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높고 화려하게 변모하는 중국 대도시들의 스카이라인은 경제 성장의 상징물이다. 약 492m 높이를 자랑하는 101층짜리 빌딩 ‘상하이 월드 파이낸셜센터’의 건축 현장 모습. 올해 개장한 이 빌딩은 사무실, 콘퍼런스룸, 고급 호텔, 쇼핑센터 등을 갖췄다.
중국에 관한 이러한 의문들이 세간에 화두가 되고 있다. 오늘날 한국인의 삶에 중국이라는 변수는 너무도 크다. 한국인만이 아니다. 중국은 ‘세계의 공장’ ‘21세기 경제 대국’ 등으로 불리는 만큼 중국의 향방은 전 세계인의 관심사이기도 하다.
7월29일 미명이 사라진 오전 6시30분 이후, 서울 남산 기슭에 자리한 신라호텔에는 고급 차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삼성경제연구소(SERI) 주최로 이곳에서 열리는 최고경영자(CEO) 조찬세미나에 참석하는 ‘SERI-CEO 회원’들이 타고 온 승용차들이다. 1000여 명이 모였다. 참석 신청자는 1172명이었다. ‘세계 최대 정기 조찬회’라는 명성이 틀리지 않는다. 이날 유독 많은 참석자들이 몰린 것은 세미나 주제가 ‘현지에서 평가한 중국의 4대 리스크’라는 핫이슈였기 때문이다.
자연재앙, 민심 혼란, 소비심리 위축 등 악재의 연속
주제 발표자는 박승호 SERI 상무(북경사무소장). 2001년부터 중국 상하이에 체류하며 20여 명의 임직원과 함께 중국경제를 연구하는 박 상무는 “베이징올림픽이 열흘 앞으로 다가왔다”고 말문을 열면서 올림픽 주경기장, 수영장 등 신축 5대 명물 건축 사진을 보여주었다. 베이징올림픽 투자금액은 350억 달러로 사상 최대 규모라고 한다. 아테네올림픽 160억 달러, 시드니올림픽 50억 달러, 애틀랜타올림픽 12억 달러, 서울올림픽 33억 달러 등과 비교하면 그 거대한 규모를 짐작할 수 있다.
박 상무는 세미나 자료를 마련하기 위해 최근 중국의 핵심인사 30여 명과 연쇄 접촉을 가져 그들의 견해를 반영했다고 밝혔다. SERI-CEO 회원에게만 공개하는 이 세미나 내용을 소개한다.
요즘 중국에서는 베이징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축하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그러나 남부지역 폭설, 쓰촨성 대지진, 남부지역 홍수 등 올 들어 잇따라 생긴 자연재해 후유증이 남아 있다. 경제적 손실은 모두 1조1787억 위안(약 174조원)으로 추산된다. 티베트 분리독립운동에 따른 강제진압 사건과 베이징~칭다오 열차 탈선사고 등 대형 사건사고도 잇따랐다. 자전거 절도 용의자인 양자(楊佳)란 남자가 억울하다며 경찰관 6명을 살해했는데 그가 국민적 영웅으로 부상한 것도 사회병리 현상의 한 단면이다.
올 상반기에 사상 유례없이 주가가 폭락했다. 시가총액 18조 위안(2660조원)이 증발했다. 상반기 물가상승률은 7.9%로 1996년 이후 최고치였다. 단기 투기자금인 핫머니가 5000억~1조7600억 달러나 들어와 부동산 투기에 동원되는 바람에 중국 부동산에 거품이 끼었다는 분석이 있다. 상반기 무역흑자는 전년 대비 12% 줄었으며 광둥 지역의 신발공장 1000여 개가 폐업했다.
중국은 이처럼 자연재앙, 민심 혼란, 소비심리 위축으로 흔들리고 있다. 위기에까지 이르게 된 것인지 면밀히 살펴보자. 삼성경제연구소 북경사무소는 중국 거시환경지수(MEI)를 측정했다. 정치·경제·사회·국제 분야의 리스크를 따지기 위해 정량적, 정성적 항목 46개에 대해 인터뷰, 설문지 조사 등으로 산정했다. 최고점 100에 가까우면 위험이 확실하고 최저점 0에 다가가면 안전하다는 뜻이다. 측정 결과 MEI는 올해엔 상승(악화)하고 내년에는 하락(개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치, 사회 분야는 다소 변동 가능성이 있으나 기본 추세는 안정적이다. 경제 분야는 단기적으로는 악화가 우려된다. 국제 분야는 경제 분야보다 악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한 해 식품 가격 20%나 올라
정치 분야 리스크는 47로 높은 편이다. 리스크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뜻. 중국에서는 정치 청렴도 문제가 사회 이슈로 떠올랐다. 관민(官民) 비율이 1대 26으로 민간인에 비해 관료들이 지나치게 많다. 관료 수는 5000만명 이상으로 세계 최대다. 공공기관에서 차량 운영비, 식사, 여행 등으로 연간 9000억 위안이 쓰인다. 천량위(陳良宇) 전 상하이 당서기의 기금 유용 등 고위 관료의 부패 스캔들이 잦고 고위층의 권력남용 풍토가 만연하다. 지도부 교체도 리스크를 높이는 요인이다. 시진핑(習近平)이 차세대 국가주석으로, 리커창(李克强)이 총리로 잠정됐지만 순탄한 교체가 이뤄질지에 대한 일말의 우려도 있다.
경제 분야의 5대 리스크는 △자연재해 △인플레이션 △위안화 절상 △금융위기 △에너지 위기다. 쓰촨 대지진으로 8만명이 사망하고 1조 위안의 경제적 손실이 생겼다. 쓰촨은 저개발 지역이므로 제조업, 서비스업, 수출 등에서의 악영향은 미미하다. 그러나 곡물, 양돈은 중국 전체의 9.2%, 18.0%를 차지하므로 이들 품목의 가격 상승은 우려된다. 애도 분위기로 주민 소비가 1500억 위안 위축될 것으로 보이지만 피해 복구에 향후 2~3년간 3000억 위안이 투자될 전망이어서 경제 전체로 봐서는 영향은 그리 크지 않다. 국내외 기업이 낸 성금은 71억 위안이었다. 원자바오(溫家寶) 총리가 가장 빠른 시간에 지진 현장을 방문해 구호활동을 지휘하는 등 정부의 신속한 대응에 주민들은 만족감을 표시했다.
쇼핑객들로 꽉 찬 할인점 풍경. 중국의 물가는 2007년 하반기부터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올 들어 미국 달러에 대한 위안화의 평가절상을 가속화했다. 1분기 절상률은 4.0%, 2분기는 2.2%였다. 수입 물가를 낮추기 위해서였다. 이 때문에 올 상반기의 무역흑자는 990억 위안으로 전년 동기보다 11.9% 줄었다. 중국 정부는 지나친 수출 위축을 막기 위해 절상 속도를 억제할 전망이다.
중국에서 베트남식 금융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은 낮지만 경계할 필요는 있다. 상반기에 상하이종합주가지수는 48% 하락했다. 글로벌 주식시장 하락세를 이끌 정도였다. 중국의 자본시장이 불안한 것은 관리시스템이 부재하기 때문이다.
2003~2007년 중국의 에너지 소비 연평균 증가율은 11.9%였다. 원유 수입에 의존해야 하는 에너지 수급구조가 성장의 최대 걸림돌이다. 원유 수입의존도는 2007년 47%에서 2050년엔 75%로 높아진다. 석유 부족량은 2010년 2억1000만t, 2015년 3억4000만 t, 2030년 6억3000만t으로 늘어난다.
2억7000만 누리꾼 인터넷 예절 낙제점
상하이의 한 PC방에서 인터넷 검색에 몰두하고 있는 중국인. 중국 누리꾼 수는 현재 2억7000만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티베트 문제 때문에 국제사회와의 갈등이 높아져 중국의 국제 분야 리스크는 높아질 전망이다. 중·일 관계는 호전되고 한·중 관계는 긴장될 것으로 예상된다.
종합적으로 판단하면 중국은 올해 리스크가 큰 해이지만 단기간 안에 위기가 생길 가능성은 낮다. 올해 MEI는 47.48로 2003년 이후 처음으로 47을 넘었다. 미래의 잠재 리스크로는 △부동산 가치 하락 △핫머니 대거 유출 가능성 △정부 신뢰도 부족 △민족주의 심화 등이 거론된다.
박 상무는 결론 부분에서 “10~15년 후를 보면 중국만한 투자 적격지가 드물기 때문에 중국의 미래를 낙관적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