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이 건조한 세계 최대 해상원유생산공장인 아그바미 FPSO와 디자이너 이창하 씨(오른쪽).
이씨가 DSME건설과 처음 인연을 맺은 것은 2006년 4월. DSME건설이 관리총괄본부장 겸 전무로 이씨를 영입한 것이다. 올 4월에는 디자인을 주업무로 하는 ‘㈜이창하홈’이라는 계열사까지 설립하면서 이씨를 앞세운 사업확장에 박차를 가해왔다. 회사 측 관계자는 “아파트 건축이 핵심이다 보니 브랜드 이미지를 키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이창하홈을 세운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라고 말했다.
사업이 막 시작되려는 단계에서 이씨의 허위학력 문제가 불거진 것을 놓고 대우조선해양 내에서는 “다행이다”라는 시각과 “왜 하필이면 이때…”라는 시각이 교차하고 있다. 사태 추이를 지켜보면서 처리문제를 천천히 논의하자는 것이 현재 회사 측 공식 입장.
대우조선해양의 한 관계자는 “회사명 변경이나 이씨의 거취에 대해 회사 차원에서 결정된 것은 없다”면서도 “문제가 확인된 이상 일정 조치는 불가피한 상황”이라는 의견을 조심스레 전해왔다. 현재 이씨는 DSME건설의 이사직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지만, 출근은 하지 않고 있다.
㈜이창하홈 설립…이사직 맡은 이씨 출근 안 해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 JR건설(진로건설, DSME건설의 전신)을 300여 억원에 인수한 뒤, 이씨가 지분의 100%를 보유하던 장유건설을 합병하면서 자연스럽게 이씨와 관계를 맺었다. 오랫동안 법정관리 상태였던 JR건설에 인력이 부족해 부득이 고급빌라를 주로 만들어온 장유건설을 인수했다는 것이 대우조선해양 측 설명이지만, 업계에서는 대우조선해양이 이씨의 영입을 위해 장유건설을 인수했다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그만큼 이씨의 영입에 공을 들여왔다는 것이다.
재계에선 대우조선해양 측이 이씨 영입을 통해 크루즈선 건조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내놓는다. 크루즈선 개발의 경쟁력을 결정짓는 인테리어와 자재 부문에 이씨의 인테리어 능력이 절실했을 것이라는 설명. 그러나 대우조선해양 측의 주장은 사뭇 다르다.
“DSME건설은 아파트와 토목공사를 주로 하는 곳이다. 이씨를 영입한 것도 그의 건축디자이너로서의 능력을 높이 샀기 때문이다. 크루즈선 개발과 이씨 영입이 관련 있다는 식의 보도는 과장된 것이다.”
크루즈선 개발 때문이든, 아파트 사업 때문이든 이씨의 학력위조 파문은 대우조선해양으로서는 분명 달갑지 않은 소식이다. 의혹이 해소되지 않은 현 상태에서 이씨를 내칠 수도, 그렇다고 계속 같이 할 수도 없는 대우조선해양은 그저 답답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