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다의 ‘제스트’.
게다가 다양한 수입 경차까지 관심을 끌면서 경차는 국내 자동차 문화의 트렌드를 이끌고 있다. 이 때문에 해외 브랜드 중 경차 혜택을 받는 모델의 국내 진출도 예고되고 있다. 특히 모델이 수십 종일 정도로 많고 디자인과 품질도 세계에서 가장 앞선 일본차 업체들이 유력하다. 이 중 미쓰비시는 지난해부터 경차 모델을 한국에 들여오기 위해 대우자동차판매와 실무접촉을 벌였고, 올해 초엔 일본에서 한국에 도입할 차종 품평회를 여는 등 발 빠른 움직임을 보였다. 게다가 미쓰비시 마스코 오사무 사장은 7월 초 한국 진출을 공식 선언하는 자리에서 한국의 경차시장에 진출할 의사가 있다는 뜻을 내비치기도 했다. 우선 미쓰비시의 수입을 추진 중인 대우자동차판매는 미쓰비시의 경차 가운데 인기 모델인 ‘i’와 ‘ek’의 왼쪽 운전석 모델이 나오는 대로 수입하려 하고 있다. 혼다의 대표적인 경차 ‘제스트’와 판매 전부터 미국에서 관심을 끌고 있는 도요타의 경차 ‘iQ’의 수입도 점쳐진다.
국산 준중형차와 맞먹는 가격으로 소비자 마음 사로잡을 수 있나
미쓰비시의 ‘i’.
일본 차가 많이 싸졌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비싸다는 인식이 자리잡고 있는 게 사실이다. 예를 들면 미쓰비시 경차 가운데 우선 검토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는 i와 ek 등의 일본 현지 판매가격은 800만∼1200만원 수준이다. 여기에 관세와 자동차 관련 세금, 딜러 마진을 포함하면 국내에서는 1500만원 안팎에 팔릴 것으로 보인다. 모델에 따라서 2000만원이 넘는 차종도 있을 수 있다. 반면 국내 시장에서 경차의 ‘지존(至尊)’으로 군림해온 GM대우 마티즈 모델의 가격은 622만∼878만원이며 최근 고속질주를 하고 있는 기아 모닝은 732만∼926만원으로 모두 1000만원대 미만이다.
이 때문에 과연 국내 소비자들이 디자인과 품질이 뛰어난 일본 경차라도 준중형차인 현대 아반떼급에 맞먹는 가격을 주고 구입할 것인지에 자동차 업계 관계자들은 회의적인 반응을 보인다. 이럴 경우 일본 대중차의 공습은 ‘찻잔 속 태풍’으로 그칠 공산이 크다. 또 다른 장애물은 배출가스 자기진단장치인 OBD(On Board Diagnostics) 규제법. OBD는 배기가스가 기준치 이상으로 배출되면 이를 감지해 계기판에 경고메시지를 띄우는 전자회로 장치다.
미국은 1996년 이후 생산되는 자동차에 OBD-Ⅱ장착을 의무화했다. 미국에서 판매되는 일본 차도 예외가 아니다. 그리고 OBD-Ⅱ로 점검용 커넥트와 통신 프로토콜을 표준화해 범용의 진단기로 진단이 가능하게 됐다.
디자인·품질 뛰어나고 모델도 다양 … 국내 상륙 땐 시장 지각변동 예고
미쓰비시의 ‘ek’.
반면 일본 차는 의무가 아닌 자율로, 게다가 국제규격을 무시하고 자동차 회사별로 각자 커넥트를 만들었다. 이 때문에 한국에서 검사 때 커넥트 연결이 안 될 수도 있고, 또 연결이 돼도 통신이 안 돼 자동차 정보를 판독할 수 없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도요타와 닛산 등은 자발적으로 자사 자동차에 국제규격의 OBD-Ⅱ를 달고 있지만 모든 차에 장착된 건 아니다. 참고로 우리나라 경차의 경우 2006년엔 새 모델 차량에, 2007년부터는 전 차량에 OBD-Ⅱ를 장착하도록 돼 있다.
이 밖에 딜러의 영업이익률도 고려 대상이다. 경차는 그 자체로 마진폭이 크지 않다. 일반적으로 가격이 1000만원 안팎인 경차와 소형차의 대당 영업이익률은 대형차의 5분의 1 수준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혼다의 경차 피트는 대당 판매마진이 2∼3%(약 300달러)에 그친다고 한다. 이 때문에 수입업체들은 고급 세단과 SUV보다 경차 수입에 주저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 같은 숙제들이 어느 정도 해결된 뒤 일본 업체들이 디자인과 품질이 뛰어난 수십 종의 모델을 내세워 국내에 들어올 경우 국내 수입차 시장의 판도를 바꿀 기폭제 구실을 할 수도 있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일본 경차들이 언제쯤 국내 자동차 시장에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낼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