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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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지 빈야드의 몬테벨로 포도밭 개척 철학, 자연 닮은 깊은 맛

  • 조정용 아트옥션 대표·고려대 강사

    입력2007-04-25 16: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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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지 빈야드의 몬테벨로 포도밭 개척 철학, 자연 닮은 깊은 맛

    시음을 기다리는 몬테벨로 와인.

    캘리포니아의 몬테벨로(Monte Bello)는 최고급 반열에 오른 와인이다. 2006년 열린 30년 이상 숙성된 와인들의 품평회에서 몬테벨로 1971년 빈티지가 종합 1위를 차지했다. 와인의 매력이 장기숙성에 있음에 비춰볼 때 숙성력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유서 깊은 보르도를 물리치고 캘리포니아 출신이 수상했다는 사실은 신기하기까지 하다.

    캘리포니아라면 거대한 자본으로 무장해 콜라 만들듯 뚝딱 만들어치우는 대량생산의 메카가 아니던가. 그런 곳에서 이처럼 대단한 숙성력의 와인이 있을 거라고 누가 생각이나 했겠는가? 하지만 곧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캘리포니아만 같아라”란 말이 생길지도 모르겠다.

    몬테벨로의 비밀은 포도밭과 와인메이커의 양조 철학에 숨어 있다. 포도밭은 790m에 이르는 산 경사면에 조성돼 있다. 꼭대기에서 아래를 보면 거미줄처럼 뻗은 실리콘밸리의 도로망이 한눈에 보이고 반대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대서양이 펼쳐져 있다. 서늘한 산의 미세 기후와 시원한 대서양 바람이 카베르네 소비뇽과 메를로 등을 키워낸다. 강렬한 햇볕에 탈 정도로 지나치게 익히는 주변 양조장과 달리 이곳에서는 서서히 포도를 익힐 수 있어 좋다. 서늘한 저녁에 포도가 천천히 식으며 익기 때문에 당분과 함께 산미가 충분히 확보된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기후와 풍토를 가졌다 해도 그걸 이용하지 못하면 소용없는 법. 와인메이커 폴 드레이퍼는 땅의 특징을 잘 반영하는 자연스러운 와인 양조를 신조로 삼은 사람이다. 그는 ‘맛과 향은 토양을 그대로 재현하는 자연스러움을 유지해야 하고, 와인은 오랫동안 숙성할 수 있도록 튼튼한 구조를 가져야 한다’는 소신을 갖고 있다. 그는 숙성력이 강하고 오랫동안 마실 수 있는 와인을 양조한다. 1962년 빈티지의 몬테벨로를 맛본 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와인’이라 느꼈던 그는 이후 69년부터 그 빈티지를 벤치마킹하면서 이곳에서 일하고 있다(현재 1962년 빈티지는 양조장 지하 셀러에 몇 병밖에 남아 있지 않다).

    시기 달리해 수확 … 미국산 오크통으로 숙성



    그가 리지 빈야드(Ridge Vineyards)에서 일하던 초창기에는 대부분 양조장이 여러 곳의 포도를 혼합해 와인을 만들었다. 그러다 보니 포도밭의 특성이 잘 드러나지 않았다. 반면 그는 단일 포도밭에 힘썼다. 산타크루스의 테루아르(terroir·토양, 기후 등 포도밭에 미치는 일체의 상호작용)를 잘 표현하려 애썼다. 다른 곳의 포도가 아무리 좋아도 달려가지 않았다. 오직 몬테벨로 구역 내 포도만 가지고 씨름했다. 그는 능선의 입구, 중턱, 정상 부근의 토양을 잘 이해했고, 각각의 특성대로 시기를 달리하여 수확했다.

    오크통을 고르는 데도 그는 남다르다. 미국 와인을 만드니 오크통도 미국산이어야 한다고 믿는다. 오크통의 제작 공정에도 그는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미국산 오크의 구조는 프랑스산과 다르다. 표면이 더 거칠고 수액도 더 많다. 이러한 특성을 가진 통 속에서 와인을 숙성하면 그 성분들이 와인의 특징을 가리기 때문에 그는 수액을 공기로 말려야 한다고 믿었다.

    몬테벨로의 맛에는 나파밸리의 일반적인 향, 즉 육감적인 바닐라 향이 별로 나지 않는다. 대신 포도 맛이 살아 있는 자연스런 와인이 된다. 고급와인 생산의 역사가 짧은 캘리포니아에도 이처럼 묵을수록 깊은 맛이 나는 와인이 있다는 것은 참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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