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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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미한 레이스, 선택 스트레스

  • 편집장 송문홍

    입력2007-11-19 09:5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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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의 대통령 선거는 막판까지 변수가 많고 ‘콤팩트(compact)’하게 진행돼 매우 흥미롭다.”

    11월 초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국대사가 했다는 말입니다. 사적인 기억을 더듬어보니 전에도 비슷한 말을 몇 차례 들은 적이 있습니다. 2002년 대선 무렵엔 서울을 방문한 미국의 한 정치학 교수가 사뭇 진지한 어조로 이렇게 말했습니다. “너희 나라 정치학자나 언론인들은 참 좋겠다. 적어도 심심한 일은 없을 테니까.” 1997년 연수차 미국에 머물 때 인근 대학에서 열린 ‘한국 정치의 다이너미즘’을 주제로 한 토론회에 참석한 적이 있습니다. 그 자리에서 한 미국인 친구가 이렇게 말하더군요. “한국은 경제발전이 빨랐으니 정치발전도 빨리 달성하려고 그렇게들 열심히 싸우나보지?”

    외국인들이 보기엔 한국 정치가 재미있나 봅니다. 대선이 열리는 시기에는 특히 흥미진진할 겁니다. 선거전이 반전(反轉)에 반전을 거듭하고, 심심해질 만하면 돌발변수가 튀어나오는 게 웬만한 흥행 드라마 저리 가라 할 정도니까요.

    백 보 양보해, 정치발전도 빨리 이루려고 이 난리를 치르는 거라고 좋게 생각하고 싶습니다. 한국은 선진국들이 200년 이상 걸려 이룩한 경제발전을 한두 세대 만에 이뤘습니다. 이른바 ‘압축성장’입니다. 거기에 ‘제도적 민주화’도 20년 만에 이뤄냈으니, 정치에서의 ‘압축성숙’이라고 불가능한 일은 아니잖습니까?

    하지만 이번엔 좀 심한 것 같습니다. 11월8일자 ‘동아일보’ 톱기사 제목이 ‘이런 대선은 없었다’입니다. 후보 등록을 불과 17일 앞두고 누가 본선 링에 오를지도 불투명하다는 부제(副題)가 붙어 있네요. 후보 검증, 정책 검증은 실종된 채 이전투구(泥田鬪狗)만 벌이는 대선, 그래도 전에는 이 정도까진 아니었습니다.



    당연히 (외국에선 재미있을지 몰라도) 유권자는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요모조모 따져 ‘최선’을 가리기에도 부족한 시간에 ‘차선(次善)’ ‘차차선(次次善)’을 찾아 헤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니 말입니다. 압축 정치발전? 이는 될지 안 될지 모르는 훗날 얘기입니다. 지금 급한 건, 혼미함 속에서 그나마 나라를 망쳐놓지 않을 인물이 누구인지를 가려내는 일입니다.

    혼미한 레이스, 선택 스트레스
    ‘주간동아’ 이번 호는 이명박 후보의 ‘BBK 의혹’과 ‘이회창 전 총재의 기습 출마’ 두 가지 대선 화두(話頭)를 커버스토리로 올립니다. 특히 ‘BBK 의혹’은, 그동안 이런저런 폭로와 반박은 무성했지만 정작 그 전모를 이해하는 사람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복잡합니다. 그 헷갈리는 실타래를 지난 5년간 ‘집요하게’ 추적해온 기자가 최대한 쉽게 풀이했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스트레스를 더해드리는 게 아닌가 싶네요. 그래도 어쩔 수 없습니다. 최선 또는 차선의 선택을 위해 필요한 일이라고 이해해주십시오.

    편집장 송문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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