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일일극 ‘나쁜 여자 착한 여자’, MBC 주말극 ‘하얀 거탑’
화제의 중심에 선 두 드라마는 MBC 일일극 ‘나쁜 여자 착한 여자’와 같은 방송사 주말극 ‘하얀 거탑’이다. 새해맞이 드라마로 시작된 ‘나쁜 여자 착한 여자’는 시청자들의 비난을, 1월6일 첫 방영된 ‘하얀 거탑’은 호평을 받으며 명암을 달리하고 있다. 두 드라마의 주인공들은 모두 의사라는 공통점이 있다.
1월1일 첫 방송을 시작한 ‘나쁜 여자 착한 여자’는 두 의사 집안의 남자와 여자가 자신의 상대 배우자를 속이고 6년 동안 불륜을 저지른다는 독성 강한 소재를 다뤘다. 바람을 피우는 남자 주인공과 여자 주인공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는 “부모가 결혼한 지 6년밖에 안 됐는데 왜 난 열두 살이냐”며 눈물을 흘린다. 시청자 게시판에는 ‘가족 시간대에 이런 드라마를 방영하는 제작진의 부적절한 처사’에 맹렬한 비판이 계속되고 있다. 시청자들이 분노하는 데는 이유가 있어 보인다.
의사들의 항의도 이어졌다. 방송 3일 만에 서울시의사회는 “의사를 불륜이나 저지르는 직업군으로 묘사했다”며 방송금지 가처분 소송을 법원에 제기했다. 드라마에 등장하는 주인공 남녀가 의사 가운만 입었지 의사 본연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바람 피우는 전문직으로만 묘사된 데 대한 항의인 셈. 드라마가 6개월 이상 이어져야 하는 일일극의 특성상 첫 주부터 맹비난을 받는 상황은 제작진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반면 같은 MBC에서 방송하고 있는 본격 메디컬 드라마 ‘하얀 거탑’(이기원 극본, 안판석 연출)에 대한 시청자 반응은 이와는 정반대다. 정통 의학 드라마를 표방한 제작진의 기획 의도답게 병원에서 일어나는 권력 쟁투가 실감나게 묘사되고 있고 수술실, 환자 병실, 회의실 등 일상에서 본 병원 풍경을 세심하게 화면에 담아 호평을 받고 있다. 무엇보다 메디컬 드라마면서 병원 내 의사들 간에 빚어지는 갈등과 정치적 음모술수가 치밀한 심리묘사와 함께 도드라져 과거 드라마에서 보지 못했던 놀라운 디테일을 갖췄다는 평이다. 일본 드라마 원작의 탄탄함이 뒷받침됐지만 한국 현실에 맞게 적절히 구현해내는 제작진의 노력도 돋보인다.
이 드라마는 현 순천향병원 의료진의 실제적이고 꼼꼼한 연기 조언과 수술실 간호사 출신 작가의 고증으로 사실감을 배가하고 있다. 여기에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가 흡인력을 더한다. ‘불멸의 이순신’에서 이순신으로 열연했던 김명민의 카리스마 넘치는 선 굵은 연기와 넉넉한 아저씨 이미지로 20여 년 보조연기자에 그쳤던 가수 출신 김창완의 권모술수에 능한, 노회한 병원 부원장 연기는 이미 시청자들의 호평을 받으며 또 한 명의 중견 스타 연기자의 탄생을 예고하고 있다.
‘나쁜 여자 착한 여자’는 최진실 이재룡 성현아 전노민 등 일일극 최고의 초호화 캐스팅으로 화제를 모으며 해외 로케이션 촬영까지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지만, 가장 중요한 드라마의 ‘이야기’가 시청자들을 납득시키지 못하고 있다.
반면 ‘하얀 거탑’은 최근 드라마와 영화에서 일본 원작 드라마의 연이은 리메이크 실패 속에서 한국 현실에 맞게 각색한 작가의 구성 솜씨와 A급 연기자를 캐스팅하지 못한 어려운 상황에서 연기자들의 집중력 높은 표현력이 어우러져 새로운 성공 스토리를 만들어가고 있다.
방송가에서는 공중파 방송사의 드라마가 보여줄 수 있는 폐단과 진보를 동시에 보여주는 예가 바로 ‘나쁜 여자 착한 여자’와 ‘하얀 거탑’이라고 평가한다.
의사 가운만 걸치고 의사인 체 흉내내면서 불륜을 저지르는 값싼 연기는 더 이상 ‘채널 고정’의 힘을 얻지 못한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