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클은 최후의 순간에 멧돼지처럼 돌진하는 저지 수단이다.
공격수에게 태클은 원하지 않는 술잔이다. 어느 수비수도 얌전하게 발을 내밀지 않는다. 수비수는 멧돼지가 갑자기 달려드는 것처럼, 그러니까 저돌적으로 몸을 던진다. 태클 규정이 엄격하게 변화해온 것은 그만큼 이 기술이 위험하기 때문이다. 심판은 수비수가 양발을 들어 점프하거나 등 뒤에서 밀고 들어가거나 축구화 바닥이 들린 채로 태클을 시도하는 행위를 규제한다.
현대축구 필수요소 … 한국은 여전히 태권도 태클
놀라운 속도로 질주하는 현대축구에서 태클은 필수요소다. 이 저돌적인 방어수단은 보기와는 달리 정교한 기술이 필요하다. 실패하면 상대방의 복숭아뼈를 뭉개버릴 수도 있다. 실점 위기에 놓이는 것은 물론이다.
스페인의 카를로스 푸욜, 잉글랜드의 존 테리, 프랑스의 파트리크 비에라 등이 이 분야의 달인이다. 이들은 상대방 공격의 혈맥을 단숨에 끊어버린다. 그리고 이탈리아 선수들이 있다. 빗장수비는 이탈리아팀의 견고한 시스템을 가리키는 말이지만 이들은 한 명 한 명이 최고 수준의 태클러다. 그중에서도 압권은 중앙수비수 파비오 칸나바로, 176cm의 단신인 그는 태클이 무엇인지를 심장이 쿵쾅거리는 한복판에서 냉철하게 선보인다. 이탈리아는 2006년 독일월드컵 7게임에서 두 골만 내줬다. 이 완강한 바리케이드 앞에서 프랑스의 지네딘 지단은 옷을 벗었다.
독일월드컵에서 한국팀이 기록한 태클 수는 72개다. 32개 참가국 중 22위로 하위권. 경기 수가 많은 독일(220개)이나 이탈리아(187개)의 절반도 안 되는 것은 이해할 만하지만, 정확히 공을 걷어내거나 상대방 공세를 적절히 끊어내는 등의 내용에서는 부족한 점이 많았다. 1986년 멕시코월드컵 때는 허정무가 마라도나의 무릎을 향해 태클을 했다. 태권도라는 비난을 받았지만 워낙 역부족이었기에 그렇게라도 해야 했다. 1998년 프랑스월드컵 때는 하석주가 백태클 금지의 첫 번째 퇴장 사례가 되고 말았다. 한국은 질주하는 공격수의 숨은 2인치를 향해 멧돼지처럼 온몸을 던져 물 찬 제비처럼 태클 속도를 살린 뒤, 유유히 일어나서 얼이 빠진 공격수를 내려다보며 제자리로 돌아가는 수준의 태클엔 아직 이르지 못한 것이다.
지난번 문제의 정답, 그러니까 이적한 바르셀로나에서 동료들과 화학적 관계를 채 완성하지 못해 슬럼프에 빠진 선수는? 티에리 앙리가 정답이다. 새로운 문제. 이 선수는 공격 전문인데 태클도 잘한다. 그 때문에 문제도 많았다. 리즈 유나이티드 시절엔 강력한 백태클로 벌금 50만 유로에 8개월 자격정지를 받았다. 이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로 옮겼다가 지금은 뉴캐슬에서 뛰고 있는 선수는? 정답은 다음 호 이 지면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