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가을에는 브라운 구두에 도전해보자. 사진은 아테스토니의 베스트셀러 아이템인 블랙라벨 윙팁 디자인으로, 최근 한국 남성들 사이에서 가장 눈에 띄는 성장세를 보이는 캐러멜 컬러.소재는 송아지 가죽.
“한국 남성들은 패션에 대해 몇 가지 편견을 갖고 있어요. 구두는 아내와 마찬가지로 하나면 충분하고, 아내처럼 ‘무난한’ 검은색이면 된다는 거죠. 브라운은 왠지 어렵게 느껴져 그 앞에선 자신감을 상실하죠. 무엇보다 옷이나 구두에 신경 쓰는 건 ‘남자답지 못한 행동’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나이가 들면 외국 남성들의 ‘비즈니스룩’과는 거리가 있는 ‘아저씨 스타일’이 자기 모습이 돼버려요.”(윤희성_아테스토니 홍보팀)
지금 세계에서 슈트를 가장 ‘새끈’하게 입는다고 쳐주는 이탈리아와 일본 남성들이 좋아하는 오브제도 브라운 구두다. 한국 남성들과 비슷한 체격의 일본 남성들이 어딘가 ‘패셔너블’해 보이는 가장 큰 이유도 광택 나는 마호가니빛 브라운 구두를 중심으로 복숭아뼈를 스치는 슬림한 회색 클래식 슈트를 매치할 줄 알기 때문이다.
이번 시즌 다양한 브랜드에서 선보인 브라운 구두들.
에르메스는 우아한 선의 클래식한 브라운 구두를 선보였으며 발리는 다양한 브라운 컬러로 눈길을 끈다. 아테스토니는 슬립온(위 둘째 줄 맨 왼쪽)과 버건디 레이스업(가운데), 몽크스트랩 등 여러 컬렉션을 제안한다. 토즈는 과감한 디자인과 스웨이드, 도마뱀 등 독특한 소재로 트렌디한 남성에게 어필할 듯.
최근 청담동에서 브라운 구두를 신은 멋쟁이 남성을 간간이 볼 수 있다. 또 브라운 구두를 신은 정재계 인사의 모습이 눈에 띄기도 한다. 대표적인 럭셔리 가죽 브랜드 아테스토니의 윤희성 씨는 “불과 2년 전만 해도 브라운 슈즈 바잉은 극히 소량이었다. 검은 구두가 잘 팔려도 참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제일모직의 수제 슈트와 슈즈 편집숍 란스미어에서 선보이는 엔조 보나페의 브라운 구두들. 엔조 보나페는 이탈리아의 볼로냐를 수제 구두의 도시로 만든 장인 중 한 명이다.
럭셔리 이탈리아 브랜드 토즈의 신지연 씨 역시 “최근 슈트에서 블루진까지 다크브라운 구두의 쓰임새가 검은 구두보다 많다는 걸 알게 된 남성들이 늘어나 이번 가을겨울에도 다양한 디자인을 바잉했다”고 말한다. 발리의 이승은 씨는 “비즈니스 슈트를 위한 발리의 최고가 수제라인인 ‘뉴스크리브’는 최상의 가죽색을 살린 브라운 컬러로 제작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한다.
전문가들은 브라운 구두의 기본으로 끈을 묶는 ‘레이스업’을 꼽는다. 또 정장용이라면 앞코가 뾰족해야 한다. 처음 브라운 구두를 선택한다면 짙은 초콜릿색에 장식이 없는 레이스업 슈즈를 추천한다. 끈 없이 그냥 발을 끼워넣는 ‘슬립온’은 한국 남성들만 좋아하는 디자인인데, 체격에 비해 발이 작다면 레이스업에 두 가지 소재를 매치하는 등의 화려한 디자인도 잘 어울린다. 브라운은 성공한, 그리고 감각 있는 남성만 가질 수 있는 또 하나의 블랙 컬러다. 한가위 달 보며 이런 소원을 빌었다면 먼저 브라운 구두를 마련하는 게 좋겠다.
전문가들의 마지막 조언 하나는 구두에 ‘절대 불광을 내지 말라’는 것이다. 품격을 불에 그을려먹는 불광은 구두 닦는 가게 디스플레이용으로만 사용돼야 한다.
브라운 구두와 슈트의 기본 스타일링(자료 제공·아테스토니) | ||
슈트색 | 구두색 | 구두 디자인 |
네이비 | 브라운 | 과감한 디자인을 시도해볼 것 |
블랙 | 브라운, 블랙, 버건디 | 디테일은 단순하고 깔끔할 것 |
회색 | 브라운, 버건디 | 어떤 스타일도 잘 어울리는 안전한 선택 |
브라운 | 밝은 브라운 | 디테일이 화려한 클래식한 디자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