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버 블랙커트의 ‘Aquariass’.
올리버는 사막도시 라스베이거스에서 나고 자라 텍사스의 한 대학에서 사학을 전공했고, 졸업 후 뉴욕에서 디자인을 공부했다. 그는 항상 화장실 내부설비가 좀더 재미있어야 하지 않을까 궁리했다. 소변을 보다가 그는 문득 ‘여기에 금붕어가 있으면 화장실 가는 일이 좀더 즐거워지지 않을까?’ 하는 엉뚱한 생각을 했고, 2년 후 이를 작품으로 실현했다는 것.
현재 우리가 쓰는 좌변기는 100년 전 디자인됐지만 지금까지 변한 것이 거의 없다. 올리버는 이 점에 착안했다. 그는 화장실을 볼일만 보고 후다닥 나오는 장소가 아니라 고요하고 청명한, 때로는 사색적이기까지 한 공간으로 만들었다. 좁은 수조 안에 갇혀 있는 금붕어에게는 미안하지만 한번 경험하면 잊지 못할 이런 화장실에서 우리는 크리에이티브한 사고의 즐거움을 경험한다.
이런 좌변기를 집에 가져다 놓으면 화장실에 들어갔다가 물을 내리지 못하고 머뭇거리는 손님을 볼지도 모른다. 하지만 물을 내린다고 하수구에 휩쓸려 나갈지 모르는 금붕어 신세를 걱정할 필요는 없다. 아크릴 탱크는 두 부분으로 나뉘어 있는데 수조 앞부분은 금붕어를 위한, 뒷부분은 변기를 위한 물이 담겨 있다. 뉴욕에서는 이처럼 종종 작품과 제품의 경계가 희미하고, 숍의 화장실이 전시공간으로 활용되는 경우가 있다. 여기서 한 가지 퀴즈! 금붕어 한 마리가 유유자적하고 있는 ‘Aquariass’의 판매가격은 얼마나 될까? 답은 1000달러다. 적당한 가격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