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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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수발전댐은 애물단지?

평균 가동률 4.04% 불과, 경제성 의문 … “예비 전력 확보” 반론도

  •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입력2009-03-20 10:5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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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수발전댐은 애물단지?
    강원도 인제군 기린면 진동리 계곡. 뱀처럼 꼬불꼬불한 길을 따라 오르자니 어지럼증에 멀미 증세까지 몰려온다. 20분쯤 올랐을까. 자욱한 안개 사이로 흰 눈이 살포시 덮인 진동호가 모습을 드러냈다. 진동호는 양양양수발전소 상부댐 저수지다. 바람 한 점 불지 않아서인지 물결이 잔잔했다. 3월 초였지만 추위는 제법 매서웠다.

    ‘최대 유효 낙차가 819m로 아시아 최고에 이른다’는 댐 정상에 서니 하부댐이 까마득하게 내려다보였다. 발전소로 연결된 지하 터널도 엄청난 규모로 보는 이를 압도했다. 지하 터널 안으로 2km 들어가면 15층짜리 아파트 2동이 들어갈 정도의 지하 발전소가 나온다. 25만kW 발전기 4기가 설치돼 있는데, 시설용량이 원자력발전소 1기와 맞먹는다. 강원도 전역에 전기를 공급할 수 있을 정도의 용량이라고 한다. 양양양수발전소가 준공된 것은 2006년 9월. 당시 언론은 “국내 최대 규모의 양수발전소가 본격 가동에 들어갔다”며 대서특필했다.

    심야전력 요금 인상으로 발전가동률 ‘뚝’

    현재 건설 중인 예천양수발전소가 완공되면 국내 양수발전소는 7개가 된다. 가장 규모가 큰 양양양수발전소 건설비 1조원을 포함해 청송 산청 무주 삼랑진 청평 예천 등 6개의 양수발전소를 짓는 데 3조원의 예산이 들어갔다. 이처럼 막대한 건설비에 환경 피해를 감수하면서까지 지어진 양수발전소가 당초 목적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 문제다.

    양수발전댐은 ‘양수발전’을 위해 설립된 ‘단일 목적댐’이다. 양수발전이란 수력발전소의 위와 아래에 저수지를 만들어놓고 야간에 남는 전기에너지를 사용해 아래 저수지에서 물을 퍼 올려놓은 뒤, 다음 날 낮에 이 물을 방출해 전기를 생산해내는 것을 말한다. 수력발전에서 양수발전 비율이 68%를 차지할 만큼 주를 이룬다.



    양수발전은 기본적으로 전기가 저장되지 않는다는 특성 때문에 나왔다. 부하(전력 수요)는 시간과 계절에 따라 요동치는데, 원자력 및 화력 발전 같은 대용량 계통 발전소는 부하량의 변동에 맞춰 운전하기가 힘들다. 원자력발전이 최대 발전용량으로 발전하기까지는 최소 하루가 걸린다. 화력발전도 최소 1~2시간이 걸리며, 발전을 조절하는 데 많은 연료가 소모된다. 반면 양수발전은 가동을 시작하고 최대 출력에 이르기까지 3분이면 충분하다. 한국중부발전 홍보팀 박익규 팀장은 “양수발전은 남지만 버릴 수 없는 심야전기를 효율적으로 사용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양수발전의 가동률이 기대만큼 높지 않다는 것. 2008년 5월 녹색연합은 ‘2000년 이후 양수발전소 가동률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전국 6개 양수발전소의 평균 가동률은 4.04%로 적정 가동률 20%에 크게 못 미친다. 연도별 평균 발전량은 207만8269MWh(2002년)에서 141만812MWh

    (2007년)로, 연간 평균 가동시간은 849시간(2002년)에서 354시간(2007년)으로 60% 가까이 하락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환경단체가 환경 측면이 아닌 양수발전의 경제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는 점에서 화제가 된 보고서다.

    “값비싼 저수지” vs “다양한 수자원 활용”

    양수발전댐은 애물단지?

    원자력발전소 1기와 맞먹는 용량을 자랑하는 양양양수발전소.

    양수발전 가동률이 떨어진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하부댐에서 상부댐으로 물을 끌어올리는 데 사용해온 심야전력이 더 이상 남아돌지 않는다는 것. 이는 외환위기 이후 지속되는 고유가로 인해 유류난방 수요가 전기난방으로 전환되면서 심야전력 사용량이 급증한 것과 무관치 않다. 녹색연합 자연생태국 윤소영 활동가는 “초과된 심야전기 수요를 위해 오히려 원가가 비싼 LNG 발전기를 밤 시간에 추가로 가동하고, 배전 및 송전 설비까지 갖춰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고 말한다.

    이런 지적에 대해 양수발전소 측에서는 지금 당장 가동률이 낮다고 양수발전의 타당성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라고 반박한다. 양양양수발전소 정기용 소장은 “양수발전은 전력 부하가 급증할 때 바로 가동할 수 있기 때문에 예비 전력을 확보하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더욱이 지식경제부가 지난해 말 발표한 ‘4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르면, 2022년 원자력 발전량 비중은 2008년(34%)에 비해 48% 수준으로 대폭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정 소장은 이와 관련해 “원자력발전소 증설이 가시화되면 원자력발전의 잉여 전력을 이용하는 양수발전 가동률도 자연스레 높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렇다면 양수발전소 상·하부댐에 저장된 방대한 수자원은 제대로 활용하고 있는 것일까. 청송양수발전댐은 총저수량이 1700여 만t에 이르며, 산청양수발전댐은 유효수량만 1100여 만t에 이른다. 이런 엄청난 규모의 수자원이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면 그만큼 국가적 손실일 수밖에 없다.

    일부에서는 “양수발전댐이 양수발전도 제대로 못하면서 물만 가둬놓은 값비싼 저수지로 전락한 것 아니냐”며 문제를 제기한다. 양수발전소로서 기능을 못한다면 그 안의 수자원이라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뜻.

    그러나 양양양수발전소 발전운영팀 박건복 팀장은 “단순히 물을 가둬두는 것이 아니라 발전을 위한 유효저수량(450만t) 이상의 물을 상시 자연 방류하고 있으며, 특히 매년 4~9월에 농업·생활용수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루 1만7000여t의 물을 방류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또한 무주양수발전소는 하부댐에서 관개용수로 방류하는 물에 소수력발전기를 설치해 발전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한 수자원 전문가는 “강수량이 많을 때 하류로 물을 방류하는 것 이외에 평상시 수자원을 활용하기 위한 방안은 마련하지 않은 채 사실상 방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양수발전소의 수자원이 과연 각종 용수나 소수력발전에 얼마만큼 효율적으로 활용되고 있는지에 대한 기본적인 연구가 우선적으로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현재 경북 예천군에는 2011년 준공 예정으로 7470억원이 투입된 80만kW 규모의 양수발전소가 건설되고 있다. 과연 이 발전소의 가동률은 얼마나 될지, 댐에 담긴 수자원은 얼마나 효율적으로 활용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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