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벼락을 맞은 건 인간만이 아닙니다. AI 확산을 막기 위해 광진구청에서 1.4km 떨어진 능동 어린이대공원도 조류 사육장을 폐쇄하고 조류를 살(殺)처분했는가 하면, 광진구는 AI 발생지역 반경 500m 이내 어린이집과 학교에서 수거한 병아리들까지 살처분했습니다. 수리부엉이나 두루미 같은 천연기념물은 그나마 목숨을 부지했다니, 동물의 세계에도 귀천(貴賤)은 엄연히 존재하는가 봅니다.
인구 1000만명을 넘는 대도시 서울의 도심 한복판에서 AI가 발생했다는 사실 자체도 놀랍지만, 사육하던 닭이 폐사한 지 일주일 뒤에야 서울시와 방역당국에 통보한 광진구청의 배짱·늑장 대응은 더욱 충격적입니다.
‘주간동아’는 2년 전 스페셜 리포트 ‘판데믹 독감 공포 한국은 끄떡없다?’를 통해 AI의 인체 간 감염이 시간문제라는 국내외 전문가들의 지적과 함께 관련 백신 확보 같은 국내 대비책이 미흡하다는 점을 밝히는 등 기회 있을 때마다 AI의 문제점을 알려왔습니다.‘판데믹(pandemic)’은 특정한 전염성 질환이 전 지구적으로 급속히 확산돼 대량의 사망자를 유발하는 현상입니다. 세계보건기구(WHO) 등 관계기구의 전문가들은 이번에 확인된 H5N1형 고병원성 AI 바이러스가 앞으로 다가올 판데믹의 원인이 될 것이라 지목한 바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이미 2006년 1월 영국의 위기관리회사 매플크로프트가 제시한 ‘판데믹 위기 세계 전망도’에 의해 판데믹 위기지수(PRI)가 인도와 함께 공동 6위에 올랐을 만큼 전염병 발생 위험과 확산 가능성이 높은 나라로 분류됐습니다. 그럼에도 올해 들어 한 달 전부터 발생하기 시작한 AI 의심 사례가 60여 건을 넘어설 정도로 전국으로 확산되는 동안 해당 부처와 관계기관들의 대응은 느려도 한참 느렸습니다.

AI는 비둘기에게서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서울 상공을 날아다니는 비둘기만 10만~20만 마리. 아, 이젠 감기 증상이 있어도, 비둘기만 봐도 새가슴이 돼야 하는 걱정스러운 세상입니다. 가장 멀리 나는 새가 가장 무섭게 느껴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