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작권이 도입될 무렵의 베네치아 상황을 짐작케 하는 영화 ‘베니스의 상인’ 한 장면.
그런데 당시는 농업을 중심으로 하는 사회였기에 상업권에서 세수(稅收)를 확보할 방안을 마련해야 했다. 저작권 역시 저자나 출판업자들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목적보다는 정부가 세수 확보를 위해 인쇄업자들에게 수수료를 받고 인쇄에 관한 배타적인 권리를 부여하는 형태로 만들어졌다. 저작권은 저자의 의지라기보다 정부의 목적과 인쇄·출판업의 이해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에 탄생했다고 볼 수 있다.
유통사 비해 저자 이득 적고 소비자는 비싼 값 구매
오늘날과 비슷한 저작권 형식은 1710년 영국에서 제정된 ‘앤 여왕법(Statute of Anne)’을 통해 등장했다. 문학·음악·연극·미술 등과 같은 개인의 생산물은 농업이나 산업 생산물과는 특성이 다르다. 따라서 농업 등 1차 생산물이 생산자에게 1회의 보상을 안겨주는 것과 달리, ‘지적 재산권’이라 불리는 개인 창작물은 그것의 복제와 판매를 통해 1차 생산자에게 지속적인 이득을 마련해준다. 하나의 생산물이 지속적으로 복제되는 한 생산자의 이득은 계속해서 쌓여가는 것이다.
그런데 이것을 생산자의 동의 없이 복제·판매하면 생산자의 이득이 중단되고, 생산과는 상관없는 사람에게 이득을 가져다준다. 앤 여왕법은 1차 생산자인 저자에게 배타적인 권리를 부여함으로써 타인의 불로소득을 막고 동시에 저작권의 기간을 28년으로 한정했다.
오늘날에 와서 저작권은 ‘지적 재산권’이란 개념으로 더욱 확대됐다. 문학·음악·미술·컴퓨터 프로그램·상표 및 디자인·디지털 콘텐츠 등 사용 가능한 모든 것에는 ‘카피라이트’란 단어가 붙어서 나오며, 특허법과 저작권법이 이를 보호해준다. 현재 우리나라의 경우 보호 기간을 50년으로 잡고 있으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조약이 발효되면 70년으로 늘어난다. 이는 1차 생산자의 사후에까지 이르는 기간이다. 그렇다면 저작권은 1차 생산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인가, 아니면 그것의 독점적 유통을 보호하기 위한 것인가라는 근본적인 물음을 던지게 된다.
물론 ‘카피라이트’와 반대 개념도 있다. 즉 ‘사회의 생산물은 모두의 것’이라며 자유롭게 그 내용을 복제할 수 있다는 카피레프트(Copyleft) 운동이다. 유의할 것은 이 명제가 모든 사회적 생산물에 부여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이는 상업적인 유통망 속에서 문화적이며 정신적인 것 등 공공재 성격을 지니는 공유상태(public domain)를 대상으로 한다. 카피레프트 주창자 리처드 스톨먼은 ‘GNU 선언’을 통해 “독점적인 프로그램 대신 무료 배포되는 GNU 프로그램을 사용하면, 우리는 모든 이에게 온정을 가질 수 있으며 법도 준수하게 된다”라고 주장했다.
여러 논란에도 지적 재산권 문제는 사실 상업적 유통망의 문제임을 알 수 있다. 유통과정에서 이득을 얻기 위한 관계가 바로 오늘날 ‘지적 재산권’ 논란의 중심이다. 책으로 한정했을 때 이 재산권은 저자에게 있으며, 그는 복제와 유통의 권리를 일시적으로 출판제작 및 유통사에 넘겨주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저자의 이득은 줄어들고 독자는 늘 비싼 값을 치르고 작품을 구입할 수밖에 없다. 바로 여기가 카피라이트와 카피레프트가 충돌하는 지점이다.
저자는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쳐 힘들여 작품을 만들어내기 때문에 당연히 그에 합당한 권리를 얻어야 하고, 독자는 그에 대한 값을 치르고 그 작품을 구입하는 게 합당하다. 또 저자도 사회공동체 일원이므로 공동체 구성원이 균등하게 접근할 수 있게 저자의 권리를 일정 기간으로 한정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권리의 가운데를 차지하는 제작 및 유통사의 권리가 강화되면 이익에 관한 권리만 강화되게 마련이다.
- 연관 기출문제
한국외국어대 2007년 수시1 ‘정보화의 빛과 그늘’, 서울대 2008년 1차 예시 ‘정보 공유’, 동국대 2007년 정시 ‘지적 재산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