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이 대한민국의 한 시대를 먹여 살릴 수 있다고 말한다면 믿겠습니까?”
개항 7년 만에 제2단계 확장사업의 완결을 눈앞에 둔 인천공항공사 이재희(61) 사장의 표정엔 비장감마저 감돌았다. 올 여름 인천공항은 여객인원 1억명과 화물 800만t 시대를 위한 2단계 공사를 완결한다. 하드웨어적으로 세계 3대 공항의 입지를 구축하는 셈이다(현재 여객인원 10위, 화물 2위). 기존 경쟁상대인 싱가포르 창이공항, 홍콩의 첵랍콕공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것은 물론, 떠오르는 경쟁자인 중국의 베이징공항과 톈진공항마저도 5년 정도 앞서갈 수 있는 미래 인프라를 확보하는 셈이다.
“전 세계적으로 1700여 개 국제공항이 무한경쟁을 벌이는데, 이들의 현대화 시설 투자에만 매년 50조원의 시장이 열리고 있어요. 전 세계 공항들이 최고 시설과 첨단 정보기술(IT) 인프라를 갖추고, 특히 공항서비스평가(ASQ)에서 3연패를 이룬 인천공항을 벤치마킹하고 있어요. 이것이 우리가 단순한 공항공사가 아니라, 공항 건설 및 운영 노하우를 팔 수 있는 ‘복합기업’으로 변신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인천공항, 대한민국의 성장동력 될 것”
‘공항산업’ 규모가 해마다 급성장하고 있다는 사실은 그렇다 치더라도 과연 공항이 대한민국의 성장동력으로까지 격상될 수 있을까? 이 사장의 설명을 좀더 들어보자.
“조금 과격하게 말하면, 21세기에는 공항의 경쟁력이 곧 국가경쟁력으로 연결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쇼핑, 위락, 상업 기능을 동시에 지닌 멀티 허브도시 ‘에어시티(Air-City)’가 국가의 브랜드 구실을 하게 될 테니까요. 우리뿐 아니라 이미 두바이 싱가포르 상하이 등도 공항 주변지역을 개발해 관광객을 적극 유치하고 있어요.”
인구 50만명의 소국 마카오의 1년 방문객은 어느 정도일까? 놀랍게도 약 2300만명에 이른다. 이들이 흘리고 간 돈이 바로 마카오를 부국으로 만드는 원천이 된다. 한국을 방문하는 관광객이 600만명에 불과한 것과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공항의 역할이 단순히 비행기가 오르내리는 수동적인 것이 아니라, 손님을 적극적으로 모셔오는 브랜드 회사로 변모하고 있어요. 아니, 변해야 합니다.”
3년 전 민간 물류전문가로 인천공항 사장으로 영입된 그는 재임기간 내내 직원들과 함께 공항의 개념을 변화시키려 노력해왔다. 미래의 공항을 단순히 사람과 화물이 오고 가는 수송기지가 아닌 항공운송을 중심으로 한 물류, 비즈니스, 문화, 엔터테인먼트가 어우러진 하나의 거대한 공항복합도시로 규정하고, 이에 따라 6개 기능별 테마클러스터로 구성된 ‘드림월드’ 프로젝트를 진행한 것이다.
1차 목표는 2010년까지 전 세계에 포진한 5개의 세계적 공항을 따라잡겠다는 것. 이들 선두 공항의 모델은 서비스와 제도(싱가포르), 물류(홍콩), 상업시설(런던), 허브도시(프랑크푸르트 암스테르담)다. 목표는 단 3년 만에 가시권으로 들어왔다. 서비스는 지표상으로 이미 싱가포르를 제쳤고, 홍콩의 물동량과는 3년 격차로 줄었다. 상업시설에서 올해 1조원 매출을 달성하는 인천의 상업시설은 영국의 히드로공항을 넘어선다. 마지막 목표인 허브도시는 인천공항 주변이 개발되는 2010년 이후라야 본격적인 승부를 걸어보게 될 전망이다.
“긍정적으로 보고 있어요. 단적으로 인천은 라스베이거스에는 없는 바다를, 마카오엔 없는 산을 가지고 있으니까요. 앞으로 에어시티가 인천 송도와 인천항, 나아가 북쪽의 나들섬으로 이어지는 거대한 서해안 경제벨트로 부상해야만 한국이 홍콩과 두바이를 넘어선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한 시대를 먹여 살릴 성장축이 될 거라는 얘기죠.”
단순히 공항의 제2단계 사업의 완공이 문제가 아니라, 인천공항이 한국의 미래를 논하는 데 빠질 수 없는 개념으로 격상된다는 것이다. 이 사장의 표정이 비장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그렇다면 세계 일류 공항으로 부상한 인천공항의 경쟁자는 누구일까?
“역시 경계할 곳은 상하이 푸둥공항과 톈진공항이에요. 중국은 오래전부터 베이징과 톈진, 상하이와 광저우 등 주요 4대 공항을 중심으로 성장전략을 추진해왔거든요. 소프트웨어적인 면에서 우리와 약 5년 격차가 나는데, 이 간격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인천공항은 물론 한국의 미래가 달려 있는 셈이지요.”
인천공항의 경쟁력은 해외에 자주 나가는 사람일수록 확연히 체감할 수 있다. 세계 언론들의 평가도 상찬 일색이다. 경영지표상으로 나타나는 성과만 해도 지난해에만 2000억원의 흑자를 낼 만큼 초우량 공기업으로 입지를 다졌다.
“2010년에는 세후이익만 4000억원이 넘어설 전망입니다. 그러나 이를 허투루 쓰지 않고 여객 이용료와 화물 운임을 대폭 낮춰 중국 공항에 대한 가격경쟁력을 확보해야 합니다. 공공성을 유지하면서도 효율성을 높여야 하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어려움이 그만큼 큽니다.”
이명박 정부가 내놓은 화두 중엔 ‘공기업 민영화’도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이슈다. 경영컨설턴트이자 회계사 출신인 이 사장이 바라보는 인천공항의 미래는 어떨까?
“‘지속가능한 기업’을 위해 민영화는 일종의 대전제라 할 수 있겠지요. 그러나 중국에 대한 인천의 경쟁력도 확보하고 주변지역도 개발해나가야 하고, 나아가 지방공항의 활성화까지 조율하고 논의하려면 2012년 이후가 적절한 민영화 논의 시기가 아닐까 싶어요.”
이 사장의 가장 현실적인 고민은 다름 아닌 인천공항공사의 경쟁력 부분이었다. 민간기업은 시장경제의 자극을 받으며 10년 뒤의 미래까지 대비하는 ‘지속가능 경영’에 훈련이 돼 있지만, 공사는 조직 특성상 중장기적인 안목을 키우는 훈련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이 사장은 지난 3년간 직원들의 ‘능동적이고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위한 내부 교육에 주력해왔다.
“현재 인천공항 가치 10조원 … 2015년엔 2배로”
“사실 현재 인천공항의 가치는 10조원 정도예요. 그런데 2015년쯤 되면 20조원 이상이 될 겁니다.”
이는 민영화 논의와 관련해 그동안 인천공항의 기업가치를 꼼꼼히 따져온 이 사장의 날카로움과 심모원려(深謀遠慮)함이 밴 일종의 결론으로 봐도 좋을 듯싶다.
“지난 5년간 물류가 대한민국의 성장동력이 될 수 있게 하기 위한 고민을 해왔어요. 노태우 정부 이후 4대 정부에 걸친 인천공항에 대한 투자와 목표설정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도 확인했습니다. 욕심이라면 인천공항의 국가적 위상과 역할이 격상됐으면 싶어요. 그 길만이 대한민국이 성공하는 지름길이라고 생각합니다.”
개항 7년 만에 제2단계 확장사업의 완결을 눈앞에 둔 인천공항공사 이재희(61) 사장의 표정엔 비장감마저 감돌았다. 올 여름 인천공항은 여객인원 1억명과 화물 800만t 시대를 위한 2단계 공사를 완결한다. 하드웨어적으로 세계 3대 공항의 입지를 구축하는 셈이다(현재 여객인원 10위, 화물 2위). 기존 경쟁상대인 싱가포르 창이공항, 홍콩의 첵랍콕공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것은 물론, 떠오르는 경쟁자인 중국의 베이징공항과 톈진공항마저도 5년 정도 앞서갈 수 있는 미래 인프라를 확보하는 셈이다.
“전 세계적으로 1700여 개 국제공항이 무한경쟁을 벌이는데, 이들의 현대화 시설 투자에만 매년 50조원의 시장이 열리고 있어요. 전 세계 공항들이 최고 시설과 첨단 정보기술(IT) 인프라를 갖추고, 특히 공항서비스평가(ASQ)에서 3연패를 이룬 인천공항을 벤치마킹하고 있어요. 이것이 우리가 단순한 공항공사가 아니라, 공항 건설 및 운영 노하우를 팔 수 있는 ‘복합기업’으로 변신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인천공항, 대한민국의 성장동력 될 것”
‘공항산업’ 규모가 해마다 급성장하고 있다는 사실은 그렇다 치더라도 과연 공항이 대한민국의 성장동력으로까지 격상될 수 있을까? 이 사장의 설명을 좀더 들어보자.
“조금 과격하게 말하면, 21세기에는 공항의 경쟁력이 곧 국가경쟁력으로 연결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쇼핑, 위락, 상업 기능을 동시에 지닌 멀티 허브도시 ‘에어시티(Air-City)’가 국가의 브랜드 구실을 하게 될 테니까요. 우리뿐 아니라 이미 두바이 싱가포르 상하이 등도 공항 주변지역을 개발해 관광객을 적극 유치하고 있어요.”
인구 50만명의 소국 마카오의 1년 방문객은 어느 정도일까? 놀랍게도 약 2300만명에 이른다. 이들이 흘리고 간 돈이 바로 마카오를 부국으로 만드는 원천이 된다. 한국을 방문하는 관광객이 600만명에 불과한 것과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세계 3대 공항을 넘어 멀티 허브 개념의 복합도시로 진화 중인 인천공항의 모습.
3년 전 민간 물류전문가로 인천공항 사장으로 영입된 그는 재임기간 내내 직원들과 함께 공항의 개념을 변화시키려 노력해왔다. 미래의 공항을 단순히 사람과 화물이 오고 가는 수송기지가 아닌 항공운송을 중심으로 한 물류, 비즈니스, 문화, 엔터테인먼트가 어우러진 하나의 거대한 공항복합도시로 규정하고, 이에 따라 6개 기능별 테마클러스터로 구성된 ‘드림월드’ 프로젝트를 진행한 것이다.
1차 목표는 2010년까지 전 세계에 포진한 5개의 세계적 공항을 따라잡겠다는 것. 이들 선두 공항의 모델은 서비스와 제도(싱가포르), 물류(홍콩), 상업시설(런던), 허브도시(프랑크푸르트 암스테르담)다. 목표는 단 3년 만에 가시권으로 들어왔다. 서비스는 지표상으로 이미 싱가포르를 제쳤고, 홍콩의 물동량과는 3년 격차로 줄었다. 상업시설에서 올해 1조원 매출을 달성하는 인천의 상업시설은 영국의 히드로공항을 넘어선다. 마지막 목표인 허브도시는 인천공항 주변이 개발되는 2010년 이후라야 본격적인 승부를 걸어보게 될 전망이다.
“긍정적으로 보고 있어요. 단적으로 인천은 라스베이거스에는 없는 바다를, 마카오엔 없는 산을 가지고 있으니까요. 앞으로 에어시티가 인천 송도와 인천항, 나아가 북쪽의 나들섬으로 이어지는 거대한 서해안 경제벨트로 부상해야만 한국이 홍콩과 두바이를 넘어선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한 시대를 먹여 살릴 성장축이 될 거라는 얘기죠.”
단순히 공항의 제2단계 사업의 완공이 문제가 아니라, 인천공항이 한국의 미래를 논하는 데 빠질 수 없는 개념으로 격상된다는 것이다. 이 사장의 표정이 비장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그렇다면 세계 일류 공항으로 부상한 인천공항의 경쟁자는 누구일까?
“역시 경계할 곳은 상하이 푸둥공항과 톈진공항이에요. 중국은 오래전부터 베이징과 톈진, 상하이와 광저우 등 주요 4대 공항을 중심으로 성장전략을 추진해왔거든요. 소프트웨어적인 면에서 우리와 약 5년 격차가 나는데, 이 간격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인천공항은 물론 한국의 미래가 달려 있는 셈이지요.”
인천공항의 경쟁력은 해외에 자주 나가는 사람일수록 확연히 체감할 수 있다. 세계 언론들의 평가도 상찬 일색이다. 경영지표상으로 나타나는 성과만 해도 지난해에만 2000억원의 흑자를 낼 만큼 초우량 공기업으로 입지를 다졌다.
“2010년에는 세후이익만 4000억원이 넘어설 전망입니다. 그러나 이를 허투루 쓰지 않고 여객 이용료와 화물 운임을 대폭 낮춰 중국 공항에 대한 가격경쟁력을 확보해야 합니다. 공공성을 유지하면서도 효율성을 높여야 하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어려움이 그만큼 큽니다.”
이명박 정부가 내놓은 화두 중엔 ‘공기업 민영화’도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이슈다. 경영컨설턴트이자 회계사 출신인 이 사장이 바라보는 인천공항의 미래는 어떨까?
“‘지속가능한 기업’을 위해 민영화는 일종의 대전제라 할 수 있겠지요. 그러나 중국에 대한 인천의 경쟁력도 확보하고 주변지역도 개발해나가야 하고, 나아가 지방공항의 활성화까지 조율하고 논의하려면 2012년 이후가 적절한 민영화 논의 시기가 아닐까 싶어요.”
이 사장의 가장 현실적인 고민은 다름 아닌 인천공항공사의 경쟁력 부분이었다. 민간기업은 시장경제의 자극을 받으며 10년 뒤의 미래까지 대비하는 ‘지속가능 경영’에 훈련이 돼 있지만, 공사는 조직 특성상 중장기적인 안목을 키우는 훈련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이 사장은 지난 3년간 직원들의 ‘능동적이고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위한 내부 교육에 주력해왔다.
“현재 인천공항 가치 10조원 … 2015년엔 2배로”
“사실 현재 인천공항의 가치는 10조원 정도예요. 그런데 2015년쯤 되면 20조원 이상이 될 겁니다.”
이는 민영화 논의와 관련해 그동안 인천공항의 기업가치를 꼼꼼히 따져온 이 사장의 날카로움과 심모원려(深謀遠慮)함이 밴 일종의 결론으로 봐도 좋을 듯싶다.
“지난 5년간 물류가 대한민국의 성장동력이 될 수 있게 하기 위한 고민을 해왔어요. 노태우 정부 이후 4대 정부에 걸친 인천공항에 대한 투자와 목표설정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도 확인했습니다. 욕심이라면 인천공항의 국가적 위상과 역할이 격상됐으면 싶어요. 그 길만이 대한민국이 성공하는 지름길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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