 국민과 약속을 하는 거예요. 지금까지 그 약속을 지켰는지에 대해 국민이 평가하는 것 아니겠어요? 중요한 것은 약속하는 사람이 약속을 이행할 수 있는 자리에 있느냐 하는 점이에요. 그럴 위치에 있지 않은 사람이 약속을 해서는 안 되죠.”
여권 정치지형 변화 예고
이 말을 두고 박 전 대표의 몽골 방문을 수행한 정갑윤 의원은 “양산 선거에 박 전 대표가 어떤 약속을 할 수 있는 자리에 있지 않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에 대해선 어떻게 평가하나요.
“당의 화합을 위해 애쓰시는 분이죠.”
국회 파행을 몰아오고 있는 미디어관계법과 관련해서는요.
“저는 정책에 대해 나서서 말할 위치에 있지 않아요. 다만 이견이 첨예하고 다른 방도가 없어서 구체적이고 합리적인 안을 제시하고자 했을 뿐이에요.”
정치권에서 ‘한-자 동맹론’(한나라당과 자유선진당 동맹), 충청권 연대론이 나오고 있는데요. 특히 ‘충청권 연대론’에 대해서는 친박 고립 작전이란 시각도 있습니다만.
“제가 할 얘기는 아닌 것 같군요.”
일각에 나도는 개헌 문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요.
“지금 그런 얘기를 하면 뜬구름 위에서 말하는 것 같지 않겠어요? 제헌절에 나오는 얘기를 좀 들어보고요.”
박 전 대표가 이처럼 ‘현실’에 대해 적극성을 보이는 것이 이재오 전 최고위원의 부상과 관련 없지 않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박 전 대표의 ‘천적(天敵)’으로 분류되는 이 전 최고위원은 최근 여권 주류의 이너서클 주도권을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에게서 사실상 빼앗아왔다. 과연 그의 재등장을 의식해 박 전 대표가 입을 연 것일까. 이 전 최고위원의 복귀 절차와 함께 박 전 대표의 태도 변화가 정치 지형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주목된다.
박 전 대표의 말에도 변화가 생겼다. 7월15일 여야 간 핵심 쟁점인 미디어관계법 처리에 대한 박 전 대표의 발언은 기존의 화법에서 완전히 벗어났다. 박 전 대표는 미디어관계법의 처리 방향뿐 아니라 구체적인 숫자를 거론하면서 그에 대한 대안까지 제시했다.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다.
박 전 대표는 이날 국회 본회의 참석 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한나라당의 미디어관계법 직권상정 요청에 대한 견해를 묻자 “가능한 한 여야가 합의하는 것이 좋다는 게 나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또 “얼마든지 합리적으로 조정할 수 있다. 제대로 된 미디어관계법이 되려면 미디어 산업발전에 도움이 되고, 독과점 문제도 해소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박 전 대표는 방송사 진출 허가 기준인 시장점유율과 관련해선 “한 회사의 시장점유율을 매체 합산 30% 이내로 인정한다면 여론의 다양성을 보호하는 것은 물론 시장 독과점에 대한 우려가 사라지고, 시장도 효율적으로 조정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깊이 고민한 흔적이 역력하다. 특히 방송사 소유 규제에 대해 “지상파 방송은 상대적으로 영향력이 크니 (신문·대기업의 소유 지분 상한을) 20% 정도로 규제하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박 전 대표는 이어 종합편성 채널과 보도 채널의 소유 지분과 관련해선 “종합편성 채널은 30%이고 보도 채널은 49%로 돼 있는데, 서로 다를 이유가 없다. 둘 다 30% 정도로 하면 적정하지 않을까 하는 게 나의 생각”이라고 밝혔다.
구체적 입장 표명 이례적 변화
박근혜 전 대표는 몽골을 방문 중이던 7월2일 울란바토르에서 동행한 기자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7월16일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몽골 방문 당시 동행한 취재진과 오찬을 함께 한 자리에서도 박 전 대표의 모습은 평소와 달랐다. 국내 정치현안에 대한 자신만의 생각을 가감 없이 표현하고 나선 것. 무엇보다 박 전 대표는 ‘친박’ 의원들의 입각에 대해 매우 전향적인 자세를 보였다. 박 전 대표는 측근들의 입각 가능성에 대해 묻자 “친박 입장에서가 아니라 개인이 알아서 결정할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임명권자인 대통령이 알아서 할 일이고, 선택받은 분이 개인적으로 판단해서 결정할 문제다. (친박 의원이 입각하더라도) 이른바 친박 대표로 가는 것이 아니며, 친박 의원들과 상의해서 가는 것도 아니다. 개인이 결정하고 알아서 하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친박 의원들의 입각을 반대하지 않으면서전적으로 개인 문제로 돌린 셈이다. 이는 지난번 몽골 방문 당시 자신의 총리 기용설에 대해 “수도 없이 나온 얘기다. 그냥 흘려버리면 된다”고 말한 것과도 뉘앙스가 다르다. 현안에 대해 좀더 적극성을 띠고 있는 느낌이다. 다음은 박 전 대표와 몽골에 함께 다녀온 기자들과의 일문일답이다.
(박 전 대표를) 정책적으로, 정치철학적으로 따르고 싶어하는 초선 의원이 많은데 친박의 벽이 너무 높다는 말이 나옵니다.
“의원들에게 제 e메일 주소가 다 공개돼 있어요. 휴대전화를 갖고 다니지 않아 직접 받을 수 없지만 통해서 연결할 수 있죠. 그 전화번호도 의원들이 다 알아요. 언제라도 전화하면 받을 수 있다고 말해주세요.(웃음) ‘친박’은 의원들에 대해 배타적인 부분이 없어요. 개인의 성격상 그런 분들이 있겠지만, 친박 의원 중에는 그런 분이 없다고 생각해요.”
10월에 재·보궐선거가 열리는데 선거 지원에 나설 건가요.
“국민에게 무조건 표를 달라고 하는 게 선거운동이 아니죠. 선거는 역사적으로 국민과 약속을 하는 거예요. 지금까지 그 약속을 지켰는지에 대해 국민이 평가하는 것 아니겠어요? 중요한 것은 약속하는 사람이 약속을 이행할 수 있는 자리에 있느냐 하는 점이에요. 그럴 위치에 있지 않은 사람이 약속을 해서는 안 되죠.”
여권 정치지형 변화 예고
이 말을 두고 박 전 대표의 몽골 방문을 수행한 정갑윤 의원은 “양산 선거에 박 전 대표가 어떤 약속을 할 수 있는 자리에 있지 않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에 대해선 어떻게 평가하나요.
“당의 화합을 위해 애쓰시는 분이죠.”
국회 파행을 몰아오고 있는 미디어관계법과 관련해서는요.
“저는 정책에 대해 나서서 말할 위치에 있지 않아요. 다만 이견이 첨예하고 다른 방도가 없어서 구체적이고 합리적인 안을 제시하고자 했을 뿐이에요.”
정치권에서 ‘한-자 동맹론’(한나라당과 자유선진당 동맹), 충청권 연대론이 나오고 있는데요. 특히 ‘충청권 연대론’에 대해서는 친박 고립 작전이란 시각도 있습니다만.
“제가 할 얘기는 아닌 것 같군요.”
일각에 나도는 개헌 문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요.
“지금 그런 얘기를 하면 뜬구름 위에서 말하는 것 같지 않겠어요? 제헌절에 나오는 얘기를 좀 들어보고요.”
박 전 대표가 이처럼 ‘현실’에 대해 적극성을 보이는 것이 이재오 전 최고위원의 부상과 관련 없지 않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박 전 대표의 ‘천적(天敵)’으로 분류되는 이 전 최고위원은 최근 여권 주류의 이너서클 주도권을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에게서 사실상 빼앗아왔다. 과연 그의 재등장을 의식해 박 전 대표가 입을 연 것일까. 이 전 최고위원의 복귀 절차와 함께 박 전 대표의 태도 변화가 정치 지형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