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이문수 원장</b><br>1975년 현대자동차 영업직 입사<br>2005년 현대차 부사장으로 정년퇴직<br>현 킹웨이인재개발그룹 원장
인생의 절반 이상 또는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닌 직장생활에서 누군들 즐겁게 일하며 성공하고 싶지 않을까? 그간 우직하게 인간관계를 닦고 조이고 기름 쳐온 사람이라면 한 번쯤 진지하게 자문해볼 필요가 있다. 성공의 목표와 정의가 무엇인가에 대해서 말이다.
이문수(60·사진) 킹웨이인재개발그룹 원장의 주장은 조금 색다르다. 그는 이제까지 변화의 대상이던 ‘부하직원’이 아닌 ‘직장상사’에 초점을 맞췄다.
꼴등에서 1등으로 ‘미다스 이문수 신화’ 탄생
“누구보다 ‘상사’가 먼저 변해야 인생의 역사를 써 내려가는 ‘직장’이라는 성지(聖地)에서 모두 행복해질 수 있습니다.”
현대자동차(현대차) 초창기 시절 평범한 영업사원으로 출발해 마침내 부사장 직위에 오르며 이 원장이 깨친 성공 노하우는 다름 아닌 “상사라면 마땅히 부하직원의 마음부터 얻으라”는 것. 비단 업무에서뿐만이 아니다. 후배들에게 인간적인 면까지 존경받을 때만이 기대했던 성과도 나오고 그에 따른 승진도 가능하다고 말한다.
성급한 사람이라면 코웃음 치며 그 증거를 대라고 할지 모른다. 이 원장은 기다렸다는 듯 자신의 30년 직장인생을 펼쳐 보인다. 700명의 부하직원 이름을 외운 일, 이들과 작은 목표를 공유하고, 능력 있는 후배의 성공을 지원하고, 명령이 아닌 끊임없는 설득으로 동료들을 감화시켜온 작고 아름다운 이야기들을 말이다. 이 모든 정성들이 더해져 그간 현대차 꼴등 대리점들을 줄줄이 1등 대리점으로 변모시킨 ‘미다스 이문수 신화’가 탄생한 것이다.
직장생활 전체를 현장의 영업사원으로 보낸 이 원장은 최근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끌리는 상사의 조건’이란 책을 펴냈다. 그가 말하는 ‘부하직원을 내 사람으로 만드는 10가지 노하우’를 들어보자.
[부하직원 내 사람 만드는 10가지 비법]
“관리하지 말고 도울 생각 우선 … 리더는 힘든 일 자청해야”
한동안 평범한 직장생활을 했다. 그런데 1998년 아들의 갑작스런 죽음과 암으로 인한 시한부 선고라는 시련을 겪고야 진지하게 ‘행복’과 ‘성공’에 대해 성찰할 기회를 갖게 됐다.
‘행복한 성공’이라는 키워드도 결국은 민주주의의 문제로 연결된다. 권위주의 정권은 사라져도 우리 마음속에 자리한 권위주의는 극복하기 쉽지 않다. 특히 큰 기업일수록 리더십의 변화에 빨리 대처하지 못하는 면이 있다.
내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조직이 성과를 내야 한다. ①`조직이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부하직원이 성공해야 한다. 어떤 최고경영자(CEO)든 입으로는 “인적 자원이 가장 소중하다”고 하지만 사실 ‘립서비스’일 때가 많다. 그간 성과를 위해 대놓고 직원들을 누르고 쪼아온 방법은 잘못된 것이다. 능력 있는 직원일수록 다른 조직으로 보내는 것도 중요하다.
상사로서 가장 시급한 덕목은 ②`직업에 대한 성찰을 할 수 있게 돕는 것이다. 부하직원들이 올바른 비전과 뚜렷한 목표를 갖도록 제시해주면 상사의 지시 없이도 스스로 움직인다. 나아가 그런 비전이 공유된 조직이라면 그 자체로 빛을 발한다. 영업사원이란 자리에 별 보람을 느끼지 못했던 나도 어느 날 문득 이렇게 마음을 정리했다.
“애도 낳았고 가족도 있는데, 어떻게 하면 잘 살수 있을까? 기왕 젊은 시절 회사를 다니는데 정말 잘해보고 싶다.”
놀랍게도 그 뒤부터 인생이 달라졌다. 성공하기 위한 첫 단추는 마음을 어떻게 먹고 어떻게 비전을 세우느냐에 달렸는데, 상사의 임무란 후배에게 목표와 비전을 갖게 만드는 것과 그 비전을 현실화하는 역량을 교육시키는 일이다.
비전 외에 현실적인 목표도 중요하다. 나는 후배들에게 가시적인 목표로 ③`집을 사라는 원칙을 주입시켰다. 사실 영업하는 사람들은 스트레스가 많다 보니 술을 마시게 되고 자연스레 저축은 뒷전인 경우가 많다. 그런 생활이 지속되면 결국 일도 열심히 못하는 상황에 처한다. 그런데 집을 사려면 저축해야 하니 한두 시간이라도 더 일해 실적을 올리게 된다.
부하직원 가운데 총각이 많으면 결혼하라 닦달하고, 진급이 누락되면 그것을 메워주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상사의 도리다. 후배들에게 목표를 만들어줘야만 진짜 선배고, 리더는 그것을 구체화할 수 있는 역량을 계발하도록 지원해야 한다.
이 같은 모습이 어색한 것은 기존 상사들은 조직을 무작정 ‘관리’하려고만 했기 때문이다. 그러면 후배들은 몸만 따르게 된다. 옛날에는 권위가 있었기에 따라가는 시늉이라고 했지만, 이젠 권위마저 없으니 망가지는 것은 조직뿐이다. 이 때문에 이 시대의 상사는 조직을 ④`관리하지 말고 지원해야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후배들을 도울 수 있을까? 1994년 서울 K지역 책임자로 부임했을 때 얘기다. 말 그대로 영업실적 최하위 지점이었다. 영업은 일선에서 하는 건데 나 혼자 고민한다고 될 일이 아니었다. 결국 중요한 건 직원들의 의욕인데, 그렇다면 분위기가 좋아야 한다. 스스로 ⑤`직원들을 기쁘게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매일 아침저녁 사무실이 아닌 지점으로 출근했다.
직원들을 행복하게 만들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으로 이름을 외우기 시작했다. 700여 직원 모두의 이름을 3개월 걸려 외웠는데 그 효과는 대단했다. 술을 마시다 “어이 ○○대리, 이리 좀 와봐” 하고 등 두드려주고 술 먹어줬을 뿐인데, 그 직원이 거의 울려고 하는 걸 봤다. 그해 우리 지점은 영업실적 전국 1등이 됐다. 직원들을 격려하고 기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 다음 상사가 앞장서서 솔선수범하면 직원들은 자연스레 상사를 따를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업무 지원은 어떻게 해야 할까? 예를 들어 영업사원들은 서류업무에 미숙한 경우가 많다. 이로 인해 내근직원들과의 분쟁도 적지 않게 일어나는데, 대부분의 상사들은 “왜 싸웠을까?”라고 묻기보다는 “화해하라”는 식으로 얼버무린다.
이런 경우 내근직 사원에게는 ‘영업사원들에게 친절해야 하는 이유’를 다시 교육시키고, 영업직원들을 위해서는 내부 업무 프로세스를 다시 설계해야 한다. 시스템을 보완하는 것은 상사의 의무다. 이게 바로 쓸모 있는 지원이다.
돌이켜보면 이 같은 ⑥`사소한 불편이 직원들의 능력을 갉아먹더라. 시스템 문제가 아니더라도 더러운 사무실에서 직원들의 성과가 좋을 리 없다. 상사가 나서서 “너희는 집이 이렇게 더럽냐”고 말하면 언제나 그대로 지저분할 뿐이다. 말없이 상사가 휴지를 줍는다면 언제나 깨끗한 사무실이 유지된다. 상사란 마땅히 ⑦`힘든 일을 자청해야 한다. 영업을 책임진 사람이라면 직원들이 일요일에도 최선을 다해 일해주기를 바랄 수밖에 없다. 그런데 무작정 휴일에 나와 일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지점장이 먼저 나오는 길이 최선일 수밖에 없다.
한번 아프고 나니 ‘시간’과 ‘일’이 매우 소중하게 느껴졌다. 사실 그동안 회사를 다니면서 그냥 다닌다고 생각했지 나의 ‘역사’를 쓴다고 생각하지는 못했다. 병상에서 투병생활하는 것보다 일하다 쓰러지는 편이 더 행복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아파도 회사에 나왔다.
암 투병 직후인 2000년에 P지역 책임자로 발령이 났다. 어느 지점에나 ⑧`가정과 같은 직장을 만들려고 노력했다. 후배들에게 “우리가 하는 일은 우리들이 각자의 역사를 만드는 일”이라고 말했더니 그 진심이 통하더라. 일과 사람에 대한 사랑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일하다 보니 자연스레 후배들이 나를 형이나 부모처럼 따랐다. 나를 부모처럼 배려하는 그들과 함께 일하는데 스트레스 받을 일도 없었다. 암도 완치됐고 예상치 못하게 부사장으로까지 승진했다.
30년 직장생활을 돌이켜보면서 이제 상사가 된 후배들에게 직장에서 성공하고 싶다면 다음과 같은 충고를 받아들이라고 말해준다. ⑨`직원을 아들이나 동생처럼 사랑하는가? 일에서 성공하고 싶다면 ⑩`고객을 진짜 나만큼 소중히 생각하라. 부하직원들이 행복을 느끼지 못하면 상사의 존재는 헛것이 돼버린다. 스스로 행복하지 못하면 자신의 인생은 실패하는 것이다. 행복해지려면 자신의 일과 사람을 사랑해야 한다. 직장인들의 숙명이자 영원한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