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보드 굽타의 유화작품 ‘Steal 2’
아시아 주간이 시작됐음을 알리는 신호탄은 인도를 비롯한 남부아시아 지역 미술의 세일이었습니다. 모두 세 개의 세일이 진행된 고미술 분야의 경우 293점의 작품 중 157점이 낙찰됐고, 낙찰총액은 1414만6688달러로 순조로운 출발을 보였습니다. 바로 이어진 인도와 남부아시아의 근현대 미술에서는 모두 126점이 선보인 가운데 84점이 낙찰됐고, 낙찰총액은 1263만4375달러에 달했습니다. 지난해 비슷한 시기 열린 세일이나 올해 초 런던에서 열린 세일보다 200만 달러 이상 성장한 액수이니, 인도 근현대 미술에 대한 세계인들의 수요가 점점 늘어난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제가 이렇게 숫자를 나열한 이유는 이번 세일이 리먼브러더스의 파산신청, 메릴린치 매각, AIG의 미국정부 구제금융 신청 등 세계를 강타한 금융불안과 때마침 겹쳤기 때문입니다.
연일 계속되는 세일에 숨가빴을 인도미술 스페셜리스트인 디판자나 클라인 씨에게 세일 결과에 만족하느냐고 물었습니다. “만족이요? 세일이 끝나면 결과보다 앞으로 더 잘할 수 있다는 생각이 먼저 들죠.(웃음) 경기침체에도 저희는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습니다. 컬렉터들은 경기에 그다지 좌우되는 것 같지 않습니다. 인도미술의 특징은 지역적 특성이 강하면서도 그것을 넘어서는 세계성이 있다는 겁니다. 누구나 국적에 상관없이 작품에 공감하게 되는데, 그 연결고리를 찾아내는 데 인도 작가들은 탁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럼 이번 인도 근현대 미술 세일의 슈퍼스타는 누구일까요? 1964년생, 인도의 작은 마을 비하르(Bihar) 출신인 수보드 굽타(Subodh Gupta)를 기억해두시기 바랍니다. 그는 이번 세일에 내놓은 4점이 모두 낙찰된 것은 물론 유화작품 Steal 2(2007)가 낙찰가 116만5500달러로 근현대 부문에서 최고가를 기록했습니다. 조각작품 Miter(2007)도 예상액을 웃도는 102만2500달러로 낙찰됐습니다.
조각작품 ‘Miter’(왼) 와 김지은 아나운서가 만난 인도미술 스페셜리스트인 디판자나 클라인 씨.
MBC 아나운서·‘서늘한 미인’ ‘예술가의 방’ 저자· 뉴욕 크리스티 대학원 예술학 석사과정 중
그 흔한 스테인리스스틸 그릇 때문에 너무 멀리 왔다고 생각하세요? 성속을 넘나들며 인도 가정의 살림살이부터 이젠 비슷해진 세계화의 풍경, 사회계층 간 갈등 그리고 인도의 고유한 지역성이 세계미술시장에서 어떻게 소비될 수 있는지까지…. 굽타의 작품 앞에 서면 더 멀리도 갈 수 있습니다. 그것이 굽타의 힘이고 오늘날 인도미술의 공통분모입니다. 뉴욕의 가을은 이렇게 시작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