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2년작 ‘Lemon Marilyn’.
그러나 미술사에서 중요하게 다뤄지는 이유와 마켓에서 중요하게 생각되는 요소는 다르다. 앤디 워홀의 예술철학인 ‘오리지낼러티의 부정’은 미술사에서 획기적인 반전이었다. 그러나 그의 예술철학으로 마켓은 대혼란에 빠지게 됐다. 기법과 크기가 같은 작품임에도 어떤 작품은 수백억원을 호가하고 어떤 작품은 몇억 또는 몇천만원에 구입할 수 있다. 겉보기에는 똑같은 듯한 작품이 왜 이렇게 큰 가격 차이를 보이는 것일까. 단지 종이가 아닌 캔버스에 찍었다는 이유로, 단지 이 종이에 파운데이션 스탬프가 찍혀 있고 다른 종이에는 스탬프가 없다는 이유로 큰 차이가 난다면 미술품에 대한 가치평가가 정당할까. 미술품을 구매하기 어려운 원인 중 하나가 이처럼 설득력이 떨어지는 이유로 가격 차이가 난다는 것이다. 하지만 본래 미술시장이 그러하다면 이해하기 어려운 이유라도 알고 있어야 할 것이다.
분명히 앤디 워홀의 작품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 ‘마릴린 먼로’ 판화작품을 살까 말까 고민할 때 작품을 권하는 판매자에게 작품의 기법이나 정확한 제작연대, 적절한 가치, 마켓 등에 대해 물어보면 의외로 정확한 답을 못하는 경우가 많다. 즉 앤디 워홀의 작품에 대해 진위를 판가름해줄 전문가가 없다는 것은 마켓에서는 매우 불안한 요소일 수밖에 없다. 간혹 서명조차 안 된 작품을 앤디 워홀 파운데이션에서 나왔다며 판매하는 경우도 있다. 컬렉터는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서명은 없지만 앤디 워홀의 작품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작품에 대한 정보가 부족할 때 안정성을 위해 선택한 해외 작품 구매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작가의 네임 밸류보다 중요한 것은 작품의 진위 여부이며 작품의 가치평가가 적절한지를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이다. 간단하다. 잘 모르겠으면 구매하지 말라. 이게 가장 안전한 컬렉션 노하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