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얘기를 해야 하나?’ ‘분위기를 띄우려면 어떤 노래를 불러야 하지?’
송년회만 다가오면 으레 빠져드는 고민이다. 그래도 한 해의 마지막 자리인데 여느 모임처럼
입 꾹 다물고 있을 수도 없고, 나서자니 준비한 것도 없어 머리만 아프다. 감동의 말 한마디,
시원스러운 노래 한 곡, 사람들의 혼을 쏙 빼낼 웃음거리를 풀어놓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은데….
송년회 자리, 어떻게 하면 주인공이 될 수 있을까.
화젯거리, 소소한 일상사, 넘칠 만큼 준비해라
자신이 직접 A부터 Z까지 완벽하게 준비해야 하는 이벤트 전문회사 직원이 아니라면 ‘기본’에 충실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일단 대화거리를 많이 마련하자. 안면이 있거나 친구들뿐 아니라 처음 만나는 사람도 있기 때문에 ‘아이스 브레이킹’에 서툴면 서먹서먹한 분위기가 이어질 수 있다. 이런 분위기를 피하려면 얼굴만 멀뚱멀뚱 쳐다보는 시간을 최소화해야 한다.
최근 몇 번의 송년회에서 갖가지 대화술로 새로운 친구를 사귀고 송년회 분위기도 화기애애하게 이끌었다는 김민호(34) 씨. 김씨는 신규 고객을 많이 유치해야 하는 보험설계사다. 일도 일인지라 김씨는 친한 사람들이 모이는 송년회보다 낯선 송년회 자리에 자주 참석하는 편이다. 그는 송년회에 가기 전 지인을 통해 참석자들의 신상이나 특기, 업무 스타일 등을 간단하게나마 파악해둔다. 누가 들어도 귀가 솔깃한 뉴스의 뒷이야기도 언론이나 사정기관의 친구, 선후배의 도움을 받아 준비한다.
“처음 만난 상대방이 나의 장점이나 취미를 잘 알고 있다든지, 남들에게 쉽게 꺼내지 못한 어려운 사정을 먼저 알고 걱정해준다면 얼마나 고맙겠어요. 그냥 얼굴만 보고 명함만 건네는 것보다 호감도가 훨씬 더 높아질 수밖에요.”
그는 자신의 일상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가 예기치 못한 도움을 받은 적도 있다.
“한번은 회사 동료를 따라간 송년회에서 지나가는 말처럼 ‘11월 실적이 아예 없어 회사에서 눈치만 보고 있다’고 했더니 참석자 가운데 두 명이 한꺼번에 보험을 들겠다고 하더라고요. 제 처지를 솔직하게 드러내 상대방의 마음을 열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기본 폭탄주 3~5잔, 2008년 송년회 공식 품목
송년회에 폭탄주가 빠지면 앙꼬 없는 찐빵이나 다를 게 없다. 모두에게 공평하게 돌아가는 폭탄주야말로 한 해를 마무리하는 송년회의 의미와 딱 들어맞는 메뉴다. 참석자 대부분이 ‘두주불사’ 스타일이라면 주야장천 폭탄주를 돌려도 문제없겠지만, 대체로 송년회 시작과 중간, 마무리 시간대에 3~5잔 가볍게 돌려 마시는 게 요즘 폭탄주 문화의 추세다.
검찰과 일부 공직자 송년회에선 여전히 양주잔과 맥주잔을 양주, 맥주로 가득 채우는 이른바 ‘텐-텐’주(원자폭탄주) 또는 맥주잔에 양주를 붓고 양주잔에 맥주를 넣는 수소폭탄주가 유행이지만, 이런 경우에도 다음 날을 생각해 5잔 정도에서 끝내는 게 적당하다.
폭탄주는 50세주(백세주 1병+소주 1병), 백두산주(백세주 1병+소주 2병), 천국의 눈물주(천국술과 참이슬 소주를 5:5로 배합), 소백산맥주(소주+백세주+산사춘+맥주), 드라큘라주(포도주+양주), 벤처 폭탄주(전통술+양주, 문배주를 넣을 경우 더 강력)에서부터 다소 마시기 쉽지 않은 난지도주(각종 음료수+나물 안주+과자+양주+맥주)까지 셀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하다.
그러나 송년회에서는 기본적인 5분, 7분 소폭(소주와 맥주), 양폭(양주와 맥주)이 선호된다. 자양강장제를 섞은 황제주, 막걸리와 맥주를 섞은 쌀보리주는 취기와 구토기가 금세 올라와 오히려 송년회 분위기를 흐트러뜨릴 수 있다.
최근 강남 지역의 바(bar)나 카페들이 폭탄주 손님을 위해 내놓는 것처럼 맥주잔 절반 크기의 폭탄주잔을 번거롭지만 따로 준비해오는 것도 센스다. 양이 절반으로 준다면 여성들도 부담 없이 폭탄주를 즐길 수 있다. 여성에겐 얼음을 타주는 것도 팁이다. 최근엔 큰 그릇에 양주 약간과 맥주를 붓고 그 안에 레몬을 빠뜨려 섞어 마시는 폭탄주도 인기다.
폭탄주를 마실 때는 재미난 건배사(辭)나 설정 코멘트를 하는 것이 분위기를 띄우는 데 효과적이다. 개그맨 김대희의 유행어인 “밥 묵자”를 변형한 “폭탄 묵자”는 최근 송년회 자리에서 반응이 괜찮은 건배사. 요즘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개그맨 안상태가 ‘개그콘서트’ 봉숭아학당에서 현장 취재 기자로 출연해 내놓는 코멘트인 ‘~할 뿐이고’를 응용한 설정도 좋다. 폭탄주를 한 잔 마신 뒤 “난 폭탄주를 마셨고, 내 위에선 뇌관이 터질 뿐이고, 엉덩이에서는 파편 나오고, 그냥 엄마 보고 싶을 뿐이고”라고 해보자. 참석자들 대부분이 입에 거품을 물고 쓰러질 것이다.
송년회에 자신보다 연배가 높은 사람이 많이 참석했다면 ‘나가자’(나라를 위하여, 가정을 위하여, 자신을 위하여), ‘진달래’(진하고 달콤한 내일을 위하여), ‘당나귀’(당신과 나의 귀한 만남을 위하여), ‘개나발’(개인과 나라의 발전을 위하여), ‘원더걸스’(원하는 만큼 더도 말고 걸러서 스스로 마시자) 등 잘 알려진 감동 건배사를 적절히 활용해도 좋다. 아프리카 스와힐리어로 ‘걱정하지 마, 모든 게 다 잘될 거야’라는 뜻의 ‘하쿠나 마타타(Hakuna matata)’도 요즘 같은 불황기에 잘 어울리는 건배사다.
정갈한 유머와 센스, 드레스 코드·헤어스타일 변신으로 분위기 ‘UP’
참석자들에게 웃음을 선사하는 것도 송년회 분위기를 이끄는 방법 가운데 하나다. 과장된 몸짓이나 듣기 거북한 욕설이 아니라면 적당한 유머와 센스 있는 말을 시도해보는 것이 좋다.
자신이 무미건조한 스타일이라면 송년회는 고리타분한 이미지를 단번에 날려버릴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스스로 유머 감각이 떨어진다고 생각한다면 대화를 나눌 때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유행어를 상황에 따라 적절히 ‘카피’해 친밀도를 높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나이 마흔이 코앞에 닥칠 때까지 연애 한번 제대로 못해본 변정욱(39) 씨. 그는 11월 말 부서 송년회에서 유행어 덕을 톡톡히 보고 쾌재를 불렀다. 그동안 ‘말주변 없다’는 소리를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었을 만큼 대화에 능숙지 않은 변씨는 송년회 전 ‘개그콘서트’에 나오는 유행어들을 입에 장착(?)했다.
운까지 따랐던지 우연히 옆에 앉은 7년 여자 후배에게 전략이 제대로 먹혀들었다. 목례로 첫인사를 나누려는 후배에게 개그맨 황현희의 유행어인 “왜 그래? 아마추어같이…”를 던져 후배를 박장대소케 했고, 곧바로 자신의 명함을 쥐어주며 한민관의 유행어인 “스타가 되고 싶음 연락해”로 확인 사살해 후배를 녹다운시켰던 것.
여파가 얼마나 컸던지 후배는 변씨의 얼굴만 봐도 웃음을 참지 못했고, 결국 ‘특별한 감정’으로 이어져 수일 뒤엔 연인 관계로 발전했다는 후문이다.
드레스 코드나 헤어스타일 변신으로도 참석자들의 관심을 끌 수 있다. 패션 및 미술업계 송년회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모습인데, 한 해 마지막으로 보는 자리인 만큼 그 이미지가 강하게 뇌리에 남는다. 엄숙하고 경건한 송년회가 아니라면 과감한 시도를 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최근에는 마술 전문회사에 자문을 받아 간단한 마술을 선보이는 사람들도 있다.
노래방에서 마지막 불꽃을
송년회뿐 아니라 모든 모임의 하이라이트는 역시 노래방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취기가 살짝 오른 상태에서 함께 부르는 노래는 모두를 하나로 묶는 ‘사랑의 묘약’이나 다름없다.
최근 삼성경제연구소는 ‘2008 송년회 분위기를 휘어잡을 필살가(歌)’를 선정해 발표했다. 최고경영자(CEO)를 기준으로 한 설문조사지만, 순위 안에 든 곡들이 모두 누구나 알 만한 ‘명곡’들인 만큼 일반인의 애창곡과 별 차이 없다.
남성이 분위기를 띄우기에 가장 좋은 노래는 김수철의 ‘젊은 그대’로 나타났다. 흥겹고 따라 부르기 편한 곡의 대표격. ‘꿈의 대화’(이범용 한명훈), ‘어쩌다 마주친 그대’(송골매), ‘여행을 떠나요’(조용필), ‘황홀한 고백’(윤수일), ‘널 그리며’(박남정)가 그 뒤를 이었다.
여성의 경우 심수봉의 ‘젊은 태양’이 1위였고, 역시 심수봉의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 ‘남행열차’(김수희), ‘첫차’(서울시스터즈), ‘영원한 친구’(나미), ‘하늘땅 별땅’(비비), ‘분홍 립스틱’(이애리자), ‘밤이면 밤마다’(인순이)가 인기곡에 올랐다.
이 밖에 30대 남성들이 노래방에 갈 때마다 한 번쯤은 부르는 ‘슬퍼지려 하기 전에’(쿨), ‘챔피언’(싸이)이나 최근 드라마나 방송에서 화제를 모은 ‘땡벌’(강진), ‘날 봐 귀순’(대성), ‘무조건’(박상철), ‘샤방샤방’(박현빈), 30대 여성의 경우에는 ‘미쳤어’(손담비), ‘노바디’‘텔미’(이상 원더걸스) 등 이색 최신곡도 분위기를 뜰썩이게 만들 만한 곡이다.
조용필의 ‘킬리만자로의 표범’과 룰라의 ‘날개 잃은 천사’는 부르는 사람의 기존 이미지를 완전히 바꿀 수 있는 노래로 꼽혔다. 모두가 따라 부른 노래가 끝나고 마이크를 두 손으로 잡은 채 멋지게 마무리한다면 당신은 분명 송년회의 주인공이 돼 있을 것이다.
송년회만 다가오면 으레 빠져드는 고민이다. 그래도 한 해의 마지막 자리인데 여느 모임처럼
입 꾹 다물고 있을 수도 없고, 나서자니 준비한 것도 없어 머리만 아프다. 감동의 말 한마디,
시원스러운 노래 한 곡, 사람들의 혼을 쏙 빼낼 웃음거리를 풀어놓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은데….
송년회 자리, 어떻게 하면 주인공이 될 수 있을까.
재미나고 알찬 대화거리, 정갈한 유머, 그리고 필살노래까지 준비한다면 당신은 송년회의 멋진 주인공이 될 수 있다.
자신이 직접 A부터 Z까지 완벽하게 준비해야 하는 이벤트 전문회사 직원이 아니라면 ‘기본’에 충실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일단 대화거리를 많이 마련하자. 안면이 있거나 친구들뿐 아니라 처음 만나는 사람도 있기 때문에 ‘아이스 브레이킹’에 서툴면 서먹서먹한 분위기가 이어질 수 있다. 이런 분위기를 피하려면 얼굴만 멀뚱멀뚱 쳐다보는 시간을 최소화해야 한다.
최근 몇 번의 송년회에서 갖가지 대화술로 새로운 친구를 사귀고 송년회 분위기도 화기애애하게 이끌었다는 김민호(34) 씨. 김씨는 신규 고객을 많이 유치해야 하는 보험설계사다. 일도 일인지라 김씨는 친한 사람들이 모이는 송년회보다 낯선 송년회 자리에 자주 참석하는 편이다. 그는 송년회에 가기 전 지인을 통해 참석자들의 신상이나 특기, 업무 스타일 등을 간단하게나마 파악해둔다. 누가 들어도 귀가 솔깃한 뉴스의 뒷이야기도 언론이나 사정기관의 친구, 선후배의 도움을 받아 준비한다.
“처음 만난 상대방이 나의 장점이나 취미를 잘 알고 있다든지, 남들에게 쉽게 꺼내지 못한 어려운 사정을 먼저 알고 걱정해준다면 얼마나 고맙겠어요. 그냥 얼굴만 보고 명함만 건네는 것보다 호감도가 훨씬 더 높아질 수밖에요.”
그는 자신의 일상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가 예기치 못한 도움을 받은 적도 있다.
“한번은 회사 동료를 따라간 송년회에서 지나가는 말처럼 ‘11월 실적이 아예 없어 회사에서 눈치만 보고 있다’고 했더니 참석자 가운데 두 명이 한꺼번에 보험을 들겠다고 하더라고요. 제 처지를 솔직하게 드러내 상대방의 마음을 열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기본 폭탄주 3~5잔, 2008년 송년회 공식 품목
송년회에 폭탄주가 빠지면 앙꼬 없는 찐빵이나 다를 게 없다. 모두에게 공평하게 돌아가는 폭탄주야말로 한 해를 마무리하는 송년회의 의미와 딱 들어맞는 메뉴다. 참석자 대부분이 ‘두주불사’ 스타일이라면 주야장천 폭탄주를 돌려도 문제없겠지만, 대체로 송년회 시작과 중간, 마무리 시간대에 3~5잔 가볍게 돌려 마시는 게 요즘 폭탄주 문화의 추세다.
검찰과 일부 공직자 송년회에선 여전히 양주잔과 맥주잔을 양주, 맥주로 가득 채우는 이른바 ‘텐-텐’주(원자폭탄주) 또는 맥주잔에 양주를 붓고 양주잔에 맥주를 넣는 수소폭탄주가 유행이지만, 이런 경우에도 다음 날을 생각해 5잔 정도에서 끝내는 게 적당하다.
폭탄주는 50세주(백세주 1병+소주 1병), 백두산주(백세주 1병+소주 2병), 천국의 눈물주(천국술과 참이슬 소주를 5:5로 배합), 소백산맥주(소주+백세주+산사춘+맥주), 드라큘라주(포도주+양주), 벤처 폭탄주(전통술+양주, 문배주를 넣을 경우 더 강력)에서부터 다소 마시기 쉽지 않은 난지도주(각종 음료수+나물 안주+과자+양주+맥주)까지 셀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하다.
그러나 송년회에서는 기본적인 5분, 7분 소폭(소주와 맥주), 양폭(양주와 맥주)이 선호된다. 자양강장제를 섞은 황제주, 막걸리와 맥주를 섞은 쌀보리주는 취기와 구토기가 금세 올라와 오히려 송년회 분위기를 흐트러뜨릴 수 있다.
최근 강남 지역의 바(bar)나 카페들이 폭탄주 손님을 위해 내놓는 것처럼 맥주잔 절반 크기의 폭탄주잔을 번거롭지만 따로 준비해오는 것도 센스다. 양이 절반으로 준다면 여성들도 부담 없이 폭탄주를 즐길 수 있다. 여성에겐 얼음을 타주는 것도 팁이다. 최근엔 큰 그릇에 양주 약간과 맥주를 붓고 그 안에 레몬을 빠뜨려 섞어 마시는 폭탄주도 인기다.
폭탄주를 마실 때는 재미난 건배사(辭)나 설정 코멘트를 하는 것이 분위기를 띄우는 데 효과적이다. 개그맨 김대희의 유행어인 “밥 묵자”를 변형한 “폭탄 묵자”는 최근 송년회 자리에서 반응이 괜찮은 건배사. 요즘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개그맨 안상태가 ‘개그콘서트’ 봉숭아학당에서 현장 취재 기자로 출연해 내놓는 코멘트인 ‘~할 뿐이고’를 응용한 설정도 좋다. 폭탄주를 한 잔 마신 뒤 “난 폭탄주를 마셨고, 내 위에선 뇌관이 터질 뿐이고, 엉덩이에서는 파편 나오고, 그냥 엄마 보고 싶을 뿐이고”라고 해보자. 참석자들 대부분이 입에 거품을 물고 쓰러질 것이다.
송년회에 자신보다 연배가 높은 사람이 많이 참석했다면 ‘나가자’(나라를 위하여, 가정을 위하여, 자신을 위하여), ‘진달래’(진하고 달콤한 내일을 위하여), ‘당나귀’(당신과 나의 귀한 만남을 위하여), ‘개나발’(개인과 나라의 발전을 위하여), ‘원더걸스’(원하는 만큼 더도 말고 걸러서 스스로 마시자) 등 잘 알려진 감동 건배사를 적절히 활용해도 좋다. 아프리카 스와힐리어로 ‘걱정하지 마, 모든 게 다 잘될 거야’라는 뜻의 ‘하쿠나 마타타(Hakuna matata)’도 요즘 같은 불황기에 잘 어울리는 건배사다.
정갈한 유머와 센스, 드레스 코드·헤어스타일 변신으로 분위기 ‘UP’
참석자들에게 웃음을 선사하는 것도 송년회 분위기를 이끄는 방법 가운데 하나다. 과장된 몸짓이나 듣기 거북한 욕설이 아니라면 적당한 유머와 센스 있는 말을 시도해보는 것이 좋다.
자신이 무미건조한 스타일이라면 송년회는 고리타분한 이미지를 단번에 날려버릴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스스로 유머 감각이 떨어진다고 생각한다면 대화를 나눌 때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유행어를 상황에 따라 적절히 ‘카피’해 친밀도를 높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나이 마흔이 코앞에 닥칠 때까지 연애 한번 제대로 못해본 변정욱(39) 씨. 그는 11월 말 부서 송년회에서 유행어 덕을 톡톡히 보고 쾌재를 불렀다. 그동안 ‘말주변 없다’는 소리를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었을 만큼 대화에 능숙지 않은 변씨는 송년회 전 ‘개그콘서트’에 나오는 유행어들을 입에 장착(?)했다.
운까지 따랐던지 우연히 옆에 앉은 7년 여자 후배에게 전략이 제대로 먹혀들었다. 목례로 첫인사를 나누려는 후배에게 개그맨 황현희의 유행어인 “왜 그래? 아마추어같이…”를 던져 후배를 박장대소케 했고, 곧바로 자신의 명함을 쥐어주며 한민관의 유행어인 “스타가 되고 싶음 연락해”로 확인 사살해 후배를 녹다운시켰던 것.
여파가 얼마나 컸던지 후배는 변씨의 얼굴만 봐도 웃음을 참지 못했고, 결국 ‘특별한 감정’으로 이어져 수일 뒤엔 연인 관계로 발전했다는 후문이다.
드레스 코드나 헤어스타일 변신으로도 참석자들의 관심을 끌 수 있다. 패션 및 미술업계 송년회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모습인데, 한 해 마지막으로 보는 자리인 만큼 그 이미지가 강하게 뇌리에 남는다. 엄숙하고 경건한 송년회가 아니라면 과감한 시도를 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최근에는 마술 전문회사에 자문을 받아 간단한 마술을 선보이는 사람들도 있다.
노래방에서 마지막 불꽃을
송년회뿐 아니라 모든 모임의 하이라이트는 역시 노래방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취기가 살짝 오른 상태에서 함께 부르는 노래는 모두를 하나로 묶는 ‘사랑의 묘약’이나 다름없다.
최근 삼성경제연구소는 ‘2008 송년회 분위기를 휘어잡을 필살가(歌)’를 선정해 발표했다. 최고경영자(CEO)를 기준으로 한 설문조사지만, 순위 안에 든 곡들이 모두 누구나 알 만한 ‘명곡’들인 만큼 일반인의 애창곡과 별 차이 없다.
남성이 분위기를 띄우기에 가장 좋은 노래는 김수철의 ‘젊은 그대’로 나타났다. 흥겹고 따라 부르기 편한 곡의 대표격. ‘꿈의 대화’(이범용 한명훈), ‘어쩌다 마주친 그대’(송골매), ‘여행을 떠나요’(조용필), ‘황홀한 고백’(윤수일), ‘널 그리며’(박남정)가 그 뒤를 이었다.
여성의 경우 심수봉의 ‘젊은 태양’이 1위였고, 역시 심수봉의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 ‘남행열차’(김수희), ‘첫차’(서울시스터즈), ‘영원한 친구’(나미), ‘하늘땅 별땅’(비비), ‘분홍 립스틱’(이애리자), ‘밤이면 밤마다’(인순이)가 인기곡에 올랐다.
이 밖에 30대 남성들이 노래방에 갈 때마다 한 번쯤은 부르는 ‘슬퍼지려 하기 전에’(쿨), ‘챔피언’(싸이)이나 최근 드라마나 방송에서 화제를 모은 ‘땡벌’(강진), ‘날 봐 귀순’(대성), ‘무조건’(박상철), ‘샤방샤방’(박현빈), 30대 여성의 경우에는 ‘미쳤어’(손담비), ‘노바디’‘텔미’(이상 원더걸스) 등 이색 최신곡도 분위기를 뜰썩이게 만들 만한 곡이다.
조용필의 ‘킬리만자로의 표범’과 룰라의 ‘날개 잃은 천사’는 부르는 사람의 기존 이미지를 완전히 바꿀 수 있는 노래로 꼽혔다. 모두가 따라 부른 노래가 끝나고 마이크를 두 손으로 잡은 채 멋지게 마무리한다면 당신은 분명 송년회의 주인공이 돼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