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산) 쇠고기 개방으로 국민 건강에 위협을 가하는 일이 있다면 즉각 수입을 중단하겠다.”
미국산 쇠고기 파동에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나섰다. 5월7일 전북도 업무보고 자리에서다. 청와대 인사로는 처음으로 미국산 쇠고기 문제에 대한 ‘입장’을 밝힌 것이다.
쇠고기 논란으로 온 나라가 뒤집어졌지만 ‘대한민국 컨트롤 타워’ 청와대에는 해결사가 없다. 5월2일 이 대통령이 참모들에게 “광우병의 실상을 직접 알리라”고 호통쳤지만 누구 하나 나서는 사람이 없었다.
출범 2개월을 조금 넘긴 이명박 정부가 비틀거린다. 대통령의 수족이 돼야 할 청와대 고위인사들은 제구실을 못하고 있고, 정무기능도 마비됐다. 쇠고기 파동은 비틀거리는 청와대가 맞은 카운터펀치다.
컨트롤 타워 부재 혼란 가중
청와대를 이렇듯 무력하게 만든 결정적 계기는 인사파동과 부동산 투기 의혹이다. 정부 출범 초기 장관 내정자들이 임명도 못 되고 낙마한 것은 그렇다손 치더라도, 박미석 전 대통령사회정책수석비서관이 배우자의 부동산 투기 의혹 논란으로 중도하차한 것은 이 대통령과 청와대에 큰 상처를 남겼다. 곽승준 김병국 이동관 등 대통령 수족이나 다름없는 수석들의 처지도 박 전 수석과 별반 다르지 않다.
한나라당과의 소통도 끊긴 지 오래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및 친박(親朴) 세력의 복당 문제가 불거지면서 이미 당-청 간 대화창구는 사라졌다. 쇠고기 파동 과정에서도 당-청 간 불협화음은 여전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를 놓고 한나라당과 청와대는 두 차례나 당정회의를 가졌지만 대책을 내놓지 못했다. 오히려 당과 청와대의 말이 달라 혼란만 부추겼다.
한나라당은 5월6일 국회에서 열린 고위 당정회의에서 광우병 발생 위험이 현저히 높거나 광우병이 발생할 경우 미국과 재협상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정부는 이날 오후 “재협상은 불가능하다”는 견해를 밝혀 논란을 불렀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일까. 한나라당 한 재선의원의 말이다.
“친박 세력은 물론 친이(親李) 세력조차 청와대와의 소통이 단절됐다. 쇠고기 파동이 났지만 누구 하나 청와대의 입장이나 대응책에 대해 말해주는 사람이 없다. 청와대의 생각을 듣고 싶어도 누구에게 연락해야 할지 모르겠다.”
요즘 청와대 주변에선 ‘폭탄 돌리기’라는 말도 나온다. 문제가 터지면 나서는 사람은 없고 책임을 다른 사람에게 미룬다고 해서 나온 비아냥거림이다. 희생양을 만들어 사태를 돌파하자는 분위기만 있을 뿐, 정권의 안위를 위해 몸을 던지는 사람이 없다는 뜻이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대통령과 정권을 위해 몸을 던져야 할 사람들이 부동산 투기 의혹 등으로 손발이 묶이고 야당으로부터 고발까지 당한 상황 아닌가. 사람만 많지 소방수가 없다”고 한탄했다. 대변인실도 “행여 다칠까봐 다들 몸을 사린다”며 타 부서를 질책하기에 바쁘다.
쇠고기 파동이 극에 달하고 있지만 청와대 내 주무부서라 할 수 있는 경제수석실은 한우브랜드 대책과 폭등하는 사료값 대책에만 골몰했다는 후문이어서 국민을 더욱 불안하게 한다. 한나라당 윤리위원장을 역임한 인명진 목사도 쓴소리를 내뱉는다.
“(미국산 쇠고기 관련) 촛불집회 확산에 (시민들이) 왜 촛불을 들고 길거리로 나오겠느냐. 이렇게 해야 정부가 정신을 차리고 우리의 말을 듣겠다고 생각한 것 아니겠느냐.”(5월7일 KBS 라디오 방송에서)
‘얼리버드’ 시스템 한계…국민 불신 가중
이 대통령은 최근 청와대 보좌진에게 불만을 표출하는 일이 부쩍 많아졌다. 얼마 전에는 “도대체 민정(수석실)은 뭐 하고 있느냐”며 불만을 터뜨렸다.
민정수석실은 정무수석실과 함께 여론 동향과 반(反)정부세력의 조직적 움직임을 신속하고 정확히 파악해 국정에 반영하는 부서다. 그러나 민정수석실에서는 최근 쇠고기 파동과 관련해 ‘현재 인터넷에서 광우병 논리가 크게 확산되고 있는 데 대해 대응할 필요가 있음’ 식의 보고만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대로 된 경보음이 민정수석실에서도 나오지 않았다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사정이 이러니 청와대 내 갈등도 심심치 않게 표출된다. 일단 ‘얼리 버드(Early Bird) 시스템’이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는 분석이 적지 않다. 청와대 인사들의 부동산 투기 의혹 등에 대해 청와대 차원의 조직적 보호가 없다는 점도 대통령 측근들의 반감을 사고 있다고 한다. 4월25~27일 2박3일간 경기 성남시 분당 새마을연수원에서 열린 청와대 직원 워크숍이 단적인 사례다.
워크숍 둘째 날, 연단에 오른 모 수석은 대통령에 대해 쓴소리를 해 분위기를 싸늘하게 만들었다. 이날 그의 발언은 외부로 공개되지 않았지만 다음과 같은 식이었다는 게 워크숍에 참석했던 청와대 인사의 전언이다.
“잘된 것은 모두 대통령 덕이고 잘못된 것은 참모들 책임인가. 앞으로 그렇게 간다면 누가 정부를 위해 몸을 던져 일하겠는가.”
당시는 그가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곤욕을 치르던 때였다. 한 참석자는 당시 그의 발언을 이렇게 해석했다.
“작심한 듯 불만을 털어놓는 느낌이었다. 교수생활 잘하던 자기를 불러다 왜 이런 망신을 당하게 하느냐, 청와대가 이 정도 문제도 보호해주지 못하느냐는 식의 불만으로 들렸다. 자신의 재산 관련 의혹에 청와대가 제대로 대응하지 않은 것에 대한 불만이 아니었나 싶다. 요즘 청와대의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말이 없어진 청와대, 삐걱거리는 실용정부. 공직자 재산공개 논란, 쇠고기 파동 그리고 집안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청와대는 과연 전열을 가다듬을 묘수를 찾을 수 있을까. 이명박 정부에 대한 국민의 불신은 점점 커지고 있다.
미국산 쇠고기 파동에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나섰다. 5월7일 전북도 업무보고 자리에서다. 청와대 인사로는 처음으로 미국산 쇠고기 문제에 대한 ‘입장’을 밝힌 것이다.
쇠고기 논란으로 온 나라가 뒤집어졌지만 ‘대한민국 컨트롤 타워’ 청와대에는 해결사가 없다. 5월2일 이 대통령이 참모들에게 “광우병의 실상을 직접 알리라”고 호통쳤지만 누구 하나 나서는 사람이 없었다.
출범 2개월을 조금 넘긴 이명박 정부가 비틀거린다. 대통령의 수족이 돼야 할 청와대 고위인사들은 제구실을 못하고 있고, 정무기능도 마비됐다. 쇠고기 파동은 비틀거리는 청와대가 맞은 카운터펀치다.
컨트롤 타워 부재 혼란 가중
청와대를 이렇듯 무력하게 만든 결정적 계기는 인사파동과 부동산 투기 의혹이다. 정부 출범 초기 장관 내정자들이 임명도 못 되고 낙마한 것은 그렇다손 치더라도, 박미석 전 대통령사회정책수석비서관이 배우자의 부동산 투기 의혹 논란으로 중도하차한 것은 이 대통령과 청와대에 큰 상처를 남겼다. 곽승준 김병국 이동관 등 대통령 수족이나 다름없는 수석들의 처지도 박 전 수석과 별반 다르지 않다.
한나라당과의 소통도 끊긴 지 오래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및 친박(親朴) 세력의 복당 문제가 불거지면서 이미 당-청 간 대화창구는 사라졌다. 쇠고기 파동 과정에서도 당-청 간 불협화음은 여전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를 놓고 한나라당과 청와대는 두 차례나 당정회의를 가졌지만 대책을 내놓지 못했다. 오히려 당과 청와대의 말이 달라 혼란만 부추겼다.
한나라당은 5월6일 국회에서 열린 고위 당정회의에서 광우병 발생 위험이 현저히 높거나 광우병이 발생할 경우 미국과 재협상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정부는 이날 오후 “재협상은 불가능하다”는 견해를 밝혀 논란을 불렀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일까. 한나라당 한 재선의원의 말이다.
“친박 세력은 물론 친이(親李) 세력조차 청와대와의 소통이 단절됐다. 쇠고기 파동이 났지만 누구 하나 청와대의 입장이나 대응책에 대해 말해주는 사람이 없다. 청와대의 생각을 듣고 싶어도 누구에게 연락해야 할지 모르겠다.”
요즘 청와대 주변에선 ‘폭탄 돌리기’라는 말도 나온다. 문제가 터지면 나서는 사람은 없고 책임을 다른 사람에게 미룬다고 해서 나온 비아냥거림이다. 희생양을 만들어 사태를 돌파하자는 분위기만 있을 뿐, 정권의 안위를 위해 몸을 던지는 사람이 없다는 뜻이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대통령과 정권을 위해 몸을 던져야 할 사람들이 부동산 투기 의혹 등으로 손발이 묶이고 야당으로부터 고발까지 당한 상황 아닌가. 사람만 많지 소방수가 없다”고 한탄했다. 대변인실도 “행여 다칠까봐 다들 몸을 사린다”며 타 부서를 질책하기에 바쁘다.
쇠고기 파동이 극에 달하고 있지만 청와대 내 주무부서라 할 수 있는 경제수석실은 한우브랜드 대책과 폭등하는 사료값 대책에만 골몰했다는 후문이어서 국민을 더욱 불안하게 한다. 한나라당 윤리위원장을 역임한 인명진 목사도 쓴소리를 내뱉는다.
“(미국산 쇠고기 관련) 촛불집회 확산에 (시민들이) 왜 촛불을 들고 길거리로 나오겠느냐. 이렇게 해야 정부가 정신을 차리고 우리의 말을 듣겠다고 생각한 것 아니겠느냐.”(5월7일 KBS 라디오 방송에서)
‘얼리버드’ 시스템 한계…국민 불신 가중
이 대통령은 최근 청와대 보좌진에게 불만을 표출하는 일이 부쩍 많아졌다. 얼마 전에는 “도대체 민정(수석실)은 뭐 하고 있느냐”며 불만을 터뜨렸다.
민정수석실은 정무수석실과 함께 여론 동향과 반(反)정부세력의 조직적 움직임을 신속하고 정확히 파악해 국정에 반영하는 부서다. 그러나 민정수석실에서는 최근 쇠고기 파동과 관련해 ‘현재 인터넷에서 광우병 논리가 크게 확산되고 있는 데 대해 대응할 필요가 있음’ 식의 보고만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대로 된 경보음이 민정수석실에서도 나오지 않았다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사정이 이러니 청와대 내 갈등도 심심치 않게 표출된다. 일단 ‘얼리 버드(Early Bird) 시스템’이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는 분석이 적지 않다. 청와대 인사들의 부동산 투기 의혹 등에 대해 청와대 차원의 조직적 보호가 없다는 점도 대통령 측근들의 반감을 사고 있다고 한다. 4월25~27일 2박3일간 경기 성남시 분당 새마을연수원에서 열린 청와대 직원 워크숍이 단적인 사례다.
워크숍 둘째 날, 연단에 오른 모 수석은 대통령에 대해 쓴소리를 해 분위기를 싸늘하게 만들었다. 이날 그의 발언은 외부로 공개되지 않았지만 다음과 같은 식이었다는 게 워크숍에 참석했던 청와대 인사의 전언이다.
“잘된 것은 모두 대통령 덕이고 잘못된 것은 참모들 책임인가. 앞으로 그렇게 간다면 누가 정부를 위해 몸을 던져 일하겠는가.”
당시는 그가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곤욕을 치르던 때였다. 한 참석자는 당시 그의 발언을 이렇게 해석했다.
“작심한 듯 불만을 털어놓는 느낌이었다. 교수생활 잘하던 자기를 불러다 왜 이런 망신을 당하게 하느냐, 청와대가 이 정도 문제도 보호해주지 못하느냐는 식의 불만으로 들렸다. 자신의 재산 관련 의혹에 청와대가 제대로 대응하지 않은 것에 대한 불만이 아니었나 싶다. 요즘 청와대의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말이 없어진 청와대, 삐걱거리는 실용정부. 공직자 재산공개 논란, 쇠고기 파동 그리고 집안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청와대는 과연 전열을 가다듬을 묘수를 찾을 수 있을까. 이명박 정부에 대한 국민의 불신은 점점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