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농구부원들이 실내 농구장에서 훈련하고 있다.
“너는 여기서 백 보 떨어진 곳에서 나무를 해오겠느냐, 아니면 힘이 들더라도 백 리 떨어진 곳에 가서 해오겠느냐?”
아들은 잠시 생각하더니 “당연히 백 보 떨어진 곳으로 가겠다”고 답했다. 그러자 아버지가 말한다.
“네가 가까운 곳으로 가겠다는 것은 이해하지만, 그곳에서는 언제든 나무를 해올 수 있다. 그러나 백 리 떨어진 곳에 있는 나무는 다른 사람이 먼저 해갈지도 모르니, 그곳의 땔감을 먼저 가져와야 우리 집 근처의 땔감이 남아 있지 않겠느냐.”
아들은 아버지의 말뜻을 깨닫고 멀리 떨어진 산으로 나무를 하러 떠났다.
당(唐)나라의 임신사(林愼思)가 지은 ‘속맹자(續孟子)’에 나오는 이야기로, 여기에서 ‘자식에게 땔나무하는 법을 가르치라’는 뜻의 ‘교자채신(敎子採薪)’이라는 고사성어가 나왔다. ‘무슨 일이든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근본적인 처방에 힘써야 한다’는 이 말은 자식을 키우다 보면 흔히 고민하게 되는, 즉 자식의 몸이 편하도록 돌보고 가르칠 것인지, 아니면 당장은 고돼도 후에 혼자 잘 살 수 있는 지혜를 가르칠 것인지에 대해 한 번쯤 곱씹어보게 한다.
“편파적 선수기용” vs “출전 결정은 감독 권한”
학업과 운동을 병행하는 ‘공부하는 운동부’로 화제를 모은 연세대 농구부가 최근 ‘선수기용’ 문제를 놓고 말이 많다. 일부 학부모들은 김만진 감독의 편협한 선수기용과 무리한 훈련으로 자녀들이 상처받고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김 감독 측과 일부 학부모들은 “자녀를 경기에 출전시키면 좋은 감독, 아니면 나쁜 감독이냐”며 “일부 학부모들의 감독 흔들기”라는 반응이다.
문제가 불거진 것은 5월 농구부의 일부 학부모가 연세대 총장과 체육위원회 관계자들에게 진정을 내면서부터. 학부모들은 지난해 1월 부임한 김 감독이 새벽부터 밤 12시까지 무리하게 운동을 시켜 선수들이 자주 부상을 입었고, 이 때문에 지난해 선수들이 두 번에 걸쳐 훈련을 거부했다(집단 이탈)는 내용의 진정을 냈다. 또한 김 감독이 재직했던 전주고 출신의 저학년과 신입생을 주로 출전시키는 등 편협하게 선수관리를 했으며 선수들에게 ‘중학생보다 못하다’는 식의 폭언을 했다는 내용, 그리고 빈번한 폭력으로 한 선수가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는 내용도 담겼다.
최근 한 일간지는 이 진정을 토대로, 5월 초 김 감독의 지시에 따라 신석 코치가 각목으로 선수들에게 체벌을 가했으며 이 과정에서 한 선수가 고된 훈련과 폭행으로 쓰러져 119 구급대가 출동할 정도였지만 김 감독은 신 코치 탓으로만 돌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과연 그럴까. ‘주간동아’ 취재 결과, 김 감독의 훈련 방식 및 선수 선발 기준에 일부 선수와 학부모들이 반발하고 있었으며 이는 ‘선수를 보는 시각 차’와 ‘소통 부재’가 큰 원인이었다. 농구부의 훈련 시간은 보통 오후에는 3시간, 저녁에는 2시간이다. 가끔 훈련이 느슨하면 추가로 체력훈련을 하는데 일부 선수들은 얼차려 수준의 ‘뺑뺑이’로, 일부 선수들은 체력훈련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지난해 집단이탈과 관련해 선수들은 “훈련이 힘들어서”라는 반응과 “친구 따라 나간 것”이라는 반응이 교차했다.
학부모 진정에 대한 학부모들의 의견도 분분했다. ‘진정 작업’에 참여한 학부모는 3~5명(농구부 전체 선수는 15명)으로, 출전 기회가 적었던 선수의 학부모들이 주도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한 학부모는 “고학년 선수들의 활약은 프로(진출)와 직결되는데도 (아들의) 몸 상태가 좋지 않다며 출전을 시키지 않았다. 출전 기준이 뭔지 모르겠다”며 코치진을 성토했다.
“실력 안 되는데 쓸 수 있나 … 고참 선수도 무한 경쟁해야”
연세대 농구장 실내 모습.
‘폭력’ 부분은 어떨까. 진정이 접수되자 연세대 체육위원회는 선수들에게 설문을 받는 등 조사에 나섰고, 신 코치가 선수들을 빗자루로 3대씩 때린 것을 확인했다. 윤여탁 체육위원장은 “체벌 사실이 확인돼 김 감독에게 경위서를 받고 경고 조치를 했다”면서도 “진정의 핵심은 아들을 경기에 안 내보낸다는 건데…. 감독과 학부모 간 (선수 출전에 관한) 접점을 찾기 어렵다”고 전했다.
신 코치는 체벌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폭행으로 선수가 쓰러졌다면 구속감 아니냐. 대부분의 학생은 당시 웃으면서 넘어갔는데…”라면서 “(당시) 쓰러진 선수는 훈련 중 호흡곤란 증상이 있었기 때문이다. 안전 차원에서 119에 신고했다”고 말했다. 해당 선수는 “호흡곤란으로 쓰러지는 것은 운동선수에게 다반사인데 과장된 부분이 있다. 별일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일부 선수들은 “훈련이 벅차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김 감독은 괜한 오해를 줄 수 있다며 기자와의 접촉을 피했지만 7월2일 연세대 훈련장을 찾은 기자에게 고충을 토로했다. 그는 “고학년 선수 중에는 오랫동안 운동을 쉬었거나 부상을 입은 선수들이 있다. 학부모의 마음은 이해하지만 감독으로서 선수들이 코트에서 뛸 정도는 아니라고 판단했다”면서 “고학년이든 저학년이든 경쟁을 해야 한다. 선수의 출전 결정은 감독 권한이며, 훈련량도 다른 대학보다 많지 않다”고 반박했다.
이러한 ‘독수리 농구단’의 내홍에 한 학부모는 ‘과도기’라고 표현했다. 15년간 전주고 감독을 지내며 1999~2001년 전국체전 3연패와 2006년 27연승 기록을 이룬 김 감독이 자신의 스타일대로 농구부를 재건하려 하지만, 연세대 농구부에도 ‘최강 시절’ 향수가 아직 남아 있다는 것이다.
어쨌든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코치진과 일부 학부모들이 어떻게 ‘교자채신’의 공통분모를 찾아나설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